[예산심사] 절차이행 안된 상태서 국비 아닌 도민혈세 ‘펑펑’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 ‘악화’ 가중…계수조정 결과 ‘주목’

내년도 제주도 예산이 ‘초긴축’ 기조로 짜여진 가운데 행정절차 이행이 마무리되지 않은 제주해군기지 관련 예산이 곳곳에 숨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국책사업’이라고는 하면서도 국비가 아닌 막대한 지방재정이 투입되면서 타당성 논란과 함께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살이를 더욱 궁핍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왼쪽부터 좌남수·안동우·현우범·오옥만 의원. ⓒ제주의소리DB
2일 제주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위원장 한영호)의 제주도 해양수산국을 대상으로 한 2010년도 예산안 심사에서는 몰래 ‘숨겨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해군기지) 관련 예산이 포착돼 도마 위에 올랐다.

좌남수 의원은 “제주도는 내년 국책사업인 제주해군기지 사업 추진을 위해 지방비로 막대한 예산을 편성했다”며 “2개 사업에 무려 150억원이나 되는 도민혈세가 내년 예산에 계상됐다”고 포문을 열었다.

좌 의원에 따르면 민군복합형관광미항 주변해역 어장자원조성사업에 내년도 지방비 5억원을 포함해 향후 25억이 투입된다. 강정마을 농어촌 테마공원 조성사업에도 내년 15억원이 투입되는 것을 비롯해 총 125억원의 지방비가 들어간다.

이에 대해 좌 의원은 “2개의 해군기지 관련 사업에만 150억원의 지방비가 들어가는데 국책사업에 이렇게 막대한 ‘도민 혈세’를 써도 되는 것이냐”면서 “정부가 해군기지를 추진하면서 인센티브를 준 것이 아직까지 하나도 없다. ‘눈가리고 아웅’ 말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안동우 의원도 “해군기지 관련 사업은 모든 행정절차가 마무리된 후 강정지역 민원과 갈등을 해결한 다음에 연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공유수면 의견청취 하나 통과되는 등 이제야 첫 단추가 끼워졌는데 어떻게 이러한 예산이 올라올 수 있나”고 역정을 냈다.

안 의원은 “어장자원 조성사업은 국비 하나 없이 100% 도비로 추진되고, 테마공원사업은 국비와 지방비 비율이 50%씩 총 30억원이 계상됐다”며 “해군기지 사업은 100% 국비로 해야지, 지방재정이 어렵다고 하면서 왜 이렇게 많은 지방비를 투입하나”고 질책했다.

해양수산국 예산이 올해에 비해 3.1%(44억940만원) 늘었다고는 하지만 해군기지 관련 사업비 150억을 제외하면 결과적으로 올해보다 7.5%(1309억3790만원)가 감액돼 지방재정 악화를 초래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종만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국가에서 인센티브를 받아오도록 노력하겠다. “(지방비라는) 미끼라도 던져야 정부에서 뭔가를 받아올 것 아니냐”는 입장을 피력했다.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문대림)의 서귀포시에 대한 예산심사에서는 월평~강정해안도로 확장사업에 따른 20억원이 편성됐다가 한기환 의원에게 들통 나 혼쭐이 났다.

이 사업은 최근 강정마을주민 김모씨(35)가 문화재 지표조사는 물론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받았다며 서귀포시를 상대로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결정 및 고시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제주지법 행정부는 원고의 손(서귀포시 패소)을 들어줬다.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장동훈)에서는 ‘강정마을 인재육성 장학기금 조성사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우범·오옥만 의원은 서귀포시를 상대로 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주민갈등 해소와 지역인재 육성이라는 취지야 그렇다 치더라도, 해군기지 행정절차가 이행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조급하게 막대한 지방비를 투입하는 이유가 뭐냐. 말로만 지방재정 여건이 어렵다고 하는 것이 아니냐”고 쏘아 붙였다.

강정마을 인재육성 장학기금 조성사업은 제주도가 3년간 30억원의 기금을 조성키로 하고, 이미 10억6000만원을 출연했고, 내년도 10억을 비롯해 향후 9억4000만원을 더 투입할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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