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3):해군기지와 평화의 섬] 중국관광객을 포기할 것인가?

# 동북아시대위 보고서...“불필요한 군비증강 자제해야”

동북아시대위원회(위원장 문정인)는 참여정부의 국정과제인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중장기적 대외전략’ 수립을 목적으로, 세편의 연구용역을 전문가들에게 발주, 최근 그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 보고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동북아균형자론’으로 표현되는 이른바 ‘노무현독트린’의 중장기적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 정책과제들을 개발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최근 해군이 추진하고 있는 화순항 해군전략기지 건설계획과 관련 논란이 일고 있는 제주도로서는, ‘세계평화의 섬’ 지정과 정부의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 구상과 어떠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살펴볼만 하다 판단하여 관련 보고서의 내용을 우선 소개하려 한다.

또한 이를 통해 앞서 연재한 “‘동북아균형자론’과 ‘세계평화의 섬, 제주’” 논고에서 소개된 문정인위원장의 주장을 좀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 개의 용역과제중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주변4국의 중장기 동북아 안보전략 보고서"(김재철·김성한·김석환·박영준 공동연구)다.

보고서는 우선 현재 동북아 지역에는 ▲북핵문제 ▲대만문제 ▲한반도 통일 ▲영토분쟁 등 크게 4가지 안보관련 이슈가 존재하며, 특히 영토분쟁과 관련 대표적인 것으로 △일본·러시아간의 북방 4개도서(남부 쿠릴열도) 문제, △일본·중국 간의 센가쿠(중국명 釣魚島) 문제, △한국·일본간의 독도 문제, △한국·북한간의 NLL문제 등이 존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보고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추진해야 할 ‘한국외교의 방향’으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4강의 협조유도 ▲통일을 위한 국제안보 환경조성 ▲통일 이후 안보환경 변화에 대비 ▲반테러·반확산 외교의 적극화 ▲인간안보외교의 세련화 등을 들고 있다.

주목할 것은 두 번째, ‘통일을 위한 국제안보 환경조성’을 위한 과제로 “통일한국이 특정국가를 적대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외교적 천명과 더불어...불필요한 군비증강을 자제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에 전략기동함대를 건설하려는 해군이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 아닌가 한다.

셋째로, ‘통일이후 안보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포괄적 안보동맹으로 발전시켜나가고,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를 정착시키며, 외교적 지평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외교 이슈(예:인간안보, 환경, 마약, 국제범죄, 인권 등)에 대한 전문성을 제고하고, 이들 이슈에 대한 장악력을 발휘하여 동북아 및 아·태지역에서의 우리의 외교적 주도권을 확립할 수 있도록 부단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대목이다.

# ‘인간안보’ 중시, 연성권력'(soft power) 추구를 통해 외교적 위상 제고

바로 이것이 ‘동북아균형자론’의 합리적 핵심이 아닌가 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다섯 번째 전략인 ‘인간안보외교의 세련화’ 내용에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우리의 안보정책은...정치군사안보에 집중돼 있고 한국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인식도 너무 ‘경성권력’(hard power)만을 추구하는 나라라는 인식이 강함”으로, “우리정부가 남북간 군사적 대결보다는 화해와 협력을 추구하는 대북포용정책을 이행하는 상황이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균형추구’ 논리를 실천해 나간다는 견지에서 볼 때 동북아 역내의 ‘인간안보’ 문제에 관한 구체적 아젠다를 제시하고 역내 협력분위기를 유도할 경우 국가이미지를 제고시킬 수 있음은 물론 ‘연성권력'(soft power)의 추구를 통한 우리의 외교적 위상을 제고시킬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다소 생소한 ‘인간안보’란 개념이 등장한다. 안보를 ‘군사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이들을 위하여 이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내용설명을 부가하고자 한다.

“최근 각국의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군사안보 뿐만 아니라 인간안보의 이니셔티브를 행사하게 되면 국제관계에서 또 다른 차원의 영향력 행사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가고 있다. 부상하는 특정이슈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힘’(power)의 중요한 차원을 장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안보의 자유주의적 측면과 힘이라는 현실주의적 측면을 결합한 ‘인간현실주의적’ 시각이 필요하다”

“인간안보의 개념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나 안보개념의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고 기존의 정치군사적 영역 못지않게 인간안보 문제에 관한 우리의 입장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개진될 경우 우리의 외교적 위상을 효과적으로 제고시킬 수 있다”

# 대만해협 군사분쟁 발발시...“최악의 경우 주한미군기지 중국 미사일공격 대상 될 수도”

한편 이 보고서에서는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한국에 ‘커다란 도전’이 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상황은 한국에게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하나를 택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근거로 우리에게 참전을 요구할 수 있고, 중국은 증대된 한·중관계를 통해 우리의 선택에 제약을 가하려 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분쟁이 발발할 경우 우리가 연루될 가능성은 무엇보다 ‘주한미군의 지역군으로의 전환’에서 제기된다.

즉 “주한미군이 지역군으로 전환될 경우, 대만해협에서 분쟁발생시 주한미군의 개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이럴 경우 - 최악의 상황에서는 - 주한미군기지가 중국의 미사일 공격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용역 연구보고서인 "한·미 안보협력 관계의 미래"(이상현·이근·이상철·최아진 공동연구)에서도 재차 거론되고 있다.

여기서 글쓴이는 “미국의 세계전략은 위협지역으로 신속하게 군사력을 투사하는 전략”이며 “한미동맹도 신속투사를 위한 동맹네트워크로 편입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도 이른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거론하며 “주한미군이 대만해협 사태 등 주변사태에 유연하게 투입될 경우 한반도가 무력분쟁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앞의 보고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지역군 재편’과 동일한 의미를 뜻한다. 

이는 미2사단의 구조개편으로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주한미군이 2사단을 경보병 신속대응군으로 개편하고 신속이동이 가능한 위치로 재배치한다고 밝혔다. 이는 “주한미군의 역할이 한반도에서의 대북억제 중심에서 지역적 안보 역할로 확대되는 것으로 해석” 가능 하다. “이러한 움직임이 대만사태 개입 등 중국의 이해관계와 관련될 경우 중국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 화순 해군전략기지...중국의 타깃이 될 가능성

섬뜩한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 주한미군기지가 중국의 미사일 공격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에 이르러서는 더욱 그러하다.

해군은 지난 2002년 미 MD체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이지스함의 화순기지 입항을 부인하다가 이번에는 노골적으로 이지스함의 배치를 확인해 주고 있으며 미항공모함의 입항까지 당당히 확인해주고 있다.

특히 미국이 향후 주한미군 구조를 해·공군력 중심으로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이며, 전시에는 미7함대 사령관이 한국 해군의 작전통제권을 갖게 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또한 해군 측이 당당히 밝히고 있듯이 화순에 설치될 전략기동함대는 이른 바 해군이 지향하는 ‘대양해군’을 구성하는 핵심전력이라는 점, 그 대양해군이 “일본이나 중국 같은 대양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최근 '제주의소리' 보도에서도 밝혀지고 있듯이, 일본은 물론 중국과 미국이 동북아의 ‘지브롤터’(지중해의 전략요충지)로 제주도를 호시탐탐 노려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우려는 더욱 깊어진다.

특히 국제관광지를 지향하는 제주도의 주요한 외국관광객 유치 타깃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뀌고 있는 지금, 우리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화순 해군기지 문제를 심각히 고려해 보아야 한다. 상식적으로 자신들을 겨냥하는 전략기지에 그들이 여행을 오겠는가 하는 말이다. 

또한 이 것이 단지 해군기지 만이 아니라 인근 송악산 지역의 공군기지 건설로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나 최근 발간된 ‘나이트 무브’(톰 클랜시와 스티브 피체닉 공저)’라는 소설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있다.

# 소설 ‘나이트 무브’...“2010년 제주에서 미공군 스텔즈기 중국 핵기지 향해 출격”

▲ 어떤 미치광이 해커가 중국의 핵미사일을 카운트다운 작동시킨다는 내용의 소설 '나이트 무브'.ⓒ제주의소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떤 미치광이 해커가 중국의 핵미사일을 카운트다운 작동시켰다. 다행히 중국기술자들이 이를 발견하고 놀라서 수동으로 발사를 중지시켰으나 ....

이에 대해 주인공의 얘기 : “그 기지를 감시하던 미군은 스파이 위성을 통해 발사준비 움직임을 파악하고 한국 제주도에 있는 기지에서 스텔스전폭기를 긴급 출격시켰으니 말다한거 아니요? 만의 하나 중국의 핵미사일이 발사됐다면 스텔스전폭기가 미사일을 격추하려 했을거고, 또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 기지를 공습하지 않았겠소?”

우리에게는 영화 ‘붉은 10월’, ‘긴급명령’, ‘패트리어트 게임’ 등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테크노스릴러 유명작가인 저자 톰 클랜시의 소설은, 군사적인 주제에 대해 전례가 없을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담고 있어 미국 사관학교에서 필독서로 지정될 정도이다. 또한 그는 CIA와 FBI를 수시로 강의하고 있으며, 펜타곤을 출입증 없이 드나드는 사람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런 (군사정보에 해박한) 그가 2010년의 어느 해를 가상하고 제주도의 기지에서 미 공군의 스텔즈 전폭기를 출격시키는 중국 공습 가상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나, 이게 말 그대로 '소설'로만 끝날지 현실화될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반세기 전인 지난 46년 12월, '자유신문' 기자가 쓴 답사기에서 “만일 평화를 사랑하는 자주독립국가를 하루빨리 건설해 이 곳(제주도)을 세계의 관광지로 만들지 않으면...호전(好戰)하는 무리의 눈에는 요새로만 보이기 쉽다”는 경고는 바로 6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의미심장하게 다시 되새겨야 할 얘기가 아닌가 한다.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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