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들(58)
미나리아재비는 '미(물을 뜻하는 말)+나리(나물을 뜻하는 말)+아재비(아저씨의 낮춤말로 아주 가까운 사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는 있는데 전혀 다른 모양을 가질 때 '아재비'란 말을 사용한답니다.
도시에서 아이들이 마음놓고 뛰어다닐 만한 골목길도 없고, 설령 그런 골목길이 있어도 더 이상 그 곳을 뛰어다닐 아이들도 없으니 어쩌면 아이들은 학원과 학교를 오가며 더 영악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천진난만함은 일찍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이 되면 기지개를 펴듯 줄기를 맘껏 하늘을 향해 올립니다. 속이 텅 빈 기다란 줄기는 가볍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 꽃을 '애기젓가락풀'이라고도 부른답니다. 그러나 이름이 그렇다고 정말 아가들의 젓가락을 사용할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상처 난 손으로 이 꽃을 만지면 좋지 않다고 하니까요.
미나리아재비는 원래 하늘에 살던 별이었어.
별은 보이지 않는 낮에도 떠있었지만 사람들은 별이 보이는 밤에만 별이 있다고 생각했고, 낮에는 아주 큰 별 해의 빛이 너무 커서 아무리 반짝거려도 낮에는 예쁜 자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지.
그 많은 별 중에 노란 별이 있었어. 이 별은 매일 하나님께 '하나님, 저는 낮에도 사람들이 예쁘다고 보아줄 수 있는 반짝이는 별이 되고 싶어요. 밤은 너무 추워요.'하며 간절하게 기도했단다.
그 기도가 얼마나 간절했던지 하나님도 거절할 수가 없었어.
그 별은 별똥별이 되어 땅에 내려와 노란꽃을 피웠단다. 그런데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법이잖아. 그래서 몸이 가벼워지면 새처럼 하늘을 날을 수 있을까 해서 자신을 비우고 또 비웠어. 그래서 미나리아재비의 줄기는 텅 비어 있는 것이란다. 미나리아재비는 그 텅 빈 줄기들마다 자기의 꿈을 가득 담아 두었단다. 꿈은 눈을 감으면 보이고 눈을 뜨면 보이지 않는 것이잖아. 미나리아재비의 줄기를 잘라보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그렇지만 그 텅 빈 줄기 안에는 풋풋하고 예쁜 꿈들이 가득하단다. 그 증거가 바로 이 풋풋한 향기지.
김민수 시민기자
gangdoll@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