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칼럼]강원,'UN환경평화센터'유치 나서

최근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계획과 관련하여 말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한국관광공사'의 유치에 실패, 강원도에 내주고 마는 현실을 보면서 '한국관광의 1번지'라는 제주도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그 동안 '한국 생태관광의 메카'로 자리매김 가능성이컸던 제주도가 이와 관련한 정책당국의 관심부재로 지지부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원도가 최근 강원관광 발전 전략으로 '생태관광'의 진흥을 전면에 내세우며 제주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또한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제주가 구체적인 실행프로그램을 잡지못하고 해군기지 문제 등 비생산적인 논쟁에 도민들의 역량을 소진하고 있는 반면, 강원도는 '평화'라는 상품 또한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트레이드 마크로 활용 제주도를 긴장시키고 있다.

자칫하면 '생태'는 물론 '평화'라는 제주가 선점한 상품까지 강원도에 뺐길 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강원도가 서울에서 개최한 포럼을 제주도의 정책담당자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원도를 '동북아시아의 스위스'로?...'UN환경평화센터'의 유치

강원도는 최근(6월 23일) 세계평화포럼과 환경재단과 함께 'DMZ60 환경과 평화 국제포럼'을 서울 남산 힐튼호텔에서 개최했다.

해방과 분단 60주년을 맞아 개최된 이날 행사는 평화, 환경, 문화, 관광 4개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환경 분야의 세션에서 주제발표를 한 문국현 유한킴벌리 생명의숲운동본부 대표는 여기서 "DMZ가 두동강 낸 강원도를, 평화와 생태보전의 거점으로 전환해 동북아시아의 스위스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동북아의 스위스(제네바)'는 평화의 섬 제주가 지향하는 목표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 슬로건이 강원도에서 나부끼기 시작한 것이다. 알다시피 문국현씨는 기업가이면서도 노무현 정부하에서 매번 환경부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영향력있는 인사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국현 대표는 또한 강원도가 배워야 할 모델로 일본과 중국의 'UN대학'을 예로 들며, 강원도가 '유엔환경평화센터'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것을 주문했다.

이미 생명의 숲과 환경재단은 이미 강원도와 강원대학과 공동으로 유엔환경평화센터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6월초) 중문에서 열렸던 제3회 제주평화포럼에서 연세대 박명림교수가 제안했던 유엔등 국제기구의 유치운동에 제주가 아닌 강원도가 먼저 나서고 있는 셈이다.

'유엔환경평화센터', 이것은 '유엔평화대학'과 함께 평화의 섬 제주로서는 '남주기 아까운(?)' 기구가 아닐 수 없다. 동북아식물의 보고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제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제주로서는 더욱 그렇다.

# '신재생에너지'도 강원도와 경쟁

또한 이 포럼에서 차기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한 오세훈변호사는 "강원도가 먼저 나서서 미래지향적 신재생에너지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그럴 경우 "국가의 지원을 받아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또한 문화세션에서 주제발표를 한 최정호 전 울산대학 석좌교수 또한 강원도에 재생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청정에너지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의 제안은, 최근(6월 21일) 제주시에서 열린 "평화도시 국제컨퍼런스" 에서 이필렬 방송통신대 교수(에너지대안센터 대표)가 제언한 내용과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교수는 여기서 "제주도가 평화의 섬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수급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 주장을 제주도의 정책담당자들이 관심을 갖고 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강원도 또한 이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뒷북치기 전에 발빠르게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 강원도(제주도?)가 살길은 '생태,환경,평화관광'

한편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이 포럼에서 "강원도의 생태관광, 자연관광이 문화관광과 함께 갈 수 있도록 일정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청장은 "강원도가 강원도답기 위해선 국가차원에서 우리의 마지막 자연 생태,문화관광의 보루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상지대 총장(전 농림부 장관)도 금강산과 DMZ, 설악산의 '무비자 평화관광특구화'와 '동북아 생태관광 허브화'를 강원관광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김태기 한국정신문화원 교수도 "강원도가 살길은 관광, 그 중에서도 생태, 환경, 평화관광이라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고 있다"며 다만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확보와 예산확충이 필요하며 개발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필자는 물론 그 동안 제주도를 사랑하는 관광관련 도내외 전문가들로부터 수년 전부터 누누히 제기돼 왔던 제주관광 발전 전략이다.

그러나 제주도의 관광 정책은 골프장, 카지노, 리조트 등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패턴에서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반면 강원도는 이를 주력산업으로 내세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 제주관광 패러다임 변화 절실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양병이교수는 "강원도 지역민들이 욕심을 버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환경과 평화, 그리고 관광의 발전방향을 모색한다면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교수의 지적은 제주도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당장에 눈에 보이는 이익에 급급하다 제주도의 소중한 자원을 잃을 수 있다는 절실한 자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 생태계의 허파인 곶자왈이 골프장과 각종 리조트 개발로 파괴되고, 1천만평이 넘는 제주의 중산간이 골프장으로 파헤쳐지고 연간 1천만톤에 달하는 생수가 골프장 잔디를 위해 뿌려질 현실 속에서 제주의 미래를 이제 우리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개발'이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생태와 평화' 마저 강원도 뺐기지 않기 위해서는, '생태와 평화', 이를 구체적인 제주발전 전략으로 연계시키기 위해 치밀한 계획과 구체적인 전략수립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제주도는 '행정구조개편'과 '특별자치도'라는 큰 이슈가 주어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거대담론에만 신경쓰기에는 현실은 그리 한가하지 못하다. 마치 특별자치도만 되면 제주도의 모든 문제는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 지나친 기대가 앞서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기획단'이나 '태스크 포스'는 이러한 거대담론의 해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평화의 섬, 생태의 섬을 제주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실제적 단위가 따로 꾸려질 필요가 있다.

'동북아'는 커녕 국내 '강원도'와의 경쟁에서라도 이기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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