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교섭단체 대표연설…민주 “보편적 복지” vs 한나라 “선택적 복지”

제주도의회 제1·2당인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10일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에서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을 놓고 충돌했다. 보편적 복지(민주당)와 선택적 복지(한나라당)로 정면충돌하고 있는 중앙정치 의제가 지방의회로까지 옮겨 붙으며 정쟁의 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10일 오전 제279회 임시회를 열어 교섭단체(민주당, 한나라당) 대표 연설을 진행했다. 민주당에서는 안창남 원내대표를 대신해 박원철 부대표가, 한나라당에서는 장동훈 원내대표가 나서 정책 대결을 벌였다.

# 민주 “보편적 복지” vs 한나라 “선택적 복지” 정면충돌

▲ 박원철 민주당 원내부대표. ⓒ제주의소리
▲ 장동훈 한나라당 원내대표. ⓒ제주의소리
가장 큰 시각차를 보인 것은 복지정책이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무상급식 전면시행을 놓고 양 당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박원철 부대표는 “이어도를 향한 민주당의 첫 꿈은 보편적 복지 실현의 첫 발이라고 할 수 있을 무상급식 실시에서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통해 소외 없고, 차별 없는 보편적 교육의 실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포퓰리즘 지적과 관련해서도 “사회적 약자를 비롯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는 게 정치이자 정도”라는 말로 맞받아쳤다.

박 부대표는 향후 무상급식과 무상교육, 무사의료, 대학생 반값 등록금으로 이어지는 ‘보편적 복지 3+1’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나라당은 곧바로 “민주당이 무상복지 시리즈를 남발하고 있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장동훈 원내대표는 “복지라는 것은 보편적 복지를 내세워서 부자, 서민들에게 골고루 주장은 맞지 않다. 부자에게는 자유를, 서민에게는 기회를 주는 게 진정한 복지”라며 “서민에게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선택적 복지야 말로 진정한 복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상급식과 관련해서도 “막대한 무상급식 예산으로 인해 학교환경 개선에 쓸 예산이 급격히 악화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구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들이 ‘눈칫잠’을 잔다고, 아파트를 사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냐”며 ‘눈칫밥’ 먹는 아이가 없도록 하겠다는 야당들의 ‘무상급식 전면시행’ 정책을 비판했다.

# 제주해군기지, 민주 “강정만의 일방적 양보 강요 말라” vs 한나라 “…”

지역 최대현안인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 차를 드러냈다.

민주당이 안보 논리를 앞세운 정부·여당의 뒷짐을 강도 놓게 비판한 반면 한나라당은 언급 자체를 피해 나갔다.

박원철 부대표는 “7대경관 및 평화의 섬과 해군기지가 양립 가능한가라는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국책사업을 내세워 무조건 강정주민들의 양보만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해군기지 건설 강행에 앞서 정부 차원의 지역발전계획 로드맵 제시, 지역발전 사업계획 수립·변경 시 행안부장관이 제주지사와 협의하도록 제주특별법에 의무조항을 신설할 것 등을 중앙정부에 촉구했다.

반면 장동훈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0분간 대표연설을 진행하면서 해군기지와 관련해서는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 민주, 4.3위령제 VIP 참석 요청…한나라, “제주형 자치모형 도입, 혼란만 가중”

민주당은 4.3의 국가추념일 지정, 추가 진상조사 등 완전한 4.3해결의 물꼬를 트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4.3위령제 참석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제주특별법 개정안 2월 임시국회 처리와 관련해서는 쟁점이 되고 있는 영리병원 문제를 떼어 내 ‘분리처리’ 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특별법 2월 국회통과를 위해 여·야의 대승적 결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우근민 도정의 ‘제주형 기초단체’ 도입에 대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며 비판적 시각을 견지했다.

장 원내대표는 “현재 행해지고 있는 임명제를 주민직선에 의한 선출제로 바꾼다고 해서 별반 실익은 없을 것”이라며 “도지사가 행정시 위에 군림하는 구조 속에서는 풀뿌리 자치권을 얻기란 쉽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장 원내대표는 행정시를 폐지하고 읍면동을 광역화한 후 읍·면·동에 준 자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 “세계7대 자연경관 도전 지원, 구제역 차단 앞장” 한목소리

세계 7대 자연경관 도정과 구제역 차단과 관련해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

박원철 민주당 원내부표는 2012년 제주에서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제주가 선정될 수 있도록 당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치솟는 물가 상승에 대해서는 “물가폭탄의 원인을 분석하고, 철저한 대응방은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도정을 압박했다. 고용문제 해결에도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장동훈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제주는 이제 전국의 1%에 불과한 변방이 아니”라며 하루 빨리 제주가 1%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7대 자연경관 도전에 힘을 싣겠다고 말했다.

제주 축산농가 뿐 아니라 제주경제 전체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구제역을 막기 위해서도 노력하는 한편 범죄·질병·환경오염으로부터 안전한 제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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