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정해안가에서 단식 중인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
해군기지가 안보사업이라고?…“해군 몸집불리기 일환” 직격탄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강정마을 중덕해안에서 단식투쟁을 벌이던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가 10일 만에 ‘또 다른 방식의 투쟁’을 위해 단식을 중단했다.

▲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제주의소리
27일 오후 제주지역 야5당 대표들이 평화 되돌리기의 첫 행선지로 찾은 강정마을.

범섬이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중덕 해안가에 따뜻한 봄볕에도 털모자와 두툼한 외투를 입고 앉아 있는 한 노인이 있었다. 그것도 중덕이(개 이름)와 함께. 27일로 단식 열흘째를 맞고 있는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였다.

단식하는 10일 동안 뭘 느꼈는지 궁금증이 발동했다.

그는 “나는 원래 해군기지 찬성론자였다. 그런데 이곳에 온 지 3일 만에 해군기지 반대론자가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제주도의 미래가 걸린 문제인데, 조그마한 강정마을에 모든 걸 떠넘기고 있다”고도 했다. 제주해군기지가 왜 들어서면 안되는 지에 대해 제주사회가 관심을 가져달라는 주문으로 들렸다.

그는 “단식을 하면서 해군기지 입지선정과정에서 해군과 도가 어떻게 기망과 회유와 조작으로 강정주민들을 분열시켰는지, 또 강정주민들이 지난 4년 동안 얼마나 큰 분노와 고통 속에서 지내고 있는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해군에 대해서는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공사현장에서 얼마나 비열한 방법으로 주민들을 이간시키고 협박하고 있는지를 똑똑히 봤다”며 해군을 나무랐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제주해군기지사업은 일종의 군(軍) 내 파워게임에서 비롯됐다고도 했다.

신 전 지사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안보를 빙자한 군 내부 자체 세력 확장과 이익 도모를 위한 해군의 몸집 불리기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옥중에서 단식 중인 양윤모 영화평론가에 대한 걱정이 더 앞섰다.

‘건강은 괜찮냐’는 물음에 그는 “제가 단식은 많이 해봤는데, 신기하게도 이곳 중덕해안에 있으니까 오히려 정신이 더 맑아진다. 살이 조금 빠진 것을 빼면 팔팔하다”면서 “그래서 이곳에 명상센터를 만들자는 얘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옥중에서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양윤모 영화평론가를 걱정했다. “이대로 더 가면 정말 목숨이 위험하다”며 단식을 그만두고 다른 방법으로 해군기지 반대투쟁에 나설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신 전 지사는 이날로 단식 10일째를 맞았다.

그는 이날 자신을 찾아온 야5당 대표들의 거듭된 단식 중단 요청에 “야5당의 명령인 만큼 받들겠다”면서 사실상 ‘단식중단’ 요청을 받아들였다.

신 전 지사는 “강정마을주민들도 단식을 그만 두고, 도 전역을 돌면서 강정 해군기지사업의 부당성을 알리는 강연회를 갖자는 요청이 있었다”면서 “또 다른 방식의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위해 할 일을 찾겠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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