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강기춘 JDI원장 예정자“베끼기 용역, 또 발생하면 사퇴할 것”…“부원장 직제 신설 않아”

강기춘 제주발연원구원 원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에서는 예상됐던 것처럼 자녀의 국적이탈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최근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나 문제가 됐던 ‘베끼기 용역’과 관련, 강 예정자는 “현재와 같은 수준의 베끼기 용역이라면 (거취에 대해)책임을 지겠다”며 내부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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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청문회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는 강기춘 제주발전연구원 원장 예정자. ⓒ제주의소리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고정식)는 28일 오전 10시 강기춘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강도 높은 인사 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 강기춘 “중장기 연구 대폭강화…운영과 관련해선 외부 컨설팅 실시”

먼저 강기춘 예정자는 모두 발언을 통해 “발전연구원을 작지만 강한 연구원으로 만들겠다”며 연구경쟁력 강화를 제1과제로 꼽았다.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연구원들의 ‘복사본 용역’과 관련해 “의회에서 염려와 질책을 준데 대해서는 확실히 개선하도록 하겠다”면서 “용역 결과 복사본 문제는 자체 계획에 의해 수준 높은 연구결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제주도정의 싱크탱크로서 중장기 연구를 대폭 강화하는 한편 자체 개혁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연구원 전반에 대한 외부 컨설팅을 실시하겠다”고도 했다.

도정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도정과는 협력과 견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 내비게이션 역할 뿐 아니라 도정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역할도 해나겠다”고 강조했다.

인사 청문이 시작되자 도덕성 검증부터 본격화 됐다.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자녀의 국적이탈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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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고정식, 김황국, 김영보 의원. ⓒ제주의소리
◇ “국적이탈 자녀 건강보험 혜택, 학비 세액공제 말 되나? vs “죄송스럽게 생각”

포문은 김황국 의원(용담1·2동, 새누리당)이 열었다. 김 의원은 “자녀 두 명 모두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국내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면서 공인으로서의 국가관과 자녀들의 국적이탈에 대한 처신을 문제 삼았다.

이에 강기춘 예정자는 “이중국적 상태에서 국적을 이탈한 것으로, 지적에 공감한다”면서 “하지만 본인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고, 혹시나 미국에 갔을 때 국적이 미국이 아니었을 때 당할 수 있는 불리함과 그런 것들이 걱정이 되어서 자녀들의 결정을 존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미국에 살면서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는 게 있나”면서 “공인으로서 자녀들이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그 정도의 설명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희현 의원(일도2동 을, 새정치민주연합)은 자녀의 국적이탈 시점과 건강보험 자격상실 시점과의 간격(2년)을 문제 삼았다. 국적을 버렸음에도 2년 간 국민의 혈세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2006년 자녀의 국적이 미국으로 바뀌는데, 자녀의 건강보험 자격상실은 2년 후인 2008년으로 되어 있다. 그 동안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강기춘 예정자는 “국적이탈이 되면 건강보험은 자동적으로 해지되는 것으로 알았다. 이제 보니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적이탈자 학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은 것도 도마에 올랐다.

김 의원은 “세액공제 내역을 보니까 국적이탈 자녀의 학비까지 세액공제를 받았다. 아무리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지만 잘못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고, 강 예정자는 “잘못된 것 같다”며 사과했다.

이상봉 의원(노형 을, 새정치민주연합)도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국적이탈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면서 “국립대학교 교수 자녀의 국적이탈에 대해 도민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쳐지겠나. 더구나 발전연구원장은 차관급 고위공직자”라고 지적했다.

강기춘 예정자는 “공인으로서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한 뒤 “다만 아이들의 아빠로서는 그들의 입장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이해를 해달라”고 말했다.

자녀의 국적 회복을 위해 노력할 의향은 없냐는 질문에 강 예정자는 “그러한 의견을 얘기는 해보겠지만 성인이 된 만큼 본인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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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강기춘 예정자, ⓒ제주의소리
◇ “군 면제 받은 시력으로 운전면허는 합격” vs “지금이면 복역했을 것”

강 예정자의 ‘군 면제’도 도마에 올랐다.

김희현 의원은 “고도근시로 군대를 면제받았다. 그런데 나중에 운전면허증은 땄다”면서 “그런데 신혼여행 때 찍은 사진을 보니까 안경도 안 쓰고 잘 나왔더라”고 질문했다.

이에 강 예정자는 “중학교 때부터 안경을 썼다. 신혼여행 사진은 렌즈를 낀 상태에서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봉 의원은 “고도근시로 군 면제를 받았는데, 솔직히 말하면 군대를 회피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고 물었고, 이에 강 예정자는 “그땐 분명 그게 아닌데, 돌이켜보면 저는 군대 복역을 생각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발전연구원에 대한 평가, 향후 운영계획 등에 대해서는 비교적 소신 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항간에는 떠도는 부원장 직제 신설과 관련해 강 예정자는 “중장기계획에는 부원장 직제 신설 계획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인력구조상 부원장을 둘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김영보 의원(비례대표, 새누리당)의 ‘발전연구원장을 제주대 총장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발전연구원 운영과 관련해서는 “작지만 강한 연구원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강 예정자는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임팩트가 강하고, 도민에게 신뢰를 주는 보고를 내도록 하겠다”면서 “현재의 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객관적인 자료, 현장중심의 연구, 도민을 위한 연구를 지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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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희현, 김경학, 이상봉 의원. ⓒ제주의소리
◇ “부원장 직제 신설 생각 없다”…“지사·측근 전화 받아본 적 없다”

‘베끼기 용역’ 문제도 비껴갈 수 없는 쟁점이었다.

김경학 의원(구좌·우도, 새정치민주연합)은 “제주발전연구원은 동아시아 최고의 연구기관을 지향하고 있지만, 최근 ‘베끼기 용역’으로 세간에는 세계최고의 복사기관이 된 것 아니냐는 말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강 예정자는 “그러한 지적들에 동의한다. 반드시 개혁하겠다”면서 “부장들이 중간자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 품질관리를 더 잘하겠다. 외부에 의한 품질검증도 제도화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상봉 의원이 “현직에 있을 때 ‘베끼기 용역’ 문제가 또 발생하면 사퇴할 용의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고, 강 예정자는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하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사전내정설에 대해서도 강 예정자는 손사래를 쳤다.

김경학 의원은 “사전내정설, 지사측근의 권유가 있었다고 하는 말이 있는 것은 발전연구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며 “감사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발전연구원장도 권력자의 정치적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강 예정자는 “지사는 물론 지사 측근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자본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원희룡 도정의 정책방향이 맞다고 본다”며 “건전한 자본은 받아들이되 난개발은 막아야 한다. 자본에 대한 사전검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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