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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은 그 지역의 역사, 문화, 환경을 먼저 아는 것

양영길 시인 hallamt@hanmail.net 2017년 12월 06일 수요일 16:59   0면
양영길 시인이 제주평화봉사단(단장 강상철)에 참가해 2017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아프리카의 진주 우간다(Uganda)에서 '평화의 씨앗 나누기' 활동을 벌였다. 이번 봉사활동은 지난 8월 20일부터 8월 30일까지 10박 11일에 걸쳐 쿠미(Kumi) 은예로(Nyero) 지역에서 12명 단원이 '쿠미와 제주, 하나 되는 평화 캠프'라는 주제로 활동했다. 제주특별자치도 평화대외협력과 주최, 제주평화봉사단 주관으로 이루어진 이번 사업은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t) 사업의 일환으로 전쟁과 재난․재해 발생국가, 저개발국가를 대상으로 제주 평화의 섬 이미지를 제고하고 지구촌 평화 증진을 위한 실천사업이다. 우간다 쿠미에 ODA 사업을 통해 새 희망을 심고 평화 증진 활동을 함께 한 양영길 시인의 이야기를 10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양영길 시인의 우간다 이야기 10] 우간다를 떠나는 길, 아이들 미소가 어른거리다

제주평화봉사단원들의 봉사활동은 국제개발협력 차원에서 새 친구를 만나는 일이었다. 단원들은 새 친구들과 '너와 나'의 관계로 마주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공부가 필요했다.

우간다는 1962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영국은 우간다를 자기네 보호령으로 선포한 1894년부터 철도를 개설하고 설탕, 커피, 목화를 수송해 갔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삶 속에 식량은 저장하는 것이 아닌 듯했다. 그 때 그 때 먹을 만큼만 장만하는 것 같았다. 욕심이 없는 순수하고 소박한 소유, 그래서 바쁠 것이 없는 낙천적인 삶. 오랜 식민지 역사와 잦은 내전 속에서 이들의 삶은 어쩌면 가지지 않는 것이 빼앗기지 않는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춤을 출 수 있는 여유가 더 소중해 보인다.

이들에게는 ‘이동’의 문제가 몸에 배어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이동 DNA’는 아프리카 역사와 함께 한다. 사하라 사막이 살기 좋은 녹지였는데 7000년 전부터 사막화가 진행돼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됐다. 이동하지 않으면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었다. 기후 환경 변화와 전염병으로 인한 이동이 주된 이유였지만, 17~18세기 식민지 지배 시대에 이르러 54개 국가의 국경이 획정됐다. 그에 따른 분쟁과 또 다른 수난이 이어져 많은 이동이 이뤄졌다. 또 19세기까지 이어진 노예무역으로 인한 수난도 있었다. 식민지 지배 시대 이전에는 1만 개 이상의 국가와 집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아프리카. 길게는 1000년, 짧게는 100여 년을 전후해 대이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도 결국 이동의 문제였을까? 내전을 피한 이동, 자연 재해를 피해 살 만한 곳으로의 이동, 이들의 DNA에는 이동에 대한 감각이 우리가 살고 있는, 바다에 갇힌 제주 섬사람들보다 훨씬 강렬할 것 같았다. 지구의 근대사에서 아프리카는 지배의 대상이었고 착취의 대상이었다. 조력한다는 것, 그것은 역사와 문화를 알고, 기후와 환경 변화의 역사를 아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은예로 지역의 경우는 초등학교 졸업 비율이 60%가 넘고 초등학교 졸업국가고시 1등급 학생 배출도 두 자리 수에 이르고 있다. 현장 관계자 조이는 은예로(Nyero) 외에도 Morui-Kara, Olilim 등 3군데 센터를 통해 23개 학교의 지원을 돕고 있었다. 이제 10년, 그 동안 교육사업에 정성을 다한 결과 은예로 지역은 초등학교 졸업 비율이 60%를 넘고 유급률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조이는 “초등학교 졸업국가고시 1등급 학생들이 전무한 상태에서 이제 두 자리 숫자에 이른다고 하면서 이를 위한 방과후 학교도 운영한다”고 했다. 

▲ 나무그늘교실에서 문지숙 단원의 지도로 오카리나를 배우고 있다.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 아포로우콜 중등학교 선생님(가운데)이 우리 단원을 맞아 일하던 손을 멈추고 제주도의 ODA 사업으로 신축한 교실과 급식소에 대한 현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은 강상철 단장, 오른쪽은 변태보 실무팀장.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 제주도의 ODA 사업으로 신축한 아포로우콜 중등학교 급식소(맨 뒤). 앞쪽 붉은 벽돌 구조물은 지금까지 사용한 급식소다.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1등급 학생을 많이 배출하면 지방정부와 국가에서 관심을 갖게 되고, 그에 따라 교육 환경이 개선된다는 설명이다.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추구하면서 위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한다.

조이는 학교급식 프로그램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부모들이 어린이 급식에 참여해 책임감을 갖고, 어린이 교육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부모의 관심은 어린이들이 수업에 집중해 유급률을 줄이고 학업을 증진할 수 있다고 여겼다. 아포로우콜 기념 중등학교에 제주도 ODA사업으로 짓는 급식소. 면적이 20㎡ 정도로 기존 급식소보다 커 보인다. 기존 급식소는 기껏해야 5~6㎡가 안 될 정도로 매우 협소했다. 

학교 급식을 위해 초등학교 학생들은 땔감용 장작을 일주일에 하나씩 가지고 간다. 그래서 일까, 장작을 머리에 이고 가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자주 보였다. 중등 학생의 급식은 장작 구입 등 부모 분담금을 기초로 진행한다. 급식소를 새로 짓기는 했지만 현대식 스토브인 아궁이를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에 우리 단원들이 작은 성의나마 조금씩 보탰다. 

▲ 교실로 들어오지 못한 아이들이 창밖에 매달려 교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 은게로초등학교 학생들과 Naomi 선생님.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 장작을 머리에 이고 가는 어린이(오른쪽).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 카메라 앞에서 연기 연습을 하듯 장난을 치고 있는 어린이.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 홈스테이를 했던 옹고디아네 아캄(왼쪽)과 필자.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 해피홈스쿨에서 우리 단원들을 맞아 준 빨간 무궁화, 히비스커스. 사진=양영길. ⓒ제주의소리

이제 떠나야 할 시간, 쿠미를 떠나 캄팔라로 가는 내내, 교실에 들어가지 못해서 창문에 매달려 있던 창밖의 아이들이 어른거렸다. 나무그늘 교실에서 우리들을 맞아 노래를 불러주던 은게로초등학교 Naomi 선생님과 아이들의 노래(가사: our visitors greetings to you we wish you a happy stay. Thank you for coming we wish you happy stay)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은예로보건소 팬스 기증식장에서의 ‘오크데미’ 단원들의 우간다 스토리 공연 장면, 오카리나를 함께 연주하던 아이들, 그리고 우리를 이틀 밤 재워주고 보살펴준 옹고디아네 가족들, 늘 함께 다니며 도와 준 현지 스텝들까지, 모두 아시아의 작은 섬에서 온 우리를 반갑게 맞아 손을 흔들던 모습이 차창에 어른거렸다. 

조이는 우리 단원들에게 ‘히비스커스 꽃차’를 선물로 주었다. 히비스커스는 무궁화에 속하는데, ‘HAPPY HOME SCHOOL’ 마당에 붉은 꽃을 피우고 우리 단원들을 맞아 줬다. 혈액순환에 좋다는 이야기도 함께 선물로 주었다. 한국 제주까지 아프리카 향기를 가지고 와서 원고 정리하면서 마셨다. 조이의 웃는 얼굴과 쿠미 아이들의 눈망울이 클로즈업 됐다. <끝>

창밖의 아이들
양영길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의 눈빛만큼 순수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만큼 가슴 벅찬 일이 또 있을까. 
맑은 소리로 노래하며 손을 흔들던 아이들

우간다 쿠미 아이들이
창문을 사이로
교실의 안과 밖으로 나뉘었다.

창밖의 아이들은 웃음을 잃었다.
눈을 더 크게 뜨고 
창살에 매달려 
눈이 빠지게 창 안을 들여다보았다.

우리들을 향해, 세계를 향해 
웃으면서 손 흔들었을 아이들이 
창밖에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목을 빼고 교실 안을 쳐다보았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이 아이들에게서 
웃음을 빼앗아서는 안 되는 거였다. 
창밖에 그냥 있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 우리 모두 밖으로 나가자. 
창이 없는 운동장으로 나가자.
지붕이 없으면 또 어때? 
나무그늘만 있어도 충분한 우리들의 교실
자, 함께 웃고 떠들고
손을 흔들자.
세계를 향해 마음껏 손을 흔들자.

* 양영길 시인은 199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후, 『바람의 땅에 서서』, 『가랑이 사이로 굽어보는 세상』 등의 시집을 냈으며, 최근 청소년 시집 『궁금 바이러스』가 출판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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