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지원 위해 문화재자료 지정' 짜맞추기 논란...민선5기 사찰 지원만 42억원

민선5기 제주도정의 특정 사찰 거액 지원 논란이 불거지면서 종교 문화재 지원 예산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최근 논란을 빚은 사찰 지원의 핵심은 제주시 애월읍의 S사찰에서 보관중인 ‘석조약사여래불좌상’으로 불리는 돌부처상이다.

돌부처상을 도지정 문화재자료로 지정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11억원(자부담 포함) 짜리 보호누각까지 설치하면서 문화재 지정과 예산 지원에 대한 의구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앞선 2012년에는 돌부처상 훼손에 따른 복원공사 명목으로 1990만원을 투입해 보존처리를 했다. 제주도가 이 사찰에 지원한 예산만 5억2000여만원에 달한다.

▲ 제주시 애월읍의 S사찰에 전시중인 돌부처상(높이 99.5㎝, 어깨너비 49㎝, 무릎너비 76㎝) '석조약사여래좌상', 제주 지방문화재자료 제11호로 지정돼 있다.
# 육지부 골동품업체 떠돌던 돌부처상이 제주도 지정 문화재로

S사찰 마당에 위치한 석조약사여래불좌상은 높이 99.5cm, 어깨폭 49cm, 무릎폭 76cm의 돌부처상이다. 통일신라말에서 조선시대 초에 제작된 석재불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돌부처상은 1980년대 충남 계룡시의 한 무속인 집 마당에 있었다. 1988년 한 매매업자가 무속인의 집에서 돌부처를 빼돌렸고 몇 년 후 경찰에 붙잡혀 처벌을 받았다.

이 사이 돌부처는 대구시 남구의 D골동품업체에 넘겨졌다. 경찰은 수사 끝에 돌부처를 압수했으나 실제 주인이 명확치 않다는 이유로 1994년 돌부처를 D업체에 다시 돌려줬다.

1년 뒤 D업체는 돌부처상을 경북 포항의 B골동품업체에 되팔았다. 이후 2000년 경북 영천시의 한 사찰에서 돌부처를 2000만원에 매입한다.

문제가 된 애월읍의 S사찰은 2008년 돌부처를 무상으로 증여 받는다. 2년 뒤 S사찰의 주지는 제주시를 상대로 이 돌부처상을 도지정문화재로 지정해 달라며 신청서를 제출한다.

▲ 윗 문서는 2010년 8월3일 S사찰 돌부처상에 대한 현장실사를 벌인 문화재청의 김모 문화재위원이 검토의견서. 도지정 문화재 지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반면, 아래 문서. 즉, 2010년 9월10일 제주도가 문화재심의위원회 위원들에게 배부한 검토보고서에는 문화재 지정이 적합하다는 최종 보고서 명단에 3명의 위원 이름이 모두 들어가 있다.
# 돌부처 문화재 가치 전문위원 의견 엇갈려...제주도 검토보고서 조작?

도지정문화재 신청이 접수되자 제주도는 문화재청을 통해 2010년 7월8일 현장실사를 벌인다. 당시 참여 위원은 3명. 이중 김모 위원이 8월3일 가장 먼저 ‘반대 의견’을 제시한다.

김 위원은 조사의견서에서 '신라나 고려의 불상 전통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시대적 특징도 보이지 않는다. 이 상을 지방 문화재로 지정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한참 지난 8월24일 나머지 정모, 손모 위원 2명이 각자가 아닌 동일 의견으로 결과물을 제출한다. 내용은 ‘조선시대 약사불상의도상을 정확히 보여준다’는 찬성의견 이었다.

제주도는 이를 토대로 2010년 9월10일과 2011년 3월11일 두차례 제주도문화재위원회 유형분과(1분과) 회의를 열어 문화재자료 지정예고를 의결 처리한다.

문제는 제주도가 심의위원들에게 제출한 검토보고서에서 현지조사를 벌인 문화재청 위원 3명 모두 찬성의견이라고 밝힌 부분이다. 반대의견을 제시한 김 위원의 평가는 빠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검토의견서에는 3명의 현지실사 위원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썼다. 당시 담당자가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요약과정에서 그렇게 표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재심의위원회 회의시 전문위원의 반대 의견서도 별도 첨부해 배부된다”며 “문화재자료 지정과정의 절차적 문제는 없다. 잘못이 있다면 감사위 지적이 나올 것이고 그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 S찰의 돌부처상 보호누각을 지원하기 위해 제주도가 작성한 2013년도 예산명세서. 지원 사유로 '제주에서 가장 오래됐고 풍화로 인한 훼손이 가속화 되고 있다'며 명시돼 있지만 제주경실련은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 돌부처 보호 위한 목조건물 개축에 보조금 5억원, 사용처 감사 착수

제주도는 2011년 9월27일 돌부처상이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자 이듬해 ‘S사찰 석조약사여래불좌상 보호누각 시설사업’ 항목으로 5억원의 민간보조 예산을 편성한다. 자부담 6억원을 합치면 총사업비만 11억원이다.

당시 제주도는 예산명세서에서 ‘제주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석재불상으로 현재 제주지역 특성상 풍화로 인한 훼손이 가속화 되고 있어 문화재보호를 위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08년 제주에 들어온 돌부처가 수백년도 아닌 단 3~4년만에 제주 바람으로 훼손됐다는 것이 당시 제주도의 예산 지원 취지였다.

예산은 의회를 통과했고 결국 보호누각 1식 건설을 위해 분권교부세와 지방비 각 2억5000만원씩 총 5억원이 집행됐다. 현장에는 보호누각인 약사전 외에 대웅전과 산신각 등 건물 3동이 신축되고 있다.

제주경실련이 예산 집행 문제를 거론하자 감사위원회는 지난 12월31일 곧바로 감사에 착수했다. 현재 보조금 5억원이 예산 목적에 맞게 쓰이고 있는지 조사가 진행중이다.

▲ S사찰의 보호누각 공사현장. 사진 왼쪽 빨간 동그라미가 돌부처상을 보호할 목적으로 건립중인 약사전다. 보조금 5억원과 자부담 6억원 등 11억원이 들어간다. 오른쪽은 신축중인 대웅전의 모습. 두 건물 사이에 산신각도 건립중이다. 지원된 예산은 왼쪽 약사전 건립에만 써야 한다.
# 우근민 제주도지사 연루 의혹 ‘소문만 무성 실체 확인 안돼’
    
특정 사찰 지원의혹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제주경실련은 우근민 제주도지사와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

개인 사찰에 5억원의 거액을 지원하기 위해 돌부처상의 문화재자료 지정 등으로 짜맞추기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한영조 제주경실련 사무처장은 “문화재보호법에는 향토적 가치가 있는 유물을 지방문화재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육지부 골동품상을 떠돌던 돌부처가 과연 제주의 문화재인지, 실제 가치는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3~4년만에 제주바람에 풍화돼 돌부처가 훼손된 것이냐. 5억원의 보조금 지원 사유가 궁색하다”며 “지원된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우선적으로 문화재 가치부터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문화재자료 지정은 문화재청 전문위원의 의견을 토대로 한 것”이라며 “보호누각 건립 예산 지원은 문화재 활용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31일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서도 “문화재자료의 보호.육성을 위해 예산편성지침을 따랐다”며 “대웅전과 산신각 등은 예산 지원과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도 전체 문화재는 370여곳이며 이중 사찰 관련 문화재는 21건이다. 민선5기 도정 들어 사찰 문화재 지원이 늘었으며 총 지원액은 42억원 가량이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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