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크레딧 가까이보기'서 만난 사람' 6. 시나리오 작가 심 산>

심 산은 시나리오계에서 유명한 사람이다.

▲ 시나리오 작가 심 산.ⓒ이영윤
역설적으로 그는 시나리오를 쓰겠단 사람에게 "시나리오 쓰지 마라"라는 말을 곧잘 한다. 그러면서 ‘심산스쿨’을 운영하며 가혹할 정도로 후진 양성에 매진한다.

그는 ‘시나리오’를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들에 대해 맹렬히 비판한다. 엇나간 시각은 구조적 모순을 형성하는 싹이 된다.

심 작가는 시나리오 교육을 통해 후진들과 구조적 문제점을 타파하는데 앞장선다.

‘시나리오’가 고유 창작물로써 인정되고, 시나리오 작가가 안정된 생활을 바탕으로 열정과 창의력을 무한히 발휘할 수 있도록 변화의 걸음을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18일 ‘엔딩크레딧 가까이보기’서 강연한 심 산 작가는 이 같은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면서 영화계 현안인 ‘스크린쿼터 축소’문제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시나리오에 대한 잘못된 시각이 바로 잡힌다? 한국영화가 지금처럼 발전속도를 낸다면 10년 걸린다. 만약 스크린쿼터가 축소됐다고 하자. 그동안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 “시나리오 작가권익 보호할 때”

그는 최근 시나리오 작가 조합을 만들었다. 시나리오 작가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다.

대체 ‘시나리오 작갗들의 권익이 어떻길래?

심 작가는 “시나리오 저작권이 작가에게 없다. 우선 이 잘못된 법안을 바로잡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시나리오 작가의 현실을 살짝 공개한다.

심 작가는 “미국에서는 시나리오 저작권은 시나리오 작가에게 있다. 한국에서는 저작권을 갖지 못하다보니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심 작가의 말을 빌리면 우리나라 영화계가 세계에서 1위하는 것이 2개가 있다고 한다.

하나가 국내 영화시장 점유율.

나머지는 매년 개봉되는 영화 중 각본, 감독을 한 영화의 비율이 가장 많다는 것.

이는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열악한 대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투자를 위해 시나리오를 쓴 작가의 이름은 감독의 이름 뒤에 밀려나는 관례가 용인되는 것이다.

한 해 한국에서 제작되는 제작 편수 중 40%가 각본 감독이 같은 경우다.

“우리나라 시나리오 작가들은 보통 한 작품에 2년 이상 매달린다. 고치는 작업을 수차례 거쳐 작품을 개봉시켜도 경제적으로 제대로운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시나리오 작가들의 바람과 반대로 각본 감독이 같이가는 관례는 갈수록 늘고 있다. 이는 앞으로 제작조합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 ‘시나리오 마켓’ 제도 기대

심 작가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시나리오 마켓’ 제도를 설명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진행하는 제도로 종전 시나리오 작가들의 데뷔 무대였던 ‘공모전’에서 진화된 개념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시나리오를 데이터베이스화 하기 위해 ‘시나리오 공모전’과 테이터베이스 개념을 합쳐 ‘시나리오 마켓’ 제도를 탄생시켰다.

시나리오를 쓰고 픈 이는 작품 질에 상관없이 ‘시나리오 마켓’ 사이트에 2만원을 내고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등록하면 된다.

한달에 한번 심사위원들이 등록된 시나리오를 심사하고, 5개를 추천작으로 선정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각 영화제작사들은 시나리오 마켓에 자주들러 ‘작품’이 될만한 것들을 물색한다.

기존 ‘시나리오 공모전’이 당선작만 인정되고 나머지 것들은 폐기처분되는 문제를 해소했다.

‘시나리오 마켓’에서 처음 영화제작사에 팔린 작품이 올 봄 개봉예정인 조승우 강혜정 주연의 ‘도마뱀’이다.

“시나리오 작가들에게는 유리한 제도다. 그동안 공모전에 떨어지면 영화제작사를 찾아다니며 원고를 들이밀어야 했다. 제작사가 한가하다고 읽어주겠나. 그런 점에서 보면 마켓은 시나리오 선발에 있어서 융통성과 효율성을 갖춘 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시나리오 마켓에 올라있는 작품에 대해 저작권 등의 분쟁이 있으면 마켓에서 조정을 한다. 작가들이 굳이 나설 필요도 없다.

이제 작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시나리오 마켓에 올라있는 작품은 등록된 사람이면 누구나 읽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작가적 명성을 세우겠다면 자신의 작품에 매서운 채찍질을 가해야 할 것이다.

# ‘심산 스쿨’과 시나리오 작가의 미래

   
심 작가는 그동안 시나리오 교육이 체계적이지 못했다고 문제삼았다. ‘심산 스쿨’은 그 문제에 반응하듯 생겨난 공간이다. 다양한 교육방식이 실험되고 있다.

심 작가는 스스로 체질상 멜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멜로 호러 코믹 등 장르별로 나눠 시나리오 워크숍을 진행하는 이유다.

‘심산 스쿨’은 인재 양성소 동시에 시나리오 작가 ‘에이젼시’ 기능까지 도맡는다.

“어떻게 좋은 시나리오를 충무로에 팔 것인가. 그러면서 권익은 보호할 것인가. 이것이 과제다. 글 잘쓰는 인재를 적극 밀어주겠다고 자처한 것이다”

그는 제자들에게 가혹하다. 제자들이 써온 작품에 대해 50점을 넘기지 않는다. ‘사랑의 매(?)’를 들기도 한다.

아마 현장에서 느꼈던 ‘시나리오’에 대한 잘못된 시각은 ‘매’로 다스릴 수 없을 정도로 더 가혹한 것임을 강조하는 듯하다.

심 작가는 제자들과 함께 지금도 한국영화계에 ‘사랑의 매질’을 하는데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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