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심사위원 “도청 공무원, 특정후보 '밀어주기' 종용”...교수 개입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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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립미술관 전경. ⓒ제주의소리

제주도립미술관장 선임 과정에서 공무원이 심사에 개입해 특정 후보에게 높은 점수를 주도록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선발시험위원회에 참여한 5명의 위원 중 복수의 위원에게 도청 공무원이 특정인을 선정하도록 유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제주도는 개방형직위인 도립미술관장을 선임하기 위해 공모를 거쳐 5명의 후보자를 받았고, 지난 8일 선발시험위원회 심사를 통해 3명의 후보자를 추천했다.

이 결과는 인사위원회를 거쳐 임명권자인 도지사에게 전해졌고, 직전 도립미술관장인 김현숙씨의 친동생 김연숙씨가 임명됐다.

공무원 개입 문제는 지난 8일 열린 선발시험위원회 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다. 

심사에 참여했던 A위원은 19일 [제주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공무원의)심사개입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담당부서 공무원이 심사위원들에게 김연숙 관장이 3위 안에만 들도록, 과락이 되지 않도록 점수를 조정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공무원은 ‘솔직히 이 사람(김연숙)을 (1순위로)했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한 것”이라며 “하지만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래의 판단대로 점수를 매기자 ‘그렇게 부탁했는데 처리를 잘 안해줬다’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밝혔다.

B위원 역시 “채점하는 과정에서 공무원 한 명이 와서 ‘세 분을 추천해서 올려야 하는데 (과락이 아닌 응모자가)두 분 밖에 안된다”며 “세 분을 못 올리면 인사위원회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점수차를 좀 줄여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당시 점수차가 도저히 순위변동이 불가능할 만큼 컸기 때문에, ‘공무원이 설마 장난을 치겠냐’는 생각에 (김연숙 응모자의)점수를 소폭 상향 조정해줬는데 결과를 보니 ‘이건 정말 문제다’고 생각했다”며 “심사위원회 채점 외에 다른 심사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심사에 참여한 서기관 직급의 제주도 산하 기관장 C위원은 답변을 거부했고, 역시 제주도 산하 기관 소속 D위원은 “그런(점수 조정) 권유를 받은 적이 없다”고 공무원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E위원은 “이 부분은 아주 민감한 사항”이라며 “지금 단계에서는 답변을 못 드린다. 이해바란다”고 즉답을 피해다가 "공무원이 개입했다는 증언이 있다"고 하자, 그제서야 "그 말이 맞지 않겠냐"고 공무원 개입 의혹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 위원은 또 "(다양한)목소리를 듣고 있고, 제 위치에서 움직여보려 하고 있다. 올바르게 가야되겠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종의 '제스처'를 취할 것임을 암시했다.

도립미술관장 선발은 선발시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인사위원회에 통보되는 수순을 밟는다. 인사위에서는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최종 임명권자인 도지사에게 보고한다. 임명권자도 결격사유가 될 만한 문제가 없으면 선발시험위의 결과를 존중하는 게 관례지만, 이번 도립미술관장 최종 선정 과정에선 순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점수 폭이 너무 큰 것은 아닌지, 어느 쪽에 편중돼서 한 것은 아닌지 의견들을 의논하면서 이 내용을 추천서에 적는다”며 “1순위, 2순위, 3순위를 정해 추천서와 함께 최종임명권자(도지사)에게 추천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객관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나 정황이 증명이 되면 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사 개입 의혹을 받고있는 A공무원은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사실무근”이라며 “공무원이 그렇게 할 수가 없다”며 개입 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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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숙 제주도립미술관장 선임에 미술계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17일 제주대 미술학과 강민석 교수 등이 도립미술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제주의소리

또다른 의혹도 있다. 미술계에선 하위직 공무원인 A씨가 도립미술관장 임명을 좌지우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입장이다. 훨씬 윗선이 움직였다는 얘기다.  

결국 A씨는 윗선 누군가의 지시를 전달하는 역할에 불과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도지사 선거에 깊이 관여했던 도내 모 대학 교수가 '진원지'라는 소문도 나돌고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술계 인사는 "공무원 A씨는 '메신저' 역할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선거 이후 막후에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것으로 알려진 교수가 이번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그런 정황을 알고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술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중량감있는 한 인사는 "제주도에서 모 심사위원에게 특정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직접적인 메시지가 있었다"며 "해당 심사위원은 반발했지만 결국 심사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고위공무원 B씨는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오는 지 모르겠다. 마음이 아프다"며 "모든 심사는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존중해서 그 순위 그대로 인사위에서 검증을 받았다"며 "인사위원회에서 순위가 뒤집어진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미술협회와 탐라미술인협회 등 도내 미술계 주요단체는 지난 13일 김연숙 관장 임명에 대한 비판 논평을 낸데 이어 지난 17일부터는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도청 등에서 심사과정 공개 등을 주장하며 피켓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또 김 관장의 '사퇴'와 함께 '재공모'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친자매 연속 임용’으로 촉발된 도립미술관장 인사 논란의 중심에 공무원들이 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이번 심사를 통해 임용된 김연숙 관장의 적격 여부에 대한 논란이 미술계를 중심으로 한동안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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