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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무원 인사청탁 수사 배경] 원 지사, 직접통화 확인 후 수사의뢰 "딱 걸렸어" 

소방공무원 인사청탁 의혹이 수면위로 떠오른 직접적 배경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16일 [제주의소리]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8월11일 제주도가 검찰에 인사청탁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면서 원 지사가 직접 확보한 증거물을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넘어간 증거물은 인사청탁이 있었다는 휴대전화 통화내역이다. 음성 속 주인공은 다름아닌 원 지사와 구속된 손모(59)씨에게 돈을 건넨 소방 간부 공무원의 부인 A씨다.

A씨는 8월10일 원 지사에게 문자메시지 한통을 보냈다. 내용은 “도지사 부인에게 3000만원을 전달했는데 남편이 승진에서 탈락했다. 그럼 돈을 돌려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원 지사는 곧바로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여부를 확인했다.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오자 원 지사는 직접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에 나섰다.

A씨는 원 지사와 통화에서 "브로커가 '3000만원을 주면 원 지사를 통해 남편을 승진시켜주겠다'고 해서 마이너스 통장에서 3000만원을 빼서 전달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통화 내용을 모두 녹음했고 A씨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고 브로커의 실체에 대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튿날인 8월11일 검찰에 공식적으로 수사를 요청했다.

A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인사청탁 과정에서 이른바 '배달사고'가 났다는 얘기다.  

청탁 의혹에 휩싸인 소방직 인사는 8월4일자로 이뤄졌다. 당시 제주도는 지방소방령 2명을 소방서장 직급인 지방소방정으로 승진 임용하는 등 13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A씨의 남편은 승진 대상에서 빠졌다. A씨는 금품을 내세워 청탁에 나섰으나 남편이 승진에서 미끄러졌고 이후 돈이 돌아오지 않자 직접 도지사에 항의 아닌 항의를 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문자메시지 한통이 검찰 수사로 이어질 줄은 예상이나 했을까. 도지사를 상대한 대범함까지는 좋았으나 결과적으로는 된통 걸린 꼴이 됐다. 본인도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수사의뢰 열흘만인 8월22일 A씨와 알선책 손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두 사람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계좌도 압수수색해 돈이 오간 사실을 확인했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손씨가 받은 돈이 3000만원이 아닌 8000만원 이상인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돈이 인사청탁을 위한 대가성 금품인 것으로 보고 13일 손씨를 전격 구속했다.

검찰은 손씨가 인사청탁 명목으로 받은 금품이 고위직 간부 등 특정인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8000만원의 사용처 확인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실제 금품이 도청 간부에 넘어간 정황이 확인되면 인사청탁 수사는 도내 공직사회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 검찰의 칼끝이 서서히 공무원들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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