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지 의장, 제주도-의회 예산협치시대 제안…“예산편성 관행 개혁해야”

제주도의회가 새해 예산편성과 관련해 원희룡 도정에 ‘협치 시대’를 열자고 제안했다.

구성지 의장은 14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도의회와 도정이 새해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갈등이 일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이 같이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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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은 14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해 예산편성과 관련해 원희룡 도정에 ‘협치 시대’를 열자고 제안했다.오른쪽은 이선화 의회 운영위원장.  ⓒ제주의소리

구 의장은 먼저 지금까지 이어져온 예산편성 관행부터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까지 예산은 집행부가 편성권을 갖고 의회는 이를 심사하고 의결하는 권한을 행사했다. 예산편성은 도지사가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지역의 건의사항, 도지사 공약사항 중심으로 편성되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이 과정에서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 의원들이 지역주민 의견수렴의 결과를 토대로 예산편성을 요구하면 예산편성권 침해라며 아예 비토하거나 지역구 챙기기라고 하고, 선심성 예산이라고 매도해버렸다”고 비판했다.

구 의장은 “그러다보니 예산에 의원들이 요구하는 사항들을 전혀 반영시키지 않았고, 결국 의회심의 과정에서 대폭 손질돼 증감되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도민들께는 ‘지역구 예산 챙기기’로 비춰지고, 도정 역시 ‘선거예산’이라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예산편성-심사·의결 전 과정의 시스템 개혁을 주문하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혁신해 도의원들이 수렴한 지역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미리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예산의 ‘협치’시대를 열자고 제안했다.

예산 나누기라는 비판을 의식해서는 “단순히 예산을 나누자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도정과 의회가 협의해 투명하고 효율적인 예산운영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의장은 “예산운영 협치의 근간은 의원들이 지역주민들의 뜻을 도정에 요구하면 반영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범위를 도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먼저 예산편성지침을 만들기 전에 의회와 사전 협의를 거칠 것을 제안했다.

또 “예산이 탑다운제에서 말하고 있는 배분에 있어서 일정 규모의 범위 내에서는 의회에서 민생현장의 소리를 현실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정 규모 범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제주도와 협의 과정에서 의원별 20억원 반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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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은 14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해 예산편성과 관련해 원희룡 도정에 ‘협치 시대’를 열자고 제안했다. ⓒ제주의소리
중기지방재정 계획 수립 이전 의회와의 사전협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구 의장은 “중기지방재정계획 수립의 취지는 예산을 계획성 있게 편성하자는 것”이라며 “따라서 계획을 수립하기 이전에 의회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준 상임위원회로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구 의장은 “현재 국회에서도 논의가 되고 있고, 자치단체 중에는 경기도가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면서 “논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구 의장은 “예산에 관한 모든 문제는 예산편성 이전에 정책협의회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면서 “제주의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당장 필요한 예산을 투입해야 할 곳이 어딘지, 좀 천천히 투자해도 될 곳은 어딘지, 그리고 불요불급하거나 중복투자, 예산이 낭비되는 것은 없는지 터놓고 협의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전협의 요구가 도-의회의 갈등으로 비쳐지는 데 대해서도 그는 “도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의 의원들이 예산편성 이전에 협의를 요구하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행위”라며 “이는 예산편성권 침해가 아닌 그 이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의원별 20억 배정’ 요구와 관련해서는 “20억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의원들이 주민들에게 건의 받은 총액을 정리하고 있는데, 의회가 건의를 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 제주도의 오픈 마인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도지사가 수렴한 의견은 되고, 의원들이 수렴한 의견은 안 된다면 이것이 비정상”이라며 “도지사가 요구한 예사는 주민복지를 증진시키는 것이고, 도의원이 지역구에 생기는 손톱 밑 가시와 같은 요구를 해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으로 봐온 관행이 지극히 잘못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 그는 “어떤 경로든 모두 도민을 위해 쓰임은 당연한 것.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대변하고 있는 의원들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협치의 좋은 표본이 될 것”이라며 도정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어진 질의 답변에서 구 의장은 “제주도가 가용재원이 4000억원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누가 4000억이라고 인정했느냐”고 반문한 뒤 “제가 예산계장을 해봐서 아는데, 가용예산 판단 보고를 하는데, 거의 고무줄이다. 4천억이 될지, 5천억이 될지 누가 아나”며 제주도의 일방적인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역 의원들이 정치적으로 프리미엄을 얻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역 프리미엄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도 6.4지방선거에서 절반 가까이 교체되지 않았느냐”며 도의원들이 요구하는 예산을 선심성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건전한 시각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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