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문공설시장 글로벌요리경연대회, 러시아팀 우승
제주를 두 번째 고향으로 삼고 있는 외국인들이 오랜만에 ‘고향의 맛’을 재현했다. 대회 형식을 빌려 요리솜씨를 겨뤘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음식을 만들었다.
제주서문공설시장 개장 60주년을 맞아 열린 ‘글로벌요리경연대회’의 본선 무대가 29일 오후 2시 시장 2층 요리실에서 열렸다. 앞서 서문공설시장은 60주년 기념 글로벌페스티벌을 28일부터 30일까지 개최하고 있다.
본선 대회에는 10월부터 총 13개 팀이 참여한 예선전을 통해 추려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미국, 베트남 등 4팀이 참여했다.
최이디나, 주코바 에브게니아 씨가 참여한 러시아 팀은 닭고기 육수와 계란 반죽으로 맛을 낸 ‘스프 라프샤’와 러시아 국민들의 즐겨먹는 달콤한 간식 ‘블리느 토릇’을 선보였다.
굴노자, 라조카트혼 씨가 참여한 우즈베키스탄 팀은 밀가루 반죽에 소고기, 양파, 양신료를 넣은 ‘커브르가 솜싸’와 샐러드를 준비했다.
결혼이민자 김하영 씨가 나선 베트남 팀은 쌀가루 반죽 안에 돼지고기, 새우, 당근, 숙주나물을 얇게 잘라 넣은 ‘베트남 부침개’와 가오리무침을 만들었다.
미국 출신의 박유니 씨는 제주산 고기, 각종 야채와 소스로 만든 ‘프레치 크레페’와 제주귤, 고구마 등으로 만든 ‘단맛 크레페’ 및 유채샐러드를 준비했다.
최종 승부를 가리는 무대인만큼 참가자들은 재료부터 소품까지 꼼꼼하게 준비했고, 2시간이란 조리시간 동안 심사위원 이외에는 출입을 통제했다.
2시간 후 완성된 요리는 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맛볼 수 있게 서문예술마켓 무대에 차려졌다.
심사 결과, 우승은 러시아 팀이 차지했으며, 공동 준우승은 우즈베키스탄·베트남 팀, 4등은 미국 팀이 차지했다. 러시아 팀에게는 온누리상품권 100만원이 주어졌다.
양용진 심사위원장은 “러시아 팀은 단순하면서 활용하기 좋은 음식을 선보였다. 제주도민들도 쉽게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1등과 공동 2등이 거의 점수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 4명 모두 높은 음식 수준을 보였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러시아 팀의 최이디나·주코바 에브게니아 씨는 제주에서 와서 결혼생활을 한지 각각 10년, 3년이 되가는 결혼이민자다.
우승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들은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다른 결혼이민자 친구에게 요리경연대회 소식을 접하고 재미로 참여했다”며 “오랜만에 고향에서 먹는 음식을 만드니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준우승을 차지한 김하영 씨도 “음식을 만들면서도 많이 떨렸다. 먹고 싶어도 자주 맛볼 수 없는 고향음식인데 이렇게 만들 수 있어 뿌듯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고, 굴노자, 라조카트혼 씨도 “고향이 그리울 때면 제주에 있는 다른 우즈베키스탄 친구들과 이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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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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