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검찰에 ‘소송지휘’ 신청 시간벌기(?)…“나쁜 선례 될라” vs “도정 발목잡기 부담”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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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의 ‘추천’을 무시(?)한 제주도의 사무처장 인사와 관련한 법적 대응을 놓고 제주도의회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의회와의 협의 후 인사 단행이라는 전례를 깬 것은 분명 문제지만 그렇다고 법적 소송까지 갈 경우 도정 발목잡기로 비쳐지는데 대한 부담이 만만찮다. 반면 의회인사권 독립이라는 흐름을 후퇴시킨 상징적인 사건으로 떠오른 마당에 조용히 덮고 넘어갈 수도 없어 난감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15일 자로 단행된 제주도 간부급 상반기 정기인사(의회 사무처장)가 있기 난 후인 16일 전체의원 간담회를 갖고 “헌법정신과 지방자치법을 위반했다”며 법적 소송을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일단 도의회는 ‘인사발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에 앞서 검찰에 ‘소송 지휘’ 신청을 냈다. 검찰의 소송지휘 결정은 금주 중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도의회는 검찰의 소송지휘 결과가 나오면 이를 검토해 가처분 신청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에는 ‘인사발령 무효확인 소송’까지 진행한다는 로드맵을 세워놓고 있다.

의회 내부에서는 제주도가 법제처 유권해석을 근거로 “문제가 없다”고 한 지방자치법 제91조2항 중‘의장의 추천에 따라’라는 내용에 대한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가처분 및 본안소송을 통해 의장의 추천권한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이는 인사권을 둘러싼 도정과의 신경전 차원을 넘어 ‘의회 인사권 독립’ 문제와 관련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는 시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주 중 전국 시·도의회가 지방자치법 개정안과 관련한 실무회의 때 이번 제주도의 ‘인사파동’ 사례를 보고해, 전국 시·도의회 차원의 공동대응 방안도 모색키로 했다.

도의회 관계자는 “사무직원의 임명과 관련해서는 지방자치법이 ‘협의→추천에 의해→추천에 따라’ 등으로 의장의 추천을 실질적 귀속행위로 보는 쪽으로 진화해왔다”면서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의회인사권 독립을 명문화했고, 행정자치부도 의회인사권 독립을 강화하는 쪽으로 지방자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제주도가 의회 사무처장 인사 과정에서 보인 행태는 이러한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의원도 “이번 사안은 의회 인사권 독립과 관련해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면서 “타 시·도의회도 지켜보고 있는 만큼 사법부의 판단으로 논란을 종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의회의 자치입법권과 인사독립권을 강화하고, 지방의회 소속 전 직원의 인사권을 의장이 갖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인사파동이 예산전쟁의 연장선에서 감정적 대응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B의원은 “지금까지의 인사 관행을 무시한 도정의 행태는 잘못된 게 맞다”면서도 “그렇다고 사사건건 도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도민사회의 우려를 모른 척 할 수도 없다. 정치를 복원해 대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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