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크레딧 가까이보기-만난 사람] 영화감독 김현석

'광식이동생광태'를 만든 김현석 감독이 ‘엔딩크레딧 가까이보기’ 자리에 섰다.

스스로 “가슴 따뜻한 상업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밝힐 만큼 대중들에게 웃음과 위안을 주는 작품경력을 차분히 쌓아가고 있다.

제주를 찾은 김에 김 감독은 아예 한가로운 제주 자연 아래서 시나리오를 쓰겠노라고 다짐하고 짐을 한보따리 싸왔다.

공개하긴 힘들지만 다음 작품은 야구광인 그의 이력을 나타내듯 ‘5.18’과 ‘야구’와 ‘선동열’을 접목시킨 영화다.

# “감독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 영화감독 김현석.
관객을 만난 김 감독에게서 현장을 진두지휘한 카리스마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뜸 묻는다. “감독 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그걸 알고 싶어서 왔는데요’ 관객들이 말은 하지 않지만 속으론 질문에 의아한 속마음을 내보였다.

“감독은 작품의 기획에서부터 개봉까지 모두를 책임집니다. 특히 한국에서는요”

유난히 각본, 감독을 함께하는 감독들이 많은 국내 현실에서 감독이 영화 제작 전 과정을 책임지는 상황은 헐리우드를 비롯한 외국과 다르다.

“헐리우드는 영화 촬영과정에만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요. 촬영이 뒤로 미뤄지면 공백기간에 다른 작품을 찍는 예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감독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굳이 장편영화가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여러분도 충분히 감독 할 수 있어요”

거의 감독 ‘그까이꺼’ 수준이다.

그도 그럴것이 김 감독 자체가 감독을 향해 일방통행 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학도다. 대학시절 영화동아리에 발을 들여놓은게 영화를 본격적으로 만난 계기다.

“동아리를 하면서 군대를 가게 됐어요. 뭔가 결실이 필요했어요. 입대 전에 시나리오를 쓰기로 결심했죠. 부랴부랴 써서 공모전에 냈는데, 그 작품이 '사랑하기 좋은날' 이에요”
'사랑하기 좋은 날'. 1995년 최민수 지수원이 주연했던 영화 시나리오 작가라니. 야구광 답게 '사랑하기 좋은 날'에도 지수원이 야구장내 아나운서로 출연하기도 한다.

이를 시작으로 김 감독은 임창정 고소영 주연의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시나리오를 쓰고 김기덕 감독의 '섬' 등에서 조감독 하며 차근차근 감독 수업을 밟았다.

그렇게 김 감독은 숙원했던 데뷔작 을 2002년 공개했다.

# '광식이동생광태' 원래 광식이는 ‘최민식’?

   
김 감독이 말하는 '광식이동생광태' 제작 뒷 얘기.

당초 광식이는 ‘최민식’씨가 섭외 대상이었다. 실제 영화에서 ‘광식’ 역을 맡은 김주혁은 ‘광태’역으로 낙점받은 상태.

“광태는 제 나이 또래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저와 동갑인 김주혁씨를 광태로 점 찍었죠. 그래서 그 형인 광식이는 ‘최민식’씨 정도로 검토됐었죠”

하지만 김 감독은 제작사와 논의 끝에 광식이를 자신의 또래와 같은 나이로 내렸다. 결국 김주혁씨가 ‘광식’역을 맡았다.

봉태규 ‘광태’역도 쉽지 않은 캐스팅 과정이 있었다.

“광태 본 캐릭터가 바람둥이잖아요. 처음엔 꽃미남 계열의 스타들이 섭외 대상이었어요. 강동원 김래원 현 빈 등”

꽃미남들의 거절이 이어지고 제작진의 고민이 늘면서 광태역에 욕심을 보인 봉태규에게 시나리오가 쥐어졌다.

“봉태규씨는 시나리오를 받고 세 시간 뒤에 승낙하더라구요. 당시 꽃미남 배우 한 명이 광태역을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제작진은 봉태규씨를 믿고 맡겼어요”

결과는 대 성공. '광식이동생광태'는 목표였던 전국 관객 150만명을 훌쩍 뛰어넘는 200만명 이상의 흥행성적을 거뒀다.

캐스팅도 효과 만점이었다. 광식과 광태역에 김주혁 봉태규를 빼고 다른 배우들을 넣기엔 어색하다는 평가가 이어졌으니.

김 감독에겐 더 큰 기쁨이었다. 큰 흥행을 기대하던 이 기대밖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아픈 추억도 추억인지라 김 감독은 데뷔작을 통해 겪은 아픔을 이렇게 달랬다.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은 초호화 캐스팅이었어요. 송강호 김혜수 김주혁 황정민 조승우 등”

# “스포츠 영화는 힘들어”

차기작도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인 만큼 김 감독은 스포츠를 좋아하고 잘 아는 분야다. 그래서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

“공 던지고 치고 이런 장면을 연출하기가 쉽지 않아요. 카메라 기술이 더 정교해야 하고 배우들의 노력도 많이 들고, 가급적 하지 마세요 (웃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팀이 4강에 진출한 지금 이 개봉했다면 성적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김 감독은 “2002 월드컵때 축구를 소재로 한 '보리울의 여름'(차인표 박영규 주연)이 개봉했는데 잘 안됐어요. 장담할 순 없는 거에요”

이번에도 야구영화가 안 터지면 앞으로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는 하지 않겠다는 김 감독. 그의 열정과 의지를 살려주기 위해서라도 그가 만든 영화는 열심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괜한 동정심일까, 아니면 내가 그의 전략에 말려든걸까.

어쨌거나 국내에서 좋은 영화, 인간미가 흠뻑 묻어나는 따뜻한 영화 많이 만들길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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