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조건부 의견, '권고' 사항으로 바뀌어...사업자는 '신규부지 숙박시설 제외' 미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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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 조감도.

제주 최대 개발사업인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과 관련, 제주도의 밀어주기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에서 나온 환경단체 측 위원들의 조건부 동의 의견이 환경영향평가 심의보완서 검토 심의에서 '권고사항'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 소속 심의위원들은 회의의 불공정성 지적과 함께 도가 사업자에게 노골적인 특혜를 주고 있다며 회의 자체를 불참하는 입장을 밝혔고, 오라동 일부 주민들은 이같은 환경단체 입장에 반발했다.

제주도는 14일 오후 1시 도청 4층 탐라홀에서 '제주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심의보완서 검토'를 위한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를 소집했다.

이날 회의는 시작부터 파행을 빚었다. 환경단체 소속 심의위원들이 불참을 선언한 것.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사무처장, 김미정 제주참여환경연대 전 사무국장은 회의장 앞에서 '불참'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조건부 사항에 대해 별도의 대면 회의를 개최하자고 합의가 된 후에 해야 하는데 다수 위원들이 일축하면서 조건부 통과됐었다"며 "오라단지 사업자가 심의보완서를 제주도에 제출하면서 조건부 동의 내용 40%를 반영하지 않았다. 이번 회의는 사업자를 봐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심의보완서 검토 회의는 유례도 없고, 근거도 없는 것으로 회의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사업자에 특혜를 주는 것이어서 불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제주 최대 개발사업으로 환경영향평가심의위가 좀 더 신중하게 심의해야 하는데 제주도가 앞장서서 지하수나 하수, 환경총량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조건부 통과시키는 데 일조했다"며 "그런데 조건부 내용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를 위해 또 회의를 여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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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단체 소속 심의위원(김정순-이영웅-김미정)들이 회의 불참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환경단체의 기자회견에 맞서 오라동 일부 주민들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항의하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환경단체 위원들의 퇴장 속에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는 1시간여 회의를 마치고, 조건부 동의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사업자의 심의보완서를 통과시켰다.

지난 9월21일 조건부 동의 내용에는 총 49건이 있었다. 하지만 제주도는 환경단체가 제시한 7건의 조건을 '권고사항'으로 바꿔놓았다.

재심의를 주장한 환경단체 심의위원들의 의견을 '조건부 의견'이 아닌 것으로, 제주도가 아예 배제시킨 것이다. 

제주도는 통상적으로 각종 위원회 결과를 일주일 이내에 공고하지만, 오라단지의 경우 25일째 조건부 동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회의가 끝나 후 가진 브리핑에서 환경단체 소속 심의위원들이 조건부 의견을 왜 권고사항으로 변경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가 결정한 사항에 대해 제주도가 결정할 수 있다"며 환경영향평가심의위를 무력화시키는 듯한 발언도 했다.

더욱 큰 문제는 오라단지 사업자인 JCC가 환경단체 심의위원이 제기한 것이 아닌,  '신규 추가부지 내 콘도시설을 제척해야 된다'는 조건부 의견까지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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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가 14일 오후 1시 도청 4층 회의실에서 오라관광단지 환경영향평가 심의보완서 검토를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사업자는 "추가 부지는 배치상 마이스센터를 중심축으로 각 시설들이 원활하게 연결되는 동선계획을 통해 휴양문화시설 중심의 테마파크와 휴양콘도로 돼 있다"며 "전체 대지 내 휴양콘도 비율은 13.1%로 반영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는 사업자가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심의보완서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제주도가 대놓고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을 밀어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원희룡 지사는 오라단지 사업에 대해 "이미 사업을 추진한 지 오래된 곳으로 일차적으로 2년 전에 제시했던 '산록도로-평화로 위 한라산 방면 개발가이드라인'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개발가이드라인 바로 밑에 있지만, 지대가 높다는 이유로 개발을 일절 못하게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옹호한 바 있다.

오라관광단지는 지난 2월 경관심의, 6월 교통영향평가, 7월15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이어 이날 환경영향평가까지 속전속결로 통과했다.

논란이 있는 대부분의 개발사업이 한 두 차례 제동이 걸리는 데 반해 오라관광단지는 한번도 재심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 

제주도는 심의보완서가 환경영향평가심의위를 통과함에 따라 조만간 제주도의회 동의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한편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중국자본이 주도하는 JCC(주)가 제주시 오라2동 일대 357만5753㎡ 부지에 2021년 12월까지 사업비 6조2800억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로, 사업 면적과 투자금액 모두 제주 최대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7650석 규모의 초대형 MICE 컨벤션, 5성급 호텔 2500실과 분양형 콘도 1815실 등 숙박시설만 4300실이 넘는다. 상업시설용지에 면세백화점과 명품빌리지, 글로벌 백화점, 실내형 테마파크를 설치하고, 휴양문화시설용지에 워터파크, 체육시설에 18홀 골프장이 각각 들어선다. 

'카지노'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복합리조트'를 준비중인 만큼 사업자측은 사실상 카지노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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