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위기의 곶자왈] ② 사파리월드까지 추진...실태조사 틈타 개발 가속화 우려

부동산 광풍에 따른 각종 개발행위로 제주의 허파인 곶자왈이 위기를 맞고 있다. 골재 확보를 위해 곶자왈 숨골에 채석장이 들어서고 대규모 개발사업도 여전히 숲을 위협하고 있다. 제주도가 곶자왈 실태조사와 보전방안 마련을 위한 용역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호와 관리를 위한 제도개선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제주의소리>가 곶자왈 파괴 현장을 둘러보고 보존을 위한 방안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부동산 광풍 속 제주의 허파 곳곳이 초토화
②다시 그리는 제주 곶자왈 지도 ‘위기의 경계지’
③청정과 공존의 제주도 곶자왈 보전 근거 마련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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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추진중인 제주사파리월드 예정부지. 제주도의 곶자왈 실태조사를 통해 새롭게 곶자왈 지역에 포함될 예정이다. 오른쪽은 이미 개발이 이뤄진 골프장. ⓒ제주의소리 <촬영 김제남·박재홍 PD>
제348회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제주도의 업무보고가 이뤄지던 지난 15일.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실에서 강경식 의원(무소속·제주시 이도2동 갑)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동백동산과 만장굴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생물학적 가치가 높은 곳이예요. 곶자왈과 습지 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사업에 도유지를 임대해줘서는 안됩니다”

제주 사파리월드 조성사업에 대한 우려였다. 사파리월드는 (주)바바쿠트빌리지가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99만1072㎡ 부지에 1500억원을 투입해 관광호텔과 사파리 등 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자측은 2015년 제주도에 도시관리계획 사전입지검토 신청서를 제출하고 올해초부터 환경영향평가서(초안) 주민공람과 주민설명회 등의 절차를 진행중이다.

문제는 사업부지가 곶자왈 경계지에 포함돼 환경파괴가 우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사업부지 중 74만4480㎡는 동복리 마을 소유다. 나머지 25.5%, 24만6592㎡는 공유지다.

사업자측은 마을의 협조를 얻어 사업부지를 50년간 임대한 후 관련 시설들을 마을회에 기부채납하는 계획을 세웠다. 사업부지에 공유지까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환경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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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장 너머로 제주사라피월드 예정부지가 보인다. 전체 사업부지 중 일부는 공유지가 포함돼 있다. ⓒ제주의소리 <촬영 김제남·박재홍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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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사파리월드 예정부지는 현재 진행중인 곶자왈 실태조사를 통해 곶자왈 경계지로 포함될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촬영 김제남·박재홍 PD>

해당 부지는 1970년 이전까지만 해도 말을 키우던 목장이었다. 이 같은 풍경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40년 이상 원시림 상태를 유지해 오고 있다.

사파리월드 사업부지는 북오름에서 나온 용암이 동백동산과 세인트포 골프장 주변으로 흐르고, 이후 거문오름 용암류가 만장굴 주변까지 이동하면서 만들어진 곶자왈에 속한다.

사업부지 서쪽 150m에는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동백동산이 자리잡고 있다. 동백동산은 제주도 기념물로 지정된 선흘리 백서향과 변산일엽 군락지로 이어지는 생태축이다.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포함된 습지도 14곳에 이른다. 환경부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인 제주고사리삼과 순채가 1000여 개체 자라고 있다. 백서향 등 희귀식물도 뿌리를 내린 곳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사업예정지는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등 생태계가 매우 뛰어난 곳에 접해있다”며 “제주도는 공유지 임대 불허방침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부지는 제주도 지하수보전관리계획(2000년)에 따라 관리되는 곶자왈에 포함되지 않는다. 곶자왈 보전관리를 위한 종합계획 수립용역(2014년)에서도 곶자왈 대상에서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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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개발행위로 신음하는 제주 곶자왈. 도로를 기준으로 오른쪽은 골프장, 왼쪽은 대형관광개발 사업이 추진중이다. ⓒ제주의소리 <촬영 김제남·박재홍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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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임야. 곶자왈 경계지에 중장비가 동원돼 토지 평탄화 작업이 이뤄졌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반면 현재 제주도가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진행중인 ‘제주 곶자왈지대 실태조사 및 보전관리방안 수립’ 용역에서는 지질학적으로 곶자왈에 포함될 지역이다.

제주도는 올해까지 사업비 7억원을 투입해 곶자왈 지도를 다시 그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곶자왈 경계지 위치가 바뀌고 면적도 달라진다.

곶자왈 지도가 새로 만들어져도 개발행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사파리월드도 생태계보전지구 3등급 이하와 지하수보전지구 3등급 이하가 사업부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 지역은 30% 범위에서 산지전용이 가능하고 공공하수도를 연결하거나 개인하수처리 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개발행위를 할 수 있다.

제주도는 새로운 곶자왈 경계지가 설정되면 보호지역에 대한 보전관리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훼손된 곶자왈 지역에는 지하수 보전관리 방안도 세울 방침이다.

사유지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토지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곶자왈지대 포함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에 대비해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밀검증과 주민공람 절차 등도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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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임야. 곶자왈 경계지에 중장비가 동원돼 토지 평탄화 작업이 이뤄졌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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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임야. 곶자왈 경계지에 중장비가 동원돼 토지 평탄화 작업이 이뤄졌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곶자왈 실태조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토지주들의 재산권 제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곶자왈 경계지 발표 전에 토지를 매매하거나 서둘러 건축에 나서는 사례도 있다.

경계지 조사가 이뤄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한 임야의 경우 최근 토지 평탄화 작업이 이뤄져 자치경찰이 불법 산지전용 여부를 확인중이다.

안덕곶자왈 경계지에 위치한 이 지역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벌률상 보전관리지역에 포함돼 있다. 지하수보전등급은 2등급, 생태계보전등급은 4-2등급, 5등급에 속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곶자왈지대 실태조사는 제로(Zero) 상태에서 곶자왈의 경계지를 설정하는 전면적인 재조사”라며 “경계지 설정 전에 개발행위를 위한 신고가 폭주할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전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용역이 끝나면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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