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가계대출 증가율 1위’. 최근 제주가 달게 된 이 꼬리표는 부동산과 직결돼있다. 이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소박한(?) 꿈과 투기심리 사이를 넘나든다. 이와 더불어 작년 말부터는 “거품이 빠진다”, “부동산 시장이 위기”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부동산시장 동향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지금, 빚에 짓눌린 제주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창간특집-빚에 짓눌린 제주] (1) 부동산 열풍에 너도나도 대출... 거품 빠지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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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6월 제주 꿈에그린 특별공급 신청일 당시 방문객들이 대거 몰린 제주시 이도2동 제주 꿈에그린 견본주택. 길게 늘어선 줄은 건물을 한바퀴 감을 정도였다. ⓒ 제주의소리

최근 몇 년 사이 제주의 부동산 열풍이 바꿔놓은 건 일상 속 대화 패턴이나 뉴스 헤드라인 뿐만이 아니다. 생활과 밀접한 금융 분야의 변화는 부동산 과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말 제주지역 가계대출 잔액은 11조3000억원. 1년 사이 3조2000억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상승률만 따지면 38.9%다. 이는 전국 평균(11.9%)을 3배 이상 훌쩍 뛰어넘는 것은 물론 2008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에 따라 가구 당 가계대출 규모는 5039만원을 기록해 전국평균(4654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GRDP 대비 가계대출 비율도 73.4%로 전국 평균(58.1%)은 물론 수도권(69.4%)보다 더 높아 사실상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력에 비해 많은 빚을 졌다는 얘기다.

부동산 과열의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최근 제주지역의 뚜렷한 특징. 그럼에도 작년 제주도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다소 의외의 측면이 있다.

정부는 예금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고담보대출을 비거치식으로 분할 상환토록 하고,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작년 5월 전국으로 확대 실시했다. 그러자 주택담보대출의 증가폭이 다소 줄고, 토지나 상가 등 기타대출로 수요가 집중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기타대출 증가율이 전국 1위이자 역대최대인 42.8%를 기록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후 주택담보대출의 증가폭이 감소했음에도 전국 1위를 차지했다는 점. 작년 기준 도내 예금취급기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조2963억원으로 1년 전보다 32.9% 증가했다. 이는 전국 18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정부의 대책도 제주의 가계대출 행렬을 막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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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제주지역 가계대출 증가율. 그 증가세가 전국에서 가장 가파랐다. ⓒ 한국은행

항간에서는 이미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데다 제주도의 부동산투기대책본부 운영과 농지사용실태 전수조사, 토지분할금지 등 각종 규제 강화 등으로 상승세가 둔화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상승세는 무섭다. 작년 후반기 들어 주택거래량과 토지거래량이 감소하고 주택매매지수와 지가지수의 상승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뜨겁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제주지역 지가 상승률은 8.33%로 전국 평균(2.70%)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를 차지했다. 한국감정원은 작년 제주지역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4.63%로 전국 평균(0.71%)을 웃도는 것은 물론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백윤아 조사역은 “주택담보대출과 주택외 담보대출의 증가세를 보면 부동산과 관련이 없을 수가 없다”며 “실수요 위주의 대출 증가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고 주택 가격이 내리거나 금리 인상 시 상환 부담이 커지게 되고 가계와 금융기관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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