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일당이 제주를 타깃으로 무차별적인 전화공격을 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경찰이 지능범죄팀 등 가용인력을 대거 동원해 범인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보이스피싱으로 단 2시간만에 3명이 1억2400만원을 털리는 사건이 발생하자 21일 긴급 피해경보를 발령하고 금융감독원과 추가 피해 방지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20일 오전 10시쯤 제주시에 거주하는 A(68.여)씨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와 “아들이 보증 선 돈을 갚지 않아 잡아왔다. 장기적출을 하겠다”며 협박했다.

감짝 놀란 A씨는 제주시 노형동 이마트 앞에서 40~50대로 추정되는 남성을 직접 만나 현금 2400만원을 건넸다. 돈을 받은 피의자는 곧바로 현장에서 벗어나 도주했다.

이날 오전 9시쯤에는 서귀포시 동홍동에 거주하는 B(73.여)할머니에게 누군가 전화를 걸어 “당신의 우체국 계좌에서 누가 돈을 인출하려고 하니 세탁기에 숨기라”고 말했다.

B할머니는 이 말을 믿고 우체국에서 3000만원을 인출해 세탁기에 숨겼지만, 누군가가 집에 침입해 이 돈을 갖고 사라졌다. B씨가 집을 나간 시간을 노려 범행이 이뤄졌다.

2시간 후인 오전 11시에도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C(76.여)할머니에게 누군가 전화를 걸어 같은 수법으로 돈을 냉장고에 보관하라고 지시했다.

C할머니는 새마을금고에서 7000만원을 찾아 냉장고에 보관했다. 이후 피의자는 다시 전화를 걸어 계좌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며 밖으로 유인한 뒤 집에 들어가 돈을 갖고 달아났다.

오늘(21일) 오전 11시에는 제주시 농협 동문지점에 D(78)할머니가 달려와 3800만원을 급히 인출하려 하자 범죄 가능성을 우려한 농협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설득작업 끝에 D할머니는 자신의 금융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전화를 받고 돈을 찾아 냉장고에 보관하려 했다고 토로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담당 경찰관들을 잠복시켜 피의자들의 뒤를 쫓고 있지만 아직까지 검거에 이르지는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의 경우 특정지역에 집중적으로 범행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사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각 금융권에 협조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화상으로 금융정보 등 개인정보를 확인하거나 예금을 인출해 세탁기 등에 보관하라고 요구하는 일은 절대 없다”며 “이런 전화가 오면 즉각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