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절취' 뒤늦게 파악 허둥대다 기재부 탓..."국책사업-제주미래 사안 모른 건 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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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 신산리 일대. ⓒ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해 12월1일 국토교통부는 기획재정부가 수행한 제주 제2공항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업 타당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개월여만에 홈페이지에 올린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사업 2016년도 예비타당성 조사' 요약보고서는 제주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예타 결과에 따르면 제주 제2공항 장애물 제한표면에는 성산읍과 구좌읍 일대 10개 오름이 저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2공항 동측의 수평표면에 저촉되는 대수산봉의 경우 비행안전을 위해 절취가 필요하며, 토공량 산정시 그 절취량을 반영해야 한다고 예타 보고서는 제시했다.

또한 환경훼손 최소화, 자연경관 보존 등을 위해 제2공항 시계기동(선회접근) 절차를 동편으로 이용하도록 해 서쪽지역의 장애물(오름)은 절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토부가 2015년 11월 제2공항 예정부지를 성산읍 일대로 선정할 당시 밝힌 '환경파괴 최소화' 와는 상반된 내용이었다. 과거 원희룡 제주지사가 "환경보호는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고, 만에 하나 중차대한 환경훼손이 발생한다면 (입지)재검토 요구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 도정의 공식입장"이라고 한 발언이 새삼 주목받게 됐다.

KDI 제2공항 예타 요약보고서가 반향을 일으키자 국토부는 13일 부랴부랴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오름 절취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제주도 역시 14일 오전 김방훈 정무부지사가 기자실을 방문해 국토부와 동일한 입장를 전하며 "제주도의 자연환경은 국제적인 환경자산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며 "오름의 절취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문제는 국토부와 제주도가 기재부의 제2공항 예타 결과 세부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국토부 제2공항 실무책임자인 손명수 공항항행정책관은 13일 <제주의소리>와 전화 통화에서 "기재부와 KDI에서 실시한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우리도 몰랐다, 받아보지 못했다"며 "(예타는)국토부에서 하는 게 아니라 다른 기관(기재부)에서 하는 것이어서 저희도 (결과를)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 정책관은 또 "예타는 국가재정을 투입할 타당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보는 것이지 사업계획을 세우는 것은 아니"라며 "2015년 11월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국토부)에서 발표했듯이 오름 절취 없이 (공항 건설이)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와 마찬가지로 제주도 역시 예타 결과를 자세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원희룡 지사는 13일 제2공항 예타 보고서에 나온 '오름 절취' 내용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고는 공항확충지원본부에 사실 확인을 지시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원 지사는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토부 공직자를 대상으로 제주의 항공·항만 및 물류정책에 관한 특강을 진행했다. 뒤늦게 언론 보도를 전해듣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기재부가 이른바 갑질을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부 예타 보고서는 통상적으로 2개월 이내에 발표해야 하고, 1개월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따른다면 제주 제2공항의 경우 지난 1월31일까지, 1개월 연장하더라도 2월28일까지는 예타 보고서를 발표했어야 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관계기관인 국토부와 제주도에 통보도 하지 않은 채 용역수행기관인 KDI 홈페이지에 요약보고서를 덜컥 올려버린 것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기재부가)국토부와 제주도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예타 보고서를 관계기관에 미리 알려주지도 않았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제주 제2공항 예타 결과를 놓고도 타당성 조사와 전혀 다른 내용이 나와 국토부와 기재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국토부와 제주도가 국책사업의 명운과 제주미래가 달린 제2공항의 예타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 조차 않은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제2공항은 '제주의 대역사(大役事)'라며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공언한 제주도로서는 면목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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