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검증의 계절’을 맞고 있다. 6.1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제주정가에서 치열한 ‘후보 검증’이 시작됐다. 이로 인한 각종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제주도지사 예비주자들 간 폭로전은 과열 양상까지 띠고 있다. 잇따른 의혹 제기와 해명, 반박에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도민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후보 검증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제주의소리>는 6.13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선택 6.13, 후보 톺아보기’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제주특별자치도호’의 선장을 뽑는 막중한 선거인 만큼 각 후보에게 제기되는 의혹과 논란을 샅샅이 살펴보기로 했다. 특정 후보의 유·불리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여·야·무소속 등 어떤 후보도 예외일 수 없다. 억지춘향식 기계적 균형도 지양한다. 눈앞에 닥친 쟁점 사안부터 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후보검증을 위한 현미경을 들이댈 예정이다. [편집자 말]

[선택6.13, 후보 톺아보기] '송일교'-비대 정무라인, 서울본부 '중앙정치 연결통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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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인 2014년 2월 새누리당내 중진차출론에 이끌려 원희룡 예비후보는 전격 민선6기 제주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당시의 모양새였다. 

정치 공백기를 갖고 있었던 원희룡 후보의 귀향은 출향 후 고향과 30년이라는 간극이 있었지만 출마선언만으로도 지지율이 60% 이상 얻을 만큼 도민들의 높은 신뢰를 받았다.

원 후보는 당시 '제주판 3김'으로 불리던 '신구범-우근민-김태환 전 지사'가 1991년부터 24년 동안 번갈아 제주지사를 맡아 왔던 제주정가에 청량감을 줬다.

특히 원 후보의 출마선언은 무소속에서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기며 5번째 출마를 고려하던 우근민 전 지사가 출마를 포기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자연스럽게 제주판 3김 청산을 하는 계기가 됐다.

출마선언 이후 여론조사에서 60%대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인 원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간판으로 끝까지 완주하겠다던 김우남 전 의원을 주저앉혔고, 본선에서 갑자기 등장한 신구범 전 지사를 상대로 사실상 큰 힘 들이지 않고 제주지사에 당선됐다.

선거판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어서인지 당시 원 후보 캠프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새누리당 인사들은 물론 민주당 쪽 인사들까지 원 후보 캠프로 몰렸다. 

30년 동안 제주에 없었던 원 후보는 중앙 무대와의 '끈'을 놓지 않으려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들을 상당수 '육지'(?)에서 데려오기도 했다. 

제주판 3김 정치에 신물이 나 있던 차에 원 후보는 파격적인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주며 기대감을 도민들에게 주기도 했다.

먼저 '세과시용 선거대책기구'를 만들지 않았다. 선거 캠프를 '도민캠프'로 명명하고, 수십명씩 위촉하던 선대위원장이나 본부장, 고문 등의 직책을 두지 않았다. 공식 직책은 사무장과 대변인 뿐이었다.

유세차나 로고송을 활용한 대규모 동원유세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당시에는 '세월호 참사'로 그런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관심을 모았던 건 '백의종군 서약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선거이후 어떤 자리나 이해관계를 바라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캠프 내부 인사들에게 받으며 원희룡표 인사개혁을 예고했다.

원 후보는 당시 언론과 인터뷰에서 "선거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분들이 선거 이후 자리나 이해관계를 바라지 않는다는 백의종군 서약서를 쓰고, 도시락을 지참하면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며 "선거 이후 논공행사에 대하 자기들만의 왈가왈부를 하는 것 자체가 원희룡 캠프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선거가 끝난 이후 자신을 도왔던 소위 '선거공신'들에게 논공행상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원 후보는 인수위원회 격인 '새도정준비위원회'를 무려 137명이 참여하는 매머드급으로 구성하면서 통합형 인사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새도정준비위원회 준비위원들이 나중에 한 자리씩 꿰차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원 후보는 "전혀 아니다. 특정 인사 중용설, 배제설 등 언론에서 거론되는 것들 중 1%라도 들어맞는 건 단 하나도 없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원 후보가 지사에 취임하면서 '송일교', '선피아'(선거공신+마피아)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취임 초기부터 인사는 '송일교'(송○○ 교수와 제주일고, 교회 인맥)를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임기 초기 시민단체 출신 이지훈 시장과 와 언론계 출신 이기승 제주시장 내정자가 잇따라 낙마하고, 김국주 감사위원장 예정자마저 인사 청문에서 통과하지 못하면서 선거 캠프 출신 인사들이 중용되기 시작했다.

캠프 출신이자 원 후보 친구이면서 국회 보좌관 출신의 현광식씨는 경제통상진흥원 본부장에 이어 비서실장을 맡았고, 언론인 출신이자 원 후보와 죽마고우인 강홍균씨는 공보관에 이어 제주연구원 행정실장을 맡았다.

캠프에서 활동한 언론인 출신 이재홍씨는 제주관광공사 본부장, 김영철씨는 제주개발공사 사장, 김병립씨는 우근민 전임 도정에 이어 다시 '제주시장'에 임명됐다.

소위 캠프내 '서울 인맥'들도 속속 자리를 꿰찼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보좌했던 이기재씨는 서울본부장, 이후 김일용씨도 서울본부장을 맡는다. 라민우.김재석씨도 정무라인으로 원 도정 출범과 함께 했다. 여기에 박정하씨는 정무부지사, 김헌씨는 협치정책실장 등으로 등용됐다. 

새도정준비위에 참여했던 인사 10명도 민선 6기 도정에서 중용됐다. 도정준비1위원장을 맡았던 김방훈씨가 정무부지사로 근무했고, 기획조정분과에 있던 김동전 제주대 교수가 제주연구원장에 임명됐다.

양해석 전 제주일보 편집국장이 개발공사 상임이사에, 현봉수 전 제일기획 상무가 제주도 몫으로 제주항공 본부장,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이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이성구 전 교통관리단장이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기 대표가 도시재생센터장, 김재필 한라대 교수가 보좌관으로 임명됐다.

물론 원 후보의 인사가 무조건 '논공행상'에 치우쳤다고 볼 수는 없다. 

산하기관장에 전직 공무원이나 캠프 출신이 아니라 전문가 등용 사례도 많다. 한국관광공사 출신인 최갑열씨를 제주관광공사 사장에 임명했고, 민간 기업 CEO 출신인 허영호 씨와 오경수씨를 각각 제주테크노파크원장과 제주개발공사 사장으로, 진보적 미술평론가인 김준기씨를 제주도립미술관장에 임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도지사와 호흡을 맞추고, 도정철학을 반영하기 위해 '정무직'도 등용하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원 후보의 정무직은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6년 이후 도정에 들어온 정무직 숫자만 해도 10명이 넘었다.

2급 상당 박재구 정무특보, 김일용 서울본부장(3급 상당), 강영진 공보관(4급), 라민우 정책보좌관실장(4급), 김치훈.고성표.김재필 정책보좌관(5급 상당), 김재석 비서관 등이 원 지사를 보좌했다.

원 후보를 보좌하는 정무라인 숫자가 많아지자 강경식 도의원은 "민선 5기에 비해 민선 6기 도정의 정무라인이 2배 이상 많다"며 "재선을 의식한 행보이거나 제왕적 도지사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중앙정치에 곁눈질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서울본부를 4급에서 3급으로 격상시키고, 대폭 확대시켜 자신과 중앙정치 무대를 연결하는 통로로 삼았다. 

제주를 잘 몰랐던 도지사. 그런 도지사를 보좌한 그들 역시 제주를 몰랐다. 이 때문에 도의회와의 혼선과 갈등, 불협화음을 가져오면서 임기 초반 개혁추진 동력을 상실하기도 했다.

게다가 현광식 전 비서실장은 선거를 도왔던 민간인 조모씨에게 2015년 2월 중학교 동창인 건설업자 고씨를 통해 매달 250만원씩 11개월간 총 2750만원을 지원했다 피소되기도 했다. 경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현 전 실장과 조씨를 함께 입건한 상태다.

백번 양보해 자신의 측근들 중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꼭 필요한 인재를 등용하는 것은 불가피할 수 있다. 전형적인 논공행상과는 다른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승자독식의 논공행상에 의한 정치적 역기능이 원 도정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점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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