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제주문화예술재단] (2) 바람 잘날 없는 제주문화예술재단 '조직 불안정' 우려

취임 1년을 넘긴 '고경대호'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삐걱 대고 있다. 제주문화 정체성 확장을 위한 조직정비와 사업 정교화에 주력해야 할 재단이 '조직혁신'이라는 자평을 무색하게 하는 불미스러운 신호가 재단 안팎에서 다수 감지된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문화예술재단과 관련한 여러 논란에 대해 긴급진단 해본다.   [편집자 주]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최근 성희롱 사건 외에도 블라인드 공개 채용으로 선발된 합격자에 대해 돌연 불합격 처리하는 등 인사채용 과정까지 논란이 일면서 조직운영 전반에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거기에다 직장내 '갑질'까지 일어나는 등 바람잘 날 없는 모습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재단) 직원 공개채용 합격자가 블라인드 채용 과정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며 뒤늦게 돌연 불합격 처리됐다. 팀장급 직원은 부하에 대한 ‘갑질’로 인사 조치됐다. 바람 잘 날 없는 제주문화예술재단에 대한 분위기 쇄신이 절실하다는 평가다.

지난 8월 28일 재단 채용공고 게시판에는 일반직 직원 공개채용 최종합격자에 대한 ‘변경’ 공고문이 올라왔다. 7월 16일 발표됐던 최초 합격자인 응시번호 ‘1011’번 대신 ‘1012’번으로 바뀌었다. 최종 합격자 한 명이 교체됐다.  

희비가 엇갈린 속사정은 복잡하다. 졸지에 불합격 통지를 받은 당사자 측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재단의 이번 채용은 정부 방침에 따라 ‘블라인드’ 채용으로 진행했다. 이름, 성별, 학력, 연령, 출신지 모두 노출되지 않은 채 1차 서류, 2차 필기, 3차 면접 순으로 이뤄졌다. 모든 심사 과정이 끝나고 최종 합격자에 대한 추가서류 제출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합격자 A씨의 아버지가 제주도청에 근무하는 고위공직자로, 채용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재단과 직접적 업무 연관 관계에 있는 부서에 재직하고 있었다. 합격 직후인 올 하반기 도청 인사가 실시된 8월 5일에 다른 부서로 발령 났다. 물론 철저한 블라인드 채용 과정을 거쳤기에 A씨의 아버지가 채용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개연성은 없다는 것이 재단의 설명이다. 

그런데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제주대학교에서 학사·석사 과정을 마친 A씨가 이번 블라인드 공채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면접 심사위원 중 한 명이 A씨 학사 과정 당시의 교수였다.

재단 측은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해 세세한 정보가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사정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합격자 발표 이후 뒤늦게 심사위원이 합격자의 대학 은사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자문 끝에 합격 취소 결정을 내렸다.

재단 관계자는 지난 11일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블라인드 채용이기 때문에 우리는 합격자가 추가 제출한 서류를 받은 후에야 정확한 개인 정보를 알 수 있다. 합격자들에 대한 개인 신상 서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누구인지, 무슨 학과인지 알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논란이 불거진 후 해당 면접 심사위원인 B교수에게  물어보니 사제 관계는 맞다. 얼굴 정도는 알지만 냉철한 객관적 평가를 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면접 전에 심사위원들에게 본인이 심사를 피해야 하는 사유가 있는지 설명도 하고 확인서도 받았는데, 해당 심사위원으로부터 별 다른 설명도 없어 전혀 알 도리가 없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가 정한 ‘지방공무원 인사분야 통합지침’에 따르면 ‘임기제공무원 임용에서 시험위원은 응시자와 관계(친인척, 근무경험 관계, 사제지간 등)가 없는 자를 임명 또는 위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재단은 이 규정에 근거해 B교수의 평가 점수를 제외했고, 평가 점수가 달라져 결과도 바뀌었다. 

재단 관계자는 “채용 과정에서의 문제를 뒤늦게 발견한 점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지만, 사후 처리는 원칙에 맞게 처리했다”면서 “제주도 감사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안전부 뿐만 아니라 변호사, 노무사에게 의견을 묻고 고심 끝에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A씨 측은 재단이 블라인드 채용으로 결정한 내용을 번복하는 것은 ‘괜한 오해를 사지 말자’는 안일함에서 불러온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단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재단이 A씨의 아버지가 도청 고위공무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시점에 도청 측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도 고위관계자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 등 사실상 독립적인 재단 내 직원채용 문제를 ‘도청 눈치보기’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재단 내부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직원 C씨는 “블라인드 채용이다 보니 서류·필기·면접 과정에 외부 입김이 작용할 개연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진짜 문제는 채용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합격이든 불합격이든 재단이 독립적으로 유권해석을 통해 판단하고 결정하면 될 일을 일일이 도청에 물어보고 도청의 결정에 의존하는 태도의 문제다. 이렇게 하고도 재단이 독립기관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합격이 번복된 A씨 부친 D씨는 이날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합격과 불합격을 번복한 재단의 태도는 '고위 공무원 아들이 합격했으니 이런저런 말이 나올 수 있다'는 섣부른 우려로 시작된 것이다. 고위 공무원 아들은 재단 공채에 응하면 안된단 말인가. 블라인드 채용을 했으면서 자의적이고 억지 해석이다. 소송으로 규명하겠다”고 항변했다. 

채용 논란에 더해 재단 내부적으로는 직원 ‘갑질’까지 불거졌다.

최근 재단 직원 E씨는 타부서로 전격 인사 조치됐다. 이유는 부하 직원에 대한 폭언, 괴롭힘 등 일명 ‘갑질’이다. 결국 팀장을 맡고 있던 E씨는 보직 해임 되면서 기존 직책보다 낮은 업무를 맡은 상태다. 

고경대 이사장 취임 이후 재단은 “작지만 전문적인 재단”을 만들겠다며 3본부 체계를 2본부로 줄이고 팀장급 인원도 13명에서 9명으로 줄였다. 하지만 팀장급 직원이 이탈하고, 공개 채용 합격자 번복 논란, 직원 성희롱 사건 등이 잇달아 발생하는 등 ‘바람 잘 날 없는’ 모습을 보이면서 불안정한 조직 시스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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