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국내 첫 부검, 장기서 낚시줄 2개 발견...부검 결과 한달 뒤 나와 ‘골격은 전시’

 

이영란 세계자연기금(WWF) 해양보전팀장이 3일 오전 8시 제주시 한림항 선착장에서 국내 처음으로 참고래 부검 및 해체작업을 집도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이영란 세계자연기금(WWF) 해양보전팀장이 3일 오전 8시 제주시 한림항 선착장에서 국내 처음으로 참고래 부검 및 해체작업을 집도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국내 최초로 진행된 대형고래 부검 과정에서 장기 속 낚시줄이 발견돼 이목을 끌었다. 직접 사인은 아니었지만 한 살 배기 몸에서 해양쓰레기가 발견돼 씁쓸함을 남겼다.

세계자연기금(WWF)과 제주대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는 3일 오전 8시 제주시 한림항 선착장에서 이영란 해양보전팀장의 집도로 참고래 부검 및 해체작업을 진행했다. 

현장에는 김병엽 제주대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장과 서울대, 한양대, 인하대 수의학과·해양과학 학부·대학원생 등 각 분야 전문가 약 30여명이 참석해 부검 전 과정을 함께했다.

이날 해체된 참고래는 길이 13m, 둘레 5.8m, 무게 약 12톤의 암컷이다. 참고래는 대왕고래 다음 가는 대형의 수염고래종이다. 길이가 최대 27m까지 자라며 무게만 110톤에 달한다.

이날 현장에서 연구진들이 고래를 덮고 있던 천막을 제거하자 아파트 4층 높이의 거대한 참고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부패가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외형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가스빼기 작업을 위해 연구진이 칼로 몸체 곳곳에 칼집을 내자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영란 팀장이 절개부분을 결정하고 곧바로 견갑골 제거와 복강 노출 작업이 이뤄졌다.

칼을 대자 10cm 두께의 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안쪽으로는 장기가 선명했다. 연구진은 각 부위별로 장기 적출 작업을 진행하고 척추 주변 근육을 제거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1m10cm 길이의 낚시줄 하나가 나왔다. 이어 이보다 짧은 낚시줄이 고래 장기에서 재차 발견됐다. 두 낚시줄 모두 탄력이 있을 정도로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길이 13m, 둘레 5.8m, 무게 약 12톤의 암컷 참고래 사체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1월3일 제주 한림항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형고래에 대한 부검은 이번이 국내 첫 사례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길이 13m, 둘레 5.8m, 무게 약 12톤의 암컷 참고래 사체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1월3일 제주 한림항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형고래에 대한 부검은 이번이 국내 첫 사례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3일 제주 한림항에서 국내 최초  대형고래 부검에 나선 연구진이 참고내 소화기에서 1m10cm 길이의 낚시줄을 발견했다. 이후에도 낚시줄 1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제주의소리
3일 제주 한림항에서 국내 최초 대형고래 부검에 나선 연구진이 참고내 소화기에서 1m10cm 길이의 낚시줄을 발견했다. 이후에도 낚시줄 1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제주의소리
길이 13m, 둘레 5.8m, 무게 약 12톤의 암컷 참고래 사체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1월3일 제주 한림항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형고래에 대한 부검은 이번이 국내 첫 사례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길이 13m, 둘레 5.8m, 무게 약 12톤의 암컷 참고래 사체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1월3일 제주 한림항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형고래에 대한 부검은 이번이 국내 첫 사례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연구진은 낚시줄이 호흡기를 통해 몸 속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고래 장기가 워낙 커, 위장을 막아 폐사까지 이를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곧이어 위를 적출해 개봉했지만 내부에 별다른 내용물은 없었다. 먹이사냥 부족으로 사망할 개연성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지방층이 두꺼워 이 역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감염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뇌와 장기 곳곳의 조직을 확보해 정밀검사를 벌이기로 했다. 결과 확인까지는 한 달 넘게 소요될 전망이다.
 
이영란 세계자연기금 해양보전팀장은 “향후 유전자 검사를 통해 기생충 등에 대한 검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지방 등에 쌓여 있는 미생물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차 부검에서는 배에 부딪치거나 그물에 걸린 상처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질병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만큼 바이러스와 잔류성유기오염물질 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연구진은 고래 사체의 장기를 분류해 기생충과 질병, 잔류유기물오염물질(독성. POPS), 해양쓰레기, 먹이분석 등 5개 분야별로 연구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통상 참고래는 겨울철 극지방에서 번식활동을 위해 적도부근으로 이동한다. 이 참고래는 태어난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아기 고래다. 연구진은 갓 젖을 땐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길이 13m, 둘레 5.8m, 무게 약 12톤의 암컷 참고래 사체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1월3일 제주 한림항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형고래에 대한 부검은 이번이 국내 첫 사례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길이 13m, 둘레 5.8m, 무게 약 12톤의 암컷 참고래 사체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1월3일 제주 한림항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형고래에 대한 부검은 이번이 국내 첫 사례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길이 13m, 둘레 5.8m, 무게 약 12톤의 암컷 참고래 사체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1월3일 제주 한림항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형고래에 대한 부검은 이번이 국내 첫 사례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길이 13m, 둘레 5.8m, 무게 약 12톤의 암컷 참고래 사체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1월3일 제주 한림항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형고래에 대한 부검은 이번이 국내 첫 사례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참고래는 일반적으로 6~7마리가 무리를 지어 이동한다. 연구진은 이 고래가 어미와 무리에서 이탈해 제주 해역으로 들어오게 된 경위와 이유를 밝힐 예정이다.

외국에서는 박테리아 등 바이러스나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과 해양쓰레기나 선박 충돌 등 외부에 의한 사고 등이 보고된 바 있지만 국내의 경우 관련 사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김병엽 제주대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장은 “질병과 해양쓰레기 등 다방면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자료도 축적된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부검 결과는 향후 연구의 바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래는 2019년 12월22일 오후 9시20분쯤 제주시 한림항 북서쪽 약 40km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여수선적 외끌이저인망 어선 H호(78t)에서 처음 발견됐다.

DNA 감식 결과 국제보호종인 참고래로 판명나면서 고래유통증명서 발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해양경찰이 관련 법령에 따라 폐기물로 분류하면서 사상 첫 참고래 부검이 현실화 됐다.

연구진은 부검 과정에서 나온 장기 등을 모두 폐기물로 분류해 육지부로 반출하기로 했다. 골격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으로 보내져 약품 처리후 표본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제주에서는 2004년 9월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 가문동해안에서 브라이드고래가 발견된 사례가 있다. 몸통이 모두 썩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부검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브라이드고래 뼈는 국내에서 발견된 해양동물 골격 중 가장 컸다. 현재 해당 골격은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해양종합전시관에서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길이 13m, 둘레 5.8m, 무게 약 12톤의 암컷 참고래 사체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1월3일 제주 한림항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형고래에 대한 부검은 이번이 국내 첫 사례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길이 13m, 둘레 5.8m, 무게 약 12톤의 암컷 참고래 사체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1월3일 제주 한림항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형고래에 대한 부검은 이번이 국내 첫 사례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길이 13m, 둘레 5.8m, 무게 약 12톤의 암컷 참고래 사체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1월3일 제주 한림항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형고래에 대한 부검은 이번이 국내 첫 사례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길이 13m, 둘레 5.8m, 무게 약 12톤의 암컷 참고래 사체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1월3일 제주 한림항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형고래에 대한 부검은 이번이 국내 첫 사례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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