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코로나19 네번째 확진자 동선 제주시 연동 집중...마트-은행 등 시민 발걸음 여전

제주지역 네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후 임시 폐쇄조치된 제주시 연동 소재 마트. ⓒ제주의소리
제주지역 네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후 임시 폐쇄 조치된 제주시 연동 소재 마트. ⓒ제주의소리

제주지역에 네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확진자의 동선이 제주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번화가 제주시 연동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 동안 대구에 머물다 20일 항공편을 통해 제주에 온 A(46)씨는 지난 3일 오후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고, 이튿날인 4일 오전 1시30분께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13일 동안 대부분 제주시 연동 중심가에서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22일께 두통·근육통 등의 증상을 느꼈으나 독감으로 여기고 약을 복용했고, 대부분 배달음식을 이용하며 외출을 자제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21일 오후 제스코마트 신제주점을 방문했고, 23일 오전 제주은행 신제주점에서 ATM기를 이용했다. 24일과 27일 오후에는 뉴월드마트 신제주점을 방문했고, 28일 오후에는 서브웨이 연동점을 찾았다. 3월1일 오후에는 제스코마트 신제주점을 재차 방문했다.

제주도가 카드 결제 정보를 통해 확인된 동선은 대부분 연동 소재의 은행·마트 등에 국한돼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A씨는 스스로 불안 증세를 느껴 외출을 자제했고, 외출 시에도 면 마스크를 착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적한 군부대 인근이나 관광지에 동선이 집중됐던 1~3번째 확진자와는 달리 A씨의 동선이 제주시 최대 번화가인 연동에 집중적으로 분포됐다는 점은 앞선 확진자들과 여실히 다른 대목이다.

기자는 4일 오전 A씨의 동선을 따라 현장을 가봤다. 4번째 확진자 등장 소식에도 A씨가 거쳐간 동선 곳곳에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소식을 아직 접하지 못했거나, 접했더라도 마스크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안에서의 기본 생활은 큰 문제 없을 것이란 분위기도 차츰 형성되는 듯 했다.   

제주지역 네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후 임시 폐쇄조치된 제주시 연동 소재 마트. ⓒ제주의소리
제주지역 네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후 임시 폐쇄조치된 제주시 연동 소재 마트. ⓒ제주의소리

제주도청 인근에 위치한 제스코마트 신제주점의 경우엔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방역으로 영업을 잠정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차량 진입을 막고 있었다. 

뉴월드마트 신제주점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주차장 진입로는 차량으로 막아놓고 문을 굳게 닫았다. '코로나 4번째 확진자 방문 이후 폐쇄됐다'는 보다 구체적인 안내문이 내걸렸다.

그럼에도 해당 마트들이 번화가에 위치해 있는 터라 마트를 찾아오는 주민들의 발길은 심심찮게 이어졌다. 평균 2~3분의 한 명 꼴로 주민들은 마트 입구까지 들어섰다가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문이 닫힌 마트를 보고 잠시 당황한 지역주민 이모(81)씨는 "뉴스를 보지 못했는데, 여기가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냐"며 기자에게 되물었다. 이씨는 "온 나라가 난리인데 우리동네까지 전염된다고 생각하니 더 무서워진다"고 걸음을 재촉했다. 

익명을 요구한 주민 B씨는 "매일 마트에 들르고, 하루에 두 번씩도 찾아오는데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을 들으니 식은땀이 다 나더라"며 "마트 측에서 고객정보를 지니고 있는만큼 CCTV를 돌려보고 확진자와 접촉한 고객에게 일일이 설명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확인하러 일부러 왔는데 문이 닫혀있다"며 목청이 높아지기도 했다.

함께있던 또 다른 주민도 "이제 내 집 앞도 마음놓고 다닐 수 없게 됐다"고 B씨의 주장에 맞장구치며 "왜 자꾸 대구 사람들이 제주로 내려와서 바이러스를 퍼뜨리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제주지역 네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후 임시 폐쇄조치된 제주시 연동 소재 마트. ⓒ제주의소리
제주지역 네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후 임시 폐쇄조치된 제주시 연동 소재 샌드위치 전문점. ⓒ제주의소리
제주지역 네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후 임시 폐쇄조치된 제주시 연동 소재 마트. ⓒ제주의소리
제주지역 네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후 임시 폐쇄조치된 제주시 연동 제주은행 신제주점 ATM기기. ⓒ제주의소리

주택가에 위치한 샌드위치 전문점 역시 문을 굳게 걸어잠궜다. 매장 관계자는 휴점 안내문을 붙인 직후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 매장은 버스정류장과 바로 맞닿아있어 많은 시민들이 오갔다. 간혹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불이 꺼진 매장 내·외부를 사진으로 찍는 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인근 상가는 날이 선 모습이었다. 한 상점 주인은 "안그래도 장사가 되지 않는데 자꾸 들쑤시지 말라"며 취재를 강하게 거부했다.

정류장에서 만난 정모(29)씨는 "확진자가 들른지 일주일이 지나기도 했고,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매장이야 피하면 그만이지만 이 매장을 누가 들렀는지는 알 수 없지 않나. 직장에서는 내가 이 근처에 살고있다는 것을 알아서 단톡방으로 '(그 매장에) 들른 적 없냐'며 두세번씩 묻더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고모(49)씨는 "제주에서도 확진자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그렇다고 기초적인 생활까지 하지 않고 대문을 걸어잠글수는 없지 않나. 사회적 거리두기 안에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한다면 기본적인 생활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믿는다. 기초생활까지 제약할 만큼 불안해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꼬집기도 했다. 

열흘 전 A씨가 자녀간 신제주로터리에 위치한 제주은행 신제주점의 ATM 기기도 폐쇄 조치가 이뤄졌다. 닫힌 문 앞에는 은행 직원이 고객의 발걸음을 인근 지점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은행 관계자는 "CCTV를 통해 A씨가 다녀간 시점이 주말 오전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그나마 다행으로 보고 있다. 해당 ATM기기에 대한 방역·소독 조치를 모두 완료했지만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임시로 기기를 폐쇄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주도는 A씨의 진술을 토대로 CCTV 확인 등 역학 조사를 진행한 후 상세한 동선과 접촉자 등을 추가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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