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학생인권조례 찬성 26-반대 12...이석문 "민주주의 마중물 환영"

학생들의 보편적 인권이 학교 생활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이 담긴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학생인권 조례안(제주학생인권조례)'이 우여곡절 끝에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반대단체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일부 핵심 내용들이 수정되는 등 진통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제주는 전국 6번째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지역이 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23일 오후 2시 열린 제39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제주학생인권조례'를 상정하고, 재석의원 39명 중 찬성 26명, 반대 12명, 기권 1명으로 가결시켰다.

제주학생인권조례는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 △폭력과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정보의 권리 △양심·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자치와 참여의 권리 △복지에 관한 권리 △징계 등 절차에서의 권리 △소수 학생의 권리 △인권교육 및 인권실천계획 등에 관한 사항 △학생인권상담 및 인권침해의 구제에 관한 사항 등을 명시하고 있다.

핵심적인 내용은 타 시도에서 일찍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기반으로 했다. 현재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은 경기도를 비롯해 광주, 서울, 전북, 충남 등 총 5곳이다. 

각 지역의 학생인권조례는 세부적인 내용엔 조금씩 차이를 두고 있으나 전체적인 틀은 같다. 오히려 제주의 경우 논란이 우려되는 핵심적인 사안에 있어서는 타 시도의 선례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조정이 이뤄졌다. 초안부터 종교계에서 학교 내 동성애 조장을 이유로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이 제주에는 빠졌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종교계와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았고, 소관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는 이에 부담을 느껴 7월 상정 보류, 9월 심사 보류 되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

표류하던 학생인권조례는 찬반 양 측의 대치 속에서 연내 처리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결국 교육위원회는 2020년 마지막 회의를 통해 조례의 원안을 폐기하고, 교육위원장 명의의 대체안을 발의했다. 쟁점이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상위법 근거 조항을 지우고, 학생인권옹호관의 존재도 삭제했다.

주요 내용이 대폭 손질당하며 기존의 취지도 후퇴했지만, 논란 끝에 선명한 성과를 거두게 됐다. 제주의 경우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조례 개정 작업에 참여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교복입은 시민'들의 청원이 씨앗이 돼 제주학생인권조례의 꽃을 피웠다. 권력 분산의 법제화와 더불어 학생인권조례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시대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를 실질적인 제도와 문화로 뿌리 내리면서, 학생 인권과 교권이 조화를 이루면서 함께 존중하는 제주교육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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