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법 시즌2 도민 손으로] ⑧제주 도시계획과 교통인프라, 어떻게 할 것인가?
제주와미래연구원·제주의소리·한라일보 공동 특별기획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15년이다. ‘특별한’ 자치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을까. 제주도민들은 “아니오”라고 말한다. 이제 궤도를 수정해야 할 때가 됐다. 기수를 어디로 돌릴지, 나아가야 할 좌표 찾기는 오롯이 도민들의 몫이다. 제주와미래연구원, 제주의소리, 한라일보가 ‘제주인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주제로 공론의 장을 펼친다. 매주 한 차례 총 11번의 공동 특별기획을 통해 도민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의 내용을 ‘도민 손으로’ 직접 채워나간다. [편집자 주]

68만 제주도 인구 가운데 약 50만명이 제주시에 거주하는 기형적 도시 구조. 쓰레기, 주택, 교통, 에너지, 문화 향유 등 시민들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회 문제가 불균형적인 도시 형태의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에서 보다 나은 도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대중교통 확대·개선이 가장 첫 번째 순서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제주의소리]와 한라일보-(사)제주와미래연구원과 함께 진행한 특별기획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의 여덟 번째이자 마지막 토론회가 7월 26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열렸다.

이번 순서에서는 ‘제주 도시계획과 교통인프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현장에는 김태윤 박사(제주와미래연구원)가 사회 진행을 맡고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손상훈 박사(제주연구원),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와 도시재생위원회에서 활동한 바 있는 박경훈 제주문화예술재단 전 이사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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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의 여덟 번째이자 마지막 토론회가 7월 26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100만 제주 인구, 과연 현실적인가?

토론자들은 현재 제주지역 도시 계획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구상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데 동의하며, 제주 인구 100만명 목표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일 교수는 “개인적으로 볼 때, 제주의 가장 큰 문제는 녹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녹지 공간의 체계나 정비가 굉장히 체계적이지 못하다”며 “제주 인구 증가는 자연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육지에서 이렇게 들어오는 유입 인구의 증가다. 그럼 이것이 과연 지속성을 갖는가? 2010년부터 10년 간의 경험에 비춰볼 때 자연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데 인구를 100만을 잡는다는 목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꼽았다.

김 교수는 제주의 미래를 '보행 녹지 도시'로 제안했다. "보행 도시는 걸어서 생활이 이뤄지는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이다. 대형 고층 건물 대신 오름을 보존하는 정도의 풍경과 경관을 유지하는 제주의 도시를 꿈꿔본다. 이를 위해서는 10년, 20년 이상의 장기 계획을 가지고 하나씩 실천하는 단기 계획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경훈 전 이사장은 “녹지를 해체하고 나면 무엇으로 그것을 대체할 수 있나. 여전히 거위의 배를 가르는 짓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환경 총량을 얘기를 한지가 지금 꽤 됐다. 그런데 그 환경 총량이 어떤 증거가 돼서 도시 계획이나 교통 계획 같은 계획에 반영이 되는지, 혹은 세미나 할 때만 나오는 말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안타까워 했다.

손상훈 박사는 “이제 최근 코로나19로 많은 관심이 펜데믹 방역에 있다 보니까 지금 이 시점에서 진행돼야 하는 도시 교통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까 상당히 우려스럽다. 지금 안 된다면 향후에 그 고통을 다시 겪어야 되는 반복적인 문제가 고민된다”면서 “고령화, 1인가구 증가 등의 달라지는 제주 인구 구성을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도시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시했다.

 도시를 살리는 키(key) ‘대중교통’

토론자들은 제주도정 민선 6~7기 동안 이뤄진 교통 정책에 대해, 대중교통에 집중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 자가용 수요를 상당부분 대체하는 획기적인 대중교통 인프라 확대가 실현돼야, 그 위에서 도시 계획을 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상훈 박사는 “현재 제주지역 대중교통 이용객수가 연간 6000~7000만명 정도 되는데, 이 수준을 1억명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고 본다.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자가용을 덜 이용한다는 것”이라며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반드시 자가용에 의지하지 않고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다 나은 교통 시설이 필요한 지자체에 중앙정부가 지원을 해주고 이후 운영비는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구조가 합리적인데, 이런 방식으로 (향후 새로운) 제주특별법에 담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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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태일 교수, 박경훈 전 이사장, 손상훈 박사, 김태윤 박사. ⓒ제주의소리

박경훈 전 이사장은 “원도심의 가장 큰 문제는 교통이다. 교통 접근성·편리성이 다른 지역보다 불리하다”면서 “하지만 제주 지역 대중교통 분담률이 20% 미만인 상태에서 이런 부담을 자가용으로 채우려면 주차장이 엄청나게 필요하다. 결국 주차장이 필요한 도시재생은 불가”라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장은 “대중교통 분담은 전혀 안돼 있고 접근성은 편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옛 도시들은 그냥 가라앉고 있는 셈이다. 원도심을 재생하려면 대중교통 접근성을 높인다는 전제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며 "자동차 등록대수가 61만대인데 이 중에서 실제 굴러다니는 차가 40만대 정도 된다. 인구 68만이 살아가는데 자동차 40만대가 필요하다는 상황은 잘못되지 않았냐"고 힘주어 말했다.

김태일 교수는 “만약, 공공교통이 편리하고 유익할 뿐만 아니라 배차 시간도 짧다면 얼마든지 여유 있게 제주도를 둘러볼 수 있는 시스템이 된다. 그렇다면 시민과 관광객 모두 지역 곳곳을 누빌 수 있을 것”이라며 “교통망 확충과 함께 읍면 지역의 도시재생, 도시 계획도 함께 맞춰가야 한다. 그 안에서 주거·생활 인프라가 적절하게 갖추고 청년·신혼부부, 어르신들이 살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자연적으로 지역 균형 발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입도세로 트램 운영비 확충?

JDC가 추진하는 트램은 대중교통 확대로 바라볼 때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박경훈 전 이사장은 “일제강점기 시절 신작로가 생기면서 제주도가 완전 뒤집어지게 바뀌었다. 마을이 이동하고 문화와 행정의 중심지가 이동하고 읍사무소가 다 신작로로 내려갔다”면서 “트램은 새로운 신작로 역할을 분명히 수행하리라 본다. 주민들의 발을 집단으로 대신할 수 있는 대중교통 분담이 현실화 된다면, 그 위에서 도시 재생이나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손상훈 박사는 “새로운 교통수단은 무조건 받아들이자 라는 판단에서 트램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면서 “트램을 신교통수단이라고 부를 때 신교통수단의 역세권에는 주거라든지 상업시설 즉,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배치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손 박사는 "철도가 두 개 시를 경유할 경우, 출발지와 도착지 혹은 그 사이에 다른 행정구역이 있을 경우 광역철도로 지정을 받게 된다. 광역철도로 지정을 받을 경우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트램을 포함한 신교통수단 운영 관련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김태일 교수는 관광객에게 부여하는 입도세, 혹은 환경세의 상당부분을 트램 운영비로 활용하자고 덧붙였다.

토론자들은 제2공항, 신항만 같은 대형 인프라 확충은 도민 전체 의견 비롯해 복합적인 판단을 거쳐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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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의 여덟 번째이자 마지막 토론회가 7월 26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손상훈 교수는 “충분히 그 시설을 이용할만한 나이대 젊은 사람들의 목소리까지도 같이 들어서 종합적인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으며, 박경훈 전 이사장은 “국가 전체 인구는 절벽 수준으로 떨어지는 상황에 처해있고, 만약 남북 관계가 풀려 우리나라 국민들이 북쪽의 관광지들을 다닐 수 있다면 제주 관광은 타격을 입는다”고 가정하며 확장보다는 기존 시설의 보강에 힘을 실었다.

김태일 교수는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 도시 계획을 입안하거나 집행하는 행정이 아니다. 도민들, 시민들이 주체가 되고 참여하는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또 참여해야 한다. 시민들이 많은 의견을 내고 도시를 바꾸는 그런 주체적 역량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사회자 김태윤 박사는 “제주와미래연구원은 집중토론 과정에서 제기된 제주특별법 전면개정 등에 대한 주요 의제에 대해 도민 여러분의 의견을 설문조사해 그 결과를 함께 공유하려고 한다”며 “제주특별법 전면 개정은 제주 미래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래서 제주와미래연구원 부설기관으로 제주특별법 연구소를 설립해 도민 여러분이 바라는 특별법 개정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드린다”고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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