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불면 꺾이는 워싱턴야자수, 안전 위협에 해변가로 이식

3일 찾은 제주시 이도동 거리에는 워싱턴야자수가 뽑힌 흔적만 남아있다. ⓒ제주의소리
3일 찾은 제주시 이도동 거리에는 워싱턴야자수가 뽑힌 흔적만 남아있다. ⓒ제주의소리

관광제주의 이색적인 풍경을 살리기 위해 도심 곳곳에 심긴 야자수가 순차적으로 퇴출되고 있다. 약 40년 간 거리를 지켜온 가로수를 일시에 제거하는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지만, 시민의 안전을 위협해 세대교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제주시는 올해와 내년까지 사업비 약 30억원을 투입해 제주시 도심권에 심겨진 워싱턴야자수 옮겨 심는다고 3일 밝혔다. 올해는 188그루, 내년에는 361그루를 이식한다는 세부적인 계획도 수립됐다.

3일 현재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연삼로 교차로까지, 연삼로 교차로에서 제주제일중학교까지 심겨진 야자수의 이식 작업이 한창이다. 인근인 고마로 상 수협 사거리부터 제주은행 사거리, 다시 한마음병원까지의 보도에 심겨진 야자수도 차례로 이식된다.

1980~1990년대에 집중적으로 심은 워싱턴야자수는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며 한반도 최남단이라는 지역적 특색을 살린 볼거리 중 하나였다. 

제주시 이도동 거리에는 워싱턴야자수가 뽑힌 흔적만 남아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이도동 거리에는 워싱턴야자수가 뽑힌 흔적만 남아있다. ⓒ제주의소리
지난해 5월 무렵 제주시 이도동 거리에 심긴 워싱턴야자수. 사진=카카오 로드뷰 갈무리
지난해 5월 무렵 제주시 이도동 거리에 심긴 워싱턴야자수. 사진=카카오 로드뷰 갈무리

그러나, 수령(樹齡)이 오래되다보니 나무가 높게 자라면서 해마다 안전에 대한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태풍과 같은 강한 바람이 불면 속절없이 꺾이며 인도를 덮치는 사례가 반복된 것이다. 

근래 들어 겨울철 한파가 극심해진 기후의 영향으로 생육이 약해진 탓도 있었다.

이로 인해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바람에 꺾인 야자수만 27그루에 달했다. 쓰러지지만 않았을 뿐 꺾일 위험이 있어 급히 조치가 이뤄진 야자수도 63그루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만다행으로 아직 인명피해나 민간 재산상의 피해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대로 방치하기에는 꾸준히 위험이 도사린다는 판단이 내려진 배경이다.

안전을 위협하는 이유 외에도 야자수가 자라면서 전봇대와 전선주의 피복을 벗기는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다른 수종과는 달리 야자수는 해마다 가지치기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라야 했다.

또,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가로수 본연의 기능을 소화해내는데도 야자수는 상대적으로 약점이 큰 수종이었다.

2020년 6월 30일 강풍으로 인해 제주시 이도동에 심겨진 워싱턴야자수가 도로로 넘어져 소방대원에 의해 제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제주소방서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결국 제주시는 구도심권에 심어진 야자수를 협재해수욕장의 공유지로 옮겨 심기로 하고, 지난해 제주도 도시림 등의 조성관리 심의위원회의 허가를 얻었다. 인명피해의 우려가 덜하고, 도심권 아스팔트 보다는 이국적인 풍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곳으로 이식장소를 정했다.

이미 중문관광단지 내 야자수가 전면 퇴출된 전례가 있어 도심 내 야자수 제거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수고(樹高)가 낮은 연북로 인근의 야자수의 이식은 일단 보류키로 했다.

야자수가 뽑힌 곳에는 제주지역 향토수종인 후박나무나 먼나무 등이 대체할 계획이다.

고미숙 제주시 녹지관리팀장은 "야자수를 옮겨심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 컸다"며 "가로수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고, 제주지역의 특성에 맞는 수종을 선택해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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