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9대 공약에 해저터널 배제, 취재진 질의응답도 극히 제한

'제주 해저터널 건설' 가능성을 언급하며 불씨를 지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정작 제주에선 관련 발언을 극도로 아꼈다.

이 후보는 13일 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명 '매타버스'의 일환으로 제주를 찾아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하고 공원 내 4.3평화교육센터에서 9개로 추려진 제주 공약을 발표했다. 사전에 알려진대로 지역 내 논란이 일었던 '해저터널 건설' 공약은 배제됐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23일 수도권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제주와 서울을 잇는 고속철도를 건설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언급했다. 호남과 제주를 연결하는 해저터널을 뚫고, 고속철을 서울까지 이을 경우 서울에서 제주까지 약 2시간30분이면 다다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 후보는 "비행기 타러가는데 1시간, 대기 30분, 비행기를 타고 가는 시간 1시간을 합하면 오히려 고속철도가 더 빠를 수 있다", "이미 유럽에선 철도 효율성과 탈탄소때문에 국내 단거리 항공노선을 폐지하고, 육상노선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등의 발언으로 보다 구체화된 구상을 제시했다.

이 후보의 돌발발언에 제주지역 여론이 마냥 곱지만은 않았다. 제주에서는 일찌감치 해저터널이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다.

섬이라는 특수성을 지닌 제주는 해저터널이 연결될 시 정체성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했고, 제주가 제2공항 건설로 방향을 설정한 이후에는 지역사회 이슈에서 더욱 멀어진 바 있다.

이번 대선 정국에서 전남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해저터널 건설 이슈가 꾸준히 등장하자 '표의 논리'에 밀려 가장 직접적 영향을 입게 될 제주도민이 배제된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까지 터져나왔다. 

이에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 등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해저터널 공약을 반영하지 않겠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모처럼 제주를 찾은 이 후보의 직접적인 발언은 도민사회의 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 후보는 해저터널 건설 논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해저터널 문제는 꽤 오래된 논쟁거리인데 저희로서는 확정하기가 어려워서 계속 검토중이다"라는 입장만을 짧게 남겼다. 처음 의제를 부상시킨 이유는 물론, 계획을 철회한 배경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후보측 캠프는 이날 기자회견도 극히 제한된 시간만을 할애했다. 미리 준비된 공약문을 발표하는데 약 15분의 시간이 소요된데 반해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은 5분 정도에 그쳤다. 그마저 대부분 단답형의 질문만 주고받을 뿐이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제주도당 관계자는 "워낙 일정이 타이트하게 잡히다보니 시간 운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 후보가 타 지역을 방문했을 때에도 질문 한 두개 정도 밖에 소화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해해달라"며 "추후 구체적인 설명을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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