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역사의 숨비소리 - 제74주년 특별기획]① 희생자·유족 고령 감안 ‘5년’ 얽매이지 말고 보상금 지급 시점 앞당겨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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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에 이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 제주4·3사건에 대한 정부의 보상이 올해부터 시작된다. 4.3 희생자들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보상이 이뤄짐으로써 대한민국 역사의 한 축으로 편입된 것으로 평가된다. 

제주4·3 보상은 희생자와 유족을 상대로 이뤄지는 국가 차원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김대중 정부에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특별법)이 제정됐고,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보고서, 국가원수인 대통령 사과가 이뤄졌다. 

4·3 희생자와 유족에게 명예회복은 이뤄졌지만 보상금으로 실질적인 피해 회복 조치가 직접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국가폭력에 의한 과거사 보상은 제주4·3 사건의 완전한 해결에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제주4·3특별법 개정되고, 오는 4월5일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12일 특별법 시행일에 맞춰 시행령이 발효된다.

70여 년 동안 4.3희생자와 유족들이 겪었던 억울한 누명과 고통을 생각한다면 그 보상액은 턱없이 부족하고, ‘배상’이 아닌 ‘보상’이라는 데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4·3특별법 제3조 희생자와 유족의 권리에 ‘보상’이라는 표현을 추가해 금전적 지원의 정의를 명확히 한 점은 큰 성과로 꼽힌다. 

보상금액은 사건 발생시기와 근접한 통계자료를 기초로 1인당 9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대상은 4·3으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와 행방불명자,  후유장애자, 수형인 등이다.

보상청구권은 현행 민법상 상속순위에 따라 부여된다. 유족으로 결정된 사실상의 배우자도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제사봉행과 무덤 관리를 하면서 이미 유족으로 인정된 4촌 이내 방계혈족이 사망한 경우, 그 자녀(직계비속)에 대한 청구권도 인정된다.

정부는 4·3희생자 보상금으로 1800억원을 올해 예산안에 포함시켰다. 1조원이 넘는 총예산은 향후 5년에 걸쳐 반영된다. 

오는 4월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4·3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당초 9인으로 구성하기로 한 보상심의 분과위원회가 ‘4인 이상 9인 이하’로 변경됐으며, ‘분과위원회의 의결을 본위원회 의결로 간주’하는 조항은 삭제됐다.

보상금과 관련해 ‘정신적 위자료를 2000만원 이하’로 규정한 조항은 유족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삭제하고, 보상금 신청서류 등도 일부 조정됐다. 

하지만 ‘후유장애 희생자 보상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해등급 및 노동력 상실률을 고려해 위원회가 정한다’는 내용과 관련해 ‘장애등급 및 노동력 상실률을 고려하는 조항에 대한 삭제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또 보상금 지급결정 신청기간을 2022년 6월1일부터 2025년 5월31일까지로 규정함으로써, 3년 이내에 신청을 완료하는 것으로 발효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신청접수 지연기간과 실제 보상금의 지급 지연기간에 대해 가산하는 이자율의 기준을 국세기본법 시행령에 따른 국세환급가산금의 이자율(연 1000분의 12)에 맞춰질 예정이다. 

보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희생자 또는 유족이 직접 신청해야 한다. 청구권자 자격이 인정되면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실무위원회(이하 실무위원회)가 1차 심사에 나선다.

이후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이하 중앙위원회)가 실무위원회 제출자료를 토대로 재심사해 보상금 지급 여부와 지급액을 최종 의결한다.

중앙위원회가 심의 결과를 제주도에 통보하면 각 읍‧면‧동을 통해 보상 결정서가 신청인에게 넘어간다. 이때 신청인은 지급 동의 여부를 결정하고 청구서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실무위원회가 지급에 동의한 신청인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면 관련 절차가 마무리된다. 신청이 6월부터 시작되는 점을 고려하면 빠르면 9월을 전후해 실제 보상금 지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 차기 윤석열 정부로 바뀌어도 4·3 보상금과 관련한 문제는 크게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얼마나 해드린다고 해도 충분하지 않겠지만, 제가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4·3희생자와 유족들에게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다만 문제는 4·3희생자·유족이 모두 고령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5년'에 얽매이지 말고 정부가 지급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그동안 행안부와 정부에도 계속 건의해 왔다. 예산 확보 문제이긴 하지만 예산을 조금 더 확보하면 5년이 아니라 3년 이내로 줄일 수 있다"며 "윤석열 당선인도 제주4·3 보상금과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온 만큼 희생자와 유족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3년 내로 보상금 문제를 끝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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