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0시, 제주시 도두2동 사수항

잘려나간 제성마을 왕벚나무. 사진=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
잘려나간 제성마을 왕벚나무. 사진=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 벚나무 벌채 논란 관련 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통한의 기억을 되돌아보는 행사를 개최한다.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와 낭싱그레가게2는 오는 17일 오전 10시 제주시 도두2동 사수항에서 ‘몰래물 혼디거념길’을 개최한다. 

몰래물 혼디거념길은 제성마을 설촌주민 중 생존해계신 어르신을 비롯한 후손들과 몰래물 옛길을 걷고 그 이야기를 듣는 행사다.

행사는 사수동 어르신이 들려주시는 옛이야기 ‘홀캐와 몰래물 혼디다님’, 사라진 것들을 기억하고 생명 돌봄을 기원하는 ‘고랭이당, 왕돌앞당 혼디비념’, 몰래물 기억의 문을 열고 생명 돌봄을 기원하는 퍼포먼스와 시낭송 ‘몰래물 혼디열림’ 등으로 구성됐다.

논란은 지난해 8월 제성마을 입구로 이어지는 연도로 도시계획도로 확장공사 과정에서 벚나무 4그루와 팽나무 2그루를 제주시가 벌채하면서 불거졌다.

해당 벚나무는 1970년대 제주시가 마을에 제공해 주민들이 직접 마을 초입에 심은 것으로 알려졌다. 멀쩡한 벚나무가 잘려나가자 마을회는 마을 임시총회를 소집해 제주시에 보존을 요구하기로 결의했지만 올해 8그루의 벚나무가 벌채되면서 불이 붙었다.

주민들은 제주시가 약속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나무를 제거했다는 주장을 폈고, 제주시는 보존을 약속한 바 없고 이식에 따른 문제점을 설명을 한 뒤 벌채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이에 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제주시청과 시장이 어떤 사과도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이들은 벌채된 40년 된 왕벚나무와 주민들을 위무, 비념하고 몰래물 기억의 문을 여는 퍼포먼스를 펼칠 계획이다.

제성마을 대책위에 따르면 몰래물(구 사수동)은 주민들이 세운 마을로 1941년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국제공항)이 생기면서 사라졌다. 주민들은 옆 마을로 터를 옮겨 새몰래물(신사수동)을 세웠으나, 40여 년 뒤 제주공항 확장공사가 진행되면서 다시 수난을 겪었다. 

확장공사에 따라 일부 주민들은 다시 이주했으며, 남아있는 주민들 역시 1987년 도두 하수종말처리장이 생겨나면서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이후 주민들은 4개 마을로 흩어져 터를 잡았고, 이때 생겨난 마을이 제성마을이다. 

제성마을이 생겨날 당시 주민들은 12그루의 왕벚나무를 심었고, 여기에는 공항과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철거민이 될 수밖에 없었던 통한의 기억이 담겼다. 그러나 도로확장공사를 이유로 반대에도 불구하고 벚나무는 벌채됐고,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80년 전 ‘몰래물’ 철거민의 아픔과 40년 전 ‘제성마을’ 설촌의 희망을 간직한 왕벚나무가 되살아나길 기원한다”며 “제주시 관계 당국의 진심 어린 사죄와 제성마을 원주민들의 물적, 심적 보상 요구에 응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행사는 지도에서 사라진 마을, 몰래물을 함께 기억하고 할머니들을 응원하는 보행길”이라며 “무단 벌목당한 왕벚나무를 살리고, 제주의 무분별한 개발을 꾸짖어 반성하고, 제주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고 열어가는 보행길에 많은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사진=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
공사 진행 전 꽃을 피워낸 제성마을 왕벚나무. 사진=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
사진=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
사진=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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