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관전포인트] 전략공천 잡음 vs “제주 전라도화” 막말 vs 친정 탈당 무소속 출마 ‘각종 논란 속’ 민심의 심판은?

제주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민의힘 부상일, 무소속 김우남 후보. ⓒ제주의소리

6.1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제주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 vs 국민의힘 vs 무소속' 3자 구도로 치러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가 공표되면서 2강 1약 구도가 형성됐다. 

2강 구도로 나타난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후보와 국민의힘 부상일 후보는 첫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한 치 앞을 예단할 수 없는 치열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친정인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감행한 김우남 후보가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얼마나 표심을 끌어 모을지가 막판까지 관심사다.  

제주시을 보궐선거 레이스는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촉박한 일정으로 전개됐다. 재선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후보의 도지사 선거 출마로 급작스럽게 궐위되면서 확정된 보선 일정도 급물살을 탔다.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민주당 김한규 후보, 4전 5기의 승리를 다짐하는 국민의힘 부상일 후보, 3선 출신의 저력을 보이겠다는 무소속 김우남 후보가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우면서 선거 개표 막판까지도 확실한 승자를 쉽게 가늠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6.1선거기간 중 보선의 판세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블랙아웃 기간' 직전까지 어느정도 판세가 예상되던 제주도지사 선거와 달리 '대리전 양상'을 띈 보궐선거가 박빙 승부로 시작되자 유권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제주시을 선거구는 지난 20년간 내리 민주당 소속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같은 기간 무소속 또는 보수정당의 후보가 번갈아가며 석권했던 제주도지사 선거와는 흐름이 달랐다.

이번 보선에서도 전통적 지지세가 구축된 민주당이 수성에 성공할지, 정권교체 순풍을 탄 국민의힘이 설욕에 나설지, 3선 국회의원 출신의 무소속 후보가 저력을 보여줄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관전포인트 1.  김한규 후보 전략공천 잡음으로 선거 시작한 민주당

민주당으로서는 후보 선출 과정에서 발생했던 불협화음이 아킬레스건이다.

보선 공표 직후 민주당에서는 지역 정치활동을 기반으로 한 도의원들을 비롯해 제주 출신의 출향 정치인까지 6~7명의 후보군이 각축전을 벌였다. 그러나 민주당 중앙당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역임한 김한규 후보를 결국 전략공천했다.

이로 인해 선거 초기부터 잡음이 일었다. 경선 기회조차 받지 못한 일부 인사들은 공식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며 중앙당에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폭언 논란으로 한국마사회장에서 물러나 있던 3선 국회의원 출신 김우남 후보도 전략공천이 결정되자 이를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감행했다.

특히 제주 출신으로 고향 제주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대학 진학 후, 중앙 무대에서 활약해 온 김한규 후보의 이력은 예상외로 시빗거리가 됐다. 김한규 후보 본인도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하며 "제주에 대한 이해가 깊은 지역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시너지를 내겠다"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이에 반해 윤석열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전국적인 물결을 탄 국민의힘의 후보 선출 과정은 보다 수월했다. 일정 상 다소 늦춰졌을 뿐 100% 도민 여론조사 방식으로 경선을 치르게 한 선택이 주효했다.

한때 대선 정국에서 새롭게 모습을 보인 정치신인 김승욱 국민의힘 제주시 을 당협위원장 등이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기도 했지만, 결국 100% 도민 여론조사 방식은 해당 선거구에서 네번의 도전에 나섰던 부상일 후보에게 또한번의 기회를 줬다. 경쟁 예비후보들에 비해서 인지도가 우월했던 부상일 후보의 낙승이었다.

  관전포인트 2. 국힘 부상일 후보 “제주도 전라도화-20년 가스라이팅” 막말 논란

부상일 후보가 작정하고 꺼내든 '제주도의 전라도화', '민주당에 20년간 가스라이팅 당한 제주도민' 등의 발언은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도민사회를 갈라치기 했다는 여론의 비판이 거셌다. 

부상일 후보가 해당 발언을 꺼내든 것은 지난 5월 19일 TV토론회였다. 당시 부상일 후보는 "제주도가 전라도화 됐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육지 사람에게 제주의 선거 결과를 두고 '제주도는 전라도야? 거기는 전라남남도겠네' 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발언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처음에는 돌발 발언인가 싶었지만, 부상일 후보는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자신의 유튜브 계정과 공식 성명을 통해 반복했고, 선거홍보 거리 현수막에도 '막대기만 꽂아도 민주당 찍도록 가스라이팅 당한 제주'라는 자극적 문구까지 공개적으로 적어넣었다. 

단순 실언이라기 보단 개인의 정치철학을 담은 철저히 계산된 선거전략이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부상일 후보 스스로는 "지역감정을 유발한 의도가 아니었다"고 적극 반박했지만, 후보의 해명을 떠나 선거판을 구태스러운 지역감정과 갈라치기 논란으로 얼룩지게 만들었다.

정치권에서는 부상일 후보가 보수세력 결집을 위해 의도적으로 발언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느슨했던 적극적 지지층의 결집이 더 굳건해진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부상일 후보의 집요한 발언이 지지층을 결집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중도 성향의 부동층에게까지 소구력이 있을지는 선거 결과를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관전포인트 3. 블랙아웃 직후 터진 ‘김포공항 이전 이슈’ 유불리 판단 어려워

선거 막판 터져나온 '김포공항 이전' 이슈가 제주 지방선거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관심사다.

이번 논란은 제20대 대선을 거치며 더불어민주당의 얼굴이 된 이재명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와 직전 당 대표를 지낸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하는 '수도권 서부 대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해저터널을 뚫어 제주도를 KTX로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항공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논의 과정에서 제주사회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이미 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도 논의됐지만, 사회적 합의 등 충분한 검토가 안됐고 아직 현실성이 없다는 판단으로 최종 공약에서 빠진 바 있다.

민주당은 김포공항 이전 논란이 보궐선거는 물론, 제주도지사 선거 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자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서서 "지역 후보들이 득표에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내놓았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당 공약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후보도 "대선 과정에서 당 내부 논의가 있었지만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고 진화에 나섰다. 논란의 당사자인 송영길 후보 역시 "제주도민의 합의 없이는 추진될 수 없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반면 기회를 잡은 국민의힘은 총공세 모드에 돌입했다. 허향진 제주도지사 후보를 비롯해 부상일 후보 역시 민주당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준석 당 대표도 지난 28일과 31일 연이어 제주를 찾아 지원 유세에 나서는 등 흔들리는 민심을 적극 활용했다. 

이같은 논란이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블랙아웃 기간에 제기된 것이어서 표심의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지만, 민주당으로서는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김포공항 이전 이슈가 불붙기 전에 치러진 사전투표율이 21.38%로, 4년 전 지방선거의 22.24%에도 미치지 못한 점도 내심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민주당 보다 먼저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이기재 양천구청장 후보가 '김포공항 이전'을 5대 공약에 담았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내로남불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이기재 후보는 국민의힘 소속인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의 최측근으로 원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에는 보좌관으로, 제주도지사 시절에는 서울본부장으로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이기재 후보가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 김포공항 이전 문제는 원희룡 장관의 국토부 소관인 만큼, 이 후보가 원 장관과 사전 교감 내지 검토가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국민의힘도 공세만 취하긴 어려워진 점이 변수다. 결국 어느 쪽도 유불리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전포인트 3.  ‘무소속 출마 감행’ 3선 출신 김우남 후보 득표율 변수 

3선 국회의원 출신의 무소속 김우남 후보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민주당 출신의 김우남 후보는 제17, 18,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대 의회에서는 국회 농해수위 상임위원장까지 맡으며 중량감을 키웠다. 욕설 파문으로 비록 불명예 퇴진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마사회 회장을 역임하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선거기간 중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거대양당 후보에 상대적인 열세를 보였다. 그러나 3선 의원 출신으로 오랜 의정활동 기간만큼이나 지지 기반은 무시할 수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블랙아웃 기간 중 대역전을 일으킬만한 구체적 호재는 없었지만, 김한규 후보나 부상일 후보로서는 김우남 후보의 선전 여부에 따른 유불리 셈법이 복잡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김우남 후보의 득표가 많을수록 민주당의 표심이 갈라질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김우남 후보의 정치적 고향인 구좌읍 등 읍면지역의 표심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세가 높은 농수축산업 종사자들의 표가 보수성향 유권자 내부에서 갈리는 비중도 배제할 수 없다.

한때 사퇴론까지 제기돼 격노했던 김우남 후보가 예상대로 완주를 한만큼 최종 투표소로 향하는 지지자들에 의해 제주시을 보궐선거의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최종 당락의 윤곽은 2일 자정을 훌쩍 넘겨 2일 오전 3~4시쯤 돼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주의소리 등 언론4사의 여론조사 기간과 방식 등은 아래 이미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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