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서장, 예비검속자 총살 명령에 “부당(不當)하므로 불이행(不履行)” 학살 막아

제주4.3 당시 군 당국의 예비검속자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무고한 양민들의 목숨을 구해낸 '제주판 쉰들러' 故 문형순 서장의 묘역을 제주의 후배 경찰들이 정비하고 참배했다.

제주경찰청은 지난 5월 31일,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제주시 오등동 평안도민 공동묘지에 안장된 故 문형순 서장 묘역 환경정비와 참배했다고 1일 밝혔다. 

이날 노현규 이북5도민 연합회장 겸 평안남도 도민회장, 김영호 평안북도 도민회장, 박덕현 황해도 도민회장, 송훈 이북5도 사무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풀베기와 비석 닦기를 비롯한 환경정비 활동과 참배 행사가 진행됐다. 

문 서장은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 만주 일대에서 독립운동을 펼치다 광복 이후 1947년 5월 경찰에 투신한 뒤 서울을 거쳐 제주에 내려왔다. 

1950년 8월 30일 해병대 정보참모 해군중령 김두찬이 서귀포경찰서장에게 보낸 예비 구속자 총살 집행 의뢰의 건. 당시 문형순 서장은 '부당함으로 불이행'이라고 썼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1950년 8월 30일 해병대 정보참모 해군중령 김두찬이 서귀포경찰서장에게 보낸 예비 구속자 총살 집행 의뢰의 건. 당시 문형순 서장은 '부당함으로 불이행'이라고 썼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1947년 7월 제주경찰서 기동대장을 거쳐 한림지서장과 모슬포경찰서장, 성산포경찰서장을 지냈다. 1949년 모슬포경찰서장 당시엔 좌익 혐의를 받던 주민 100여 명이 처형될 위기에 처하자 자수시킨 뒤 훈방해 목숨을 살린 바 있다. 

1950년 성산포 경찰서장 재임 중에는 군 당국의 예비검속자 총살 명령에 대해 ‘부당(不當)하므로 불이행(不履行)’한다며 단호히 거부함으로써 200여 명의 무고한 양민들의 목숨을 구했다.

당시 제주도내 읍면별로 수백 명씩 집단 학살되던 상황에서 문 서장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성산포경찰서 관할 희생자는 단 6명에 불과했다. 

문 서장은 이후 1953년 9월 15일 경찰에서 퇴직하고 1966년 6월 20일 후손 없이 생을 마감했으며, 경찰청이 인권 경찰의 표상을 발굴하는 ‘2018년 경찰영웅’에 선정됐다.

제주경찰청은 “앞으로도 ‘경찰추모주간’ 및 ‘경찰의 날’을 맞아 재차 묘역을 정비할 것”이라며 “경찰 직원들이 故 문형순 서장의 숭고한 뜻을 영원히 기리고 애민정신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주4.3평화기념관 '의로운 사람들' 전시실에 마련된 문형순 서장 공적 안내.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4.3평화기념관 '의로운 사람들' 전시실에 마련된 문형순 서장 공적 안내.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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