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0.7%차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 도민 다수 반대 여론 무시 안돼 / 윤용택 논설위원·제주대 교수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아무리 국책사업이라도 제주도민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한다.  ⓒ제주의소리
아무리 국책사업이라도 제주도민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한다. ⓒ제주의소리

우리 사회가 그동안 고도성장과 개발위주 정책으로 환경의 질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시민들은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치 민주화로 시민들의 민주적 절차와 인권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억압되던 다양한 갈등들이 증폭되어 표출되고 있다. 그런데도 갈등해결 매커니즘은 아직 정착되지 않음으로써 우리사회는 크고 작은 갈등으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물론 갈등이 반드시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갈등과정에서 몰랐던 정보들이 소통됨으로써 자신과는 다른 입장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개인이나 집단의 문제점을 드러냄으로써 관계자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으며, 갈등이 합리적으로 잘 해결되면 개인과 집단의 통합과 발전을 이룰 수도 있다. 그러나 갈등 해결이 지연될 때 당사자들은 많은 고통을 겪게 되고, 사회도 그 이상으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그리고 갈등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면 당사자들에게는 오랫동안 치유되기 힘든 상처가 남는다. 

  도민 갈등을 줄일 합리적 선택은?

갈등의 원인은 다양하다. 대체로 환경갈등은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아서 생겨나는 절차상 하자, 환경이나 경제적 타당성 조사와 분석과정에서 사실관계 불일치, 사업의 이해득실에 따른 이해관계 대립, 합리적이지 못한 법과 제도의 운용, 자연과 생명의 가치에 대한 관점 차이 등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사업을 결정하고 시행할 때 민주적 절차, 투명한 자료공개, 합리적 논의 등을 거친다면 지금보다는 갈등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현행법상으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할 경우에는 계획수립, 결정, 설계, 사업집행 순서로 행정절차를 거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사업의 필요성, 타당성, 적정성을 검토하고, 기본 및 실시설계를 하며, 보상한 후에 공사를 시행한다. 그러나 사업과 관련된 구체적 정보는 사전환경성검토 및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공람, 설명회, 공청회 등 주민 의견수렴 과정에서 일반에게 공개된다.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된 경우, 지역주민이나 환경단체에서 머리띠를 두르고 결사반대를 하지만 사업을 되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환경영향평가는 이미 사업을 결정하고, 환경문제가 있더라도 피해 저감 방안을 마련하는 데서 그치고, 대부분 사업은 그대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영향평가 단계에 이르러서야 사업의 구체적인 정보가 알려진 경우는 사업을 철회할 수 없어서 지역주민, 환경단체, 행정당국 사이에 갈등이 남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서 도입된 제도가 ‘사전환경성검토’이다. 사전환경성검토는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개발사업 등을 계획하려 할 때 그 행위의 환경성을 환경부와 미리 검토하여 협의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르면, 특정 지역을 개발할 때는 미리 환경측면의 적정성 및 입지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사전환경성검토를 거쳐야 한다. 그래서 도입된 게 ‘전략환경영향평가’이다. 

  두차례 보완요구, 최종 반려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전략환경영향평가’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계획할 때 환경보전 계획과 부합 여부 확인 및 대안의 설정ㆍ분석 등을 통하여 환경적 측면에서 해당 계획의 적정성 및 입지적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하는 행정기관에서는 사업을 확정하고 승인하기 전에 환경부장관에게 사전환경성검토서를 제출하여 미리 협의해야 한다. 기존 ‘환경영향평가’가 사업 결정이 난 이후에 이뤄지는데 반해서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사업 확정 이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다르다. 다시 말해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

공항 건설은 주변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다. 이에 제주 제2공항(이하 제2공항)을 건설하려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환경부와 사전환경성검토 협의를 위해 2019년 9월 23일 환경부에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제출하였고, 환경부는 10월 31일 환경부는 보완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국토부는 같은 해 12월 3일 보완서를 제출하였지만, 환경부는 12월 19일 다시 재보완을 요청했다. 법적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보완 요청은 두 차례만 할 수 있지만, 환경부는 국토부에 2020년 6월 12일 추가보완 요청까지 하였다. 그만큼 제2공항은 환경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사업이다.

그로부터 1년 후 국토부가 환경부에 재보완서를 제출하였지만, 환경부는 2021년 7월 20일 ‘비행안전이 확보되는 조류 및 그 서식지 보호 방안에 대한 검토가 미흡하고,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시에 최악 조건 고려 미흡 및 모의 예측에 오류가 있으며,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인 다수의 맹꽁이 서식 확인에 따른 영향 예측 결과가 제시되지 않았고, 조사된 숨골에 대한 보전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려’ 결정을 내렸다.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두 번이나 보완 요구한 후에 결국 반려했다는 것은 사업을 접으라는 뜻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제주도지사 시절부터 강력하게 제2공항 추진 의사를 밝혀온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어제(7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2공항을 지방거점 공항으로 건설하겠다고 보고하였다. 그리고 최근 국토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다시 작성하고 있다. 새로 바뀐 환경부장관이 그것을 수용할지는 미지수이다.

국토부가 제2공항과 관련된 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환경부의 보완 요청이 가능하다는 용역보고서를 하루빨리 공개하여 검증받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사실(fact)들에 관한 것이기에 투명하게 공개해서 얼마든지 서로 팩트 체크할 수 있다. 그리고 국토부와 환경부는 최종 전략환경영향평가서도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보다 객관적인 제3의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진실을 검증해야 할 것이다.

  다수결 원칙은 존중돼야 한다

사실, 제2공항과 관련된 갈등은 환경문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었다는 점이다. 제2공항 건설이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디에 건설할 것인가에 대해서 제주도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숙의(熟議) 과정을 거쳐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민주사회에서 아직 그보다 더 나은 대안이 없기에 다수결 원칙은 존중되어야 한다. 우리 국민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0.7퍼센트로 당락이 갈린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토부가 지난 2015년 11월 성산읍 일대를 제2공항 부지로 선정하였다. 해당 지역주민에게 사업 내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고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선정한 것이다. 물론 여기서 지역주민은 해당 사업이 펼쳐지는 성산지역뿐만이 아니라, 그로 인해 직간접 영향을 받는 제주도민들까지 포함된다. 제2공항 건설된다면, 성산지역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관광객의 유입으로 제주도민 전체도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제2공항과 관련해서는 여러 차례 여론 조사와 토론회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공론화되었다. 제주도민들은 제2공항을 해서 어떤 이득과 문제가 있는지,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고 있다. 도민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제주도의 인구와 관광객도 크게 늘면서 어떤 이득과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적정 인구와 관광객이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기에 제주도와 도의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제주도민은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아무리 국책사업이라도 제주도민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오영훈 도지사를 비롯하여 도민을 대신하는 45명 도의원들께서 앞으로 국토부와 환경부를 상대로 당당하게 제주도민의 바람을 분명히 대변하길 바란다. 그리고 제2공항을 대신하여 제주도와 육지를 잇는 교통체계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지역균형 발전에 대해서도 집단 지성의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 / 윤용택 논설위원·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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