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새마을금고중앙회 ‘임원 개선’ 요구에도 해당금고 ‘징계 시늉만’
직접 제재 내부통제권한 한계…‘새마을금고법 일부개정안’ 국회 계류

지난해 4월 제주도내 모 새마을금고에서 27년간 장기근속해온 50대 강모 씨가 이사장과 이사장 사돈인 동료 직원에 의한 폭언과 조롱, 감시, 부당한 좌천성 인사 등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안타까운 사건.

K씨가 숨진 2개월 후, 고인의 유족·동료와 지인, 제주지역 노동단체 등은 새마을금고 직장 내 괴롭힘 사망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폭로하면서 도민사회의 공분이 일기도 했던 사건이다. 

 공분 일었던 A새마을금고 갑질 사건 발생 1년 반 

K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지도 이미 1년 반. 해당 새마을금고는 정상화되었을까?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직장내 괴롭힘이 인정된 제주 A새마을금고의 B이사장은 상급 관리감독 기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이하 중앙회)의 ‘임원 개선’ 조치에도 여전히 이사장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중앙회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사장 B씨의 괴롭힘을 받아온 50대 강모 씨는 해당 금고를 평생 직장으로 여겨 27년 장기근속했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폭언과 모욕 등 직장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고인이 됐다. 

관련해 중앙회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감사에 착수, B이사장을 ‘직장 내 괴롭힘 및 품위 유지의무 위반’ 등 소위 갑질을 포함한 총 14가지 사유로 임원 교체에 해당하는 ‘개선’ 처분을 A금고에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A금고는 해당 안건을 이사회에서 처리하지 않고 대의원총회로 넘겨, 중앙회가 요구한 ‘(임원)개선’ 처분이 아닌, 단순 ‘경고’ 의결을 내린 뒤 B이사장을 직무에 복귀토록 했다. 

  중앙회의 징계 처분 무용지물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징계 확정 이전까지는 직무를 수행하면 안 되지만, 중앙회 징계를 따르지 않고 자체 처리하게 되면서 B이사장이 직무 복귀하게 된 것이다. 이에 중앙회는 법원에 B이사장의 직무를 다시 정지토록 하는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지난 5일 제주지방법원 제3민사부에서는 관련 심문이 열렸다. 

당시 B이사장 측 변호인은 중앙회가 표적 감사를 진행한 데다 과거 문제가 없는 일까지 끌고 와 징계를 양정했다며 항변함과 동시에 중앙회는 징계 요구 권한만 있지 직접제재 권한은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회가 징계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징계내용이 이행되지 않더라도 직접 제재할 권한이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에 중앙회 측은 중앙회 징계 요구와 달리, 단순 ‘경고’ 처분을 내린 해당 금고의 대의원들은 대부분 B이사장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인 데다, 중앙회의 조직 성격에 따라 A금고는 소속 중앙회 요구를 따라야 한다고 반박했다.

논란은 갑질이 드러난 이사장 B씨가 자신의 갑질로 극단적 선택을 한 강씨가 고인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사장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사안은 노동청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고, 근로복지공단 역시 ‘산업재해’로 심의 승인한 건이다.

지난해 11월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는 해당 사건에 대해 ‘모욕적인 언행과 사찰수준의 감시 등 고인을 대상으로 한 이사장 B씨의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정’했다. 올해 4월 고인의 첫 기일에 근로복지공단 역시 ‘산업재해 심의 승인 결정’ 사실을 유족에게 통보했다.

강 씨의 사망 원인이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산업재해’로 인정된 것이다. 이에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감사를 진행해 B씨를 상대로 해임에 해당하는 ‘임원 개선’ 제재처분을 A금고 이사회에 요구했다.

하지만 A금고 이사회가 이 사안을 대의원총회에 부쳐 자체적으로 ‘경고’ 의결로 처리해 사실상 중앙회의 징계처분을 무력화하면서 중앙회가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6월 새마을금고 직장 내 괴롭힘 사망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모습. 이들은 당시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앞에서 '새마을금고 직장 내 괴롭힘 사망사건 진상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관련해 노동청은 해당 새마을금고 이사장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으며, 안타깝게 숨진 고인은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하지만 해당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주의소리
지난해 6월 새마을금고 직장 내 괴롭힘 사망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모습. 이들은 당시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앞에서 '새마을금고 직장 내 괴롭힘 사망사건 진상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관련해 노동청은 해당 새마을금고 이사장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으며, 안타깝게 숨진 고인은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하지만 해당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주의소리
지난 1월 5일 A새마을금고가 공개한 B이사장 관련 수시공시 자료. 해당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B이사장에 대한 14가지 제재사유를 들어 '임원 개선'을 요구했다. ⓒ제주의소리
지난 1월 5일 A새마을금고가 공개한 B이사장 관련 수시공시 자료. 해당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B이사장에 대한 14가지 제재사유를 들어 '임원 개선'을 요구했다. ⓒ제주의소리

  중앙회의 해임 요구 무색...해당 금고 가장 낮은 ‘경고’ 처리만

새마을금고법 74조의 2(임직원에 대한 제재처분)에 따른 시행규칙 제11조의 2(임직원에 대한 제재처분의 세부기준)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행위’에 대해 개선부터 경고까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나타난다.

단계는 비위의 정도와 과실 여부에 따라 나뉘는데 중앙회가 요구한 ‘개선’의 경우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A금고 대의원총회가 내린 ‘경고’ 조치는 제재처분 단계 중에서도 가장 약한 단계로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에 내려지는 조치다. 한마디로 징계 시늉만 한 것으로, 사실상 새마을금고에 내부통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현재 중앙회는 A금고의 조치를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임원 개선’ 조치를 이행하라고 A금고에 거듭 요구하는 상태며, A금고는 중앙회 제재처분은 요구일 뿐 강제사항이 아니라며 자체 판단(경고)으로 조치를 이행했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현 새마을금고법상 중앙회가 지역 금고에 내리는 제재처분은 ‘명령’보다 ‘요구’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주무부장관인 행안부장관이 중앙회를 대상으로 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에 일부 국회의원들은 해당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로 간 새마을금고중앙회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방안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국회의원(경기 의정부시 갑) 등 의원 11명은 지난 5월 4일 중앙회나 금고가 당초 요구한 조치보다 낮은 수준의 조치로 변경하는 등 제재 요구를 무력화할 수 없는 내용을 포함한 ‘새마을금고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제안이유에 따르면 현행법은 중앙회장이 중앙회나 금고 임원의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 조치를 요구하더라도 대상 임원이 이사회나 총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 해당 조치를 의결하지 않거나 낮은 수준의 조치로 변경 의결하는 등 적절한 제재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소극적인 내부 통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위 감독기관인 주무부장관(행안부)과 중앙회장이 직접 개입·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담겼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달 14일 국회 소관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 계류 중이다.

‘새마을금고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나타난 제재조치 관련 제안 이유와 정비 내용. ⓒ제주의소리
‘새마을금고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나타난 제재조치 관련 제안 이유와 정비 내용. ⓒ제주의소리

결국, 지역 금고에 대한 중앙회의 직접 제재권이 없는 상태로 유권해석이 내려지고 있어 B이사장이 임원 개선 처분을 빠져나간 것이다. 직장내 갑질로 인해 한 생명이 고인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책임 당사자는 버젓이 다시 직무에 복귀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 

관련해 새마을금고 관계자에 따르면 B이사장은 노동청이 인정한 ‘직장 내 괴롭힘’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고인이 직장을 다닐 당시 부하직원이자 B이사장과 사돈 관계인 C차장 역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중앙회는 C차장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부적절한 언행과 태도가 확인되는 등 ‘직장 내 괴롭힘 및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포함한 9가지 이유로 징계면직(파면)을 요구했고 A금고 이사회는 이사장과 달리 C차장에 대한 파면은 받아들였다. 

이후 C차장은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파면 징계가 부당하다는 구제신청을 접수했으나 기각됐으며, 현재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해 [제주의소리]는 입장을 듣기 위해 A금고 본점에 당시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모 부이사장에 대해 취재를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고 있다.

당시 A금고 관계자는 “부이사장에게 취재 의사를 전달했으니 입장이 있다면 먼저 연락할 거니까 다시 전화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답변했지만,  2주 가까이 부이사장은 답변이 없는 상태다. 

  갑질 피해자는 세상 떠났지만 가해자는 여전히 건재 

27년을 장기근속한 직원을 죽음으로 내몬 ‘직장 내 괴롭힘’에도 가해자에게는 제대로 된 처분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피해자는 세상을 떠났지만 가해자는 건재한 '납득하지 못할' 상황이다. 새마을금고 감독체계, 즉 내부통제시스템 부재에 따른 결과다. 

내부통제시스템 부제 사례는 제주는 물론 전국 새마을금고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행정안전부의 ‘새마을금고 비리 유형별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2022년 5월까지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비리 사고는 총 97건에 달했다. 갑질은 물론 횡령, 배임 등 사례는 다양했다. 

그러나 각종 비위에 따른 중앙회의 제재 처분이 내려지더라도 이번 제주 A새마을금고 사례처럼 해당 금고가 징계를 무력화해버리는 일이 전국에 비일비재하다. 새마을금고가 상부상조하는 서민의 진정한 금융기관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 강화와 법제도 정비가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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