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제주1민사부, 손배소 청구 기각 원심 바꿔 추가배상 판결

간첩으로 내몰려 재심을 청구했던 오재선 할아버지의 생전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간첩으로 내몰려 재심을 청구했던 오재선 할아버지의 생전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간첩으로 내몰려 30여년만에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고(故) 오재선 할아버지와 가족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추가 승소했다. 

최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민사부는 오 할아버지와 유족 등 10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을 바꿔 정부가 오 할아버지 유족들에게 추가로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추가 승소에 따라 국가는 오 할아버지 유족들에게 적게는 300만원부터 최대 2000만원까지 추가적인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1941년 일본에서 태어난 오 할아버지는 해방 직전 제주에 왔다가 16살이던 1956년에 아버지를 찾기 위해 다시 일본으로 갔다.   

일본에서 식당 종업원 등으로 일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던 오 할아버지는 1983년 3월 제주로 강제로 소환됐다. 

제주로 돌아온 뒤 오히려 시련이 닥쳤다. 1985년 4월 당시 경찰은 오 할아버지를 반국가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인물로 취급해 각종 고문을 일삼았다. 

각종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낸 경찰은 오 할아버지를 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간첩’으로 내몰았고, 1986년 12월4일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징역 7년형에 처해졌다. 갖은 고문으로 오 할아버지는 오른쪽 청력을 잃었고, 나중에 왼쪽 청력까지 약화되면서 일상적인 대화가 힘들 정도의 고통을 겪었다. 

5년2개월 정도 수감 생활을 하던 오 할아버지는 1999년 특별사면돼 풀려났고, 자신은 간첩이 아니라면서 재심을 청구했다.

오 할아버지가 간첩으로 내몰리면서 유족들도 불법구금 당하는 등 고통의 삶을 살아야 했다. 

관련 기록을 검토한 제주지방법원은 2018년 8월28일 재심을 통해 오 할아버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명예를 회복한 오 할아버지는 가족들과 함께 2019년 2월14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소 제기 얼마 뒤 생사를 달리했다. 

오 할아버지가 고인이 된 지난해 11월 1심 민사 재판부는 정부가 오 할아버지에게 1억6712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다만, 오 할아버지와 함께 소송을 제기한 가족들의 청구는 기각됐다. 오 할아버지처럼 불법 구금 등 피해를 받은 유족들에게도 정부가 배상해야 하지만, 관련법상 청구 시효가 지났다는 게 1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불복한 유족들은 항소했고, 항소심에서 추가 승소를 따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 할아버지가 무죄 판결을 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유족들이 소멸시효가 지나기 전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추가 승소하면서 오 할아버지는 저승에 가서야 한을 조금이나마 풀게 됐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