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보전지역관리조례 개정 난항...법적요건 해석 두고 석달째 표류 중

주민청구 조례로 발의되며 이른바 '제주 제2공항 견제구'로 불리는 제주도 보전지역관리조례 개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제주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법제처는 유의미한 판단을 내지 않으면서 최종 결정 권한을 지닌 제주도의회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11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와 제주특별자치도 등에 따르면 주민청구 조례안으로 발의된 '제주도 보전지역관리 조례 개정안'은 지난 8월 해당 상임위에 회부됐지만, 법적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석 달째 표류중이다.

이 조례안은 '보전지역 1등급 지역 안에 제주특별법 제355조 제3항에서 정한 허가 대상 시설 이외의 시설은 설치할 수 없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 상의 행위 제한 범위에는 항만과 공항이 포함돼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관리보전지역에서 공항 및 항만 등의 대규모 기반시설 설치를 위해서는 사전에 보전지역 해제 등의 도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조례안이 '제2공항 견제구'라 불리는 이유다. 

해당 조례는 2019년 5월 의원(홍명환) 발의로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도시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같은해 7월 본회의에서 찬성 19명, 반대 14명, 기권 7명으로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의결 정족수는 확보했지만 당론을 모으지 못했다.

한 차례 고배를 마신 조례는 '주민청구 조례안'의 요건을 갖추면서 다시 도의회 문을 두드렸다. 제주녹색당 등을 중심으로 올해 4~5월 1472명의 서명을 받았고, 이중 유효서명 주민수가 1092명으로 집계됨에 따라 주민조례발안심사위원회를 거쳐 정식 안건으로 올랐다. 관련 조례에 따라 김경학 의장의 명의로 발의됐지만, 석 달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는 해당 조례안이 '주민청구 조례'의 권한을 넘어섰다는 입장이다. 제주도는 지난 8월 법제처에 이 조례의 내용이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 제4조 제4호의 '공공시설의 설치를 반대하는 사항'에 해당하는지를 물었다.

이에 법제처는 "이 사안의 조례안이 특정 공공시설의 설치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현행 제주도조례 제13조에 따라 보전지구 1등급 지역에 설치할 수 있던 공항·항만 등 일부 공공시설이 설치가 불가능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해 실질적으로는 주민조례청구 대상이 공공시설의 설치에 반대하는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즉, 원칙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관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한 공공시설의 설치 문제를 이해관계인이 주민 조례 발안 형태로 개입하는 것이 요건에 맞지 않다는 해석이다.

제주도는 해당 조례가 통과될 경우 '재의' 요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기류 속에서 제주도의회는 법제처에 조례 내용 상의 문제를 추가로 물었지만, 이는 '반려' 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위 조례 상의 단서 조항만으로 제주특별법에서 정한 시설을 제한할 수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법제처는 유의미한 해석을 내지 않았다. 

결국 공은 제주도의회로 다시 넘어오게 됐다. 가령 주민청구 조례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의원 발의 형태로 우회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정치적 부담을 져야하는 과제가 남는다.

최초 문제를 제기하며 주민조례 발의를 성립시킨 제주녹색당은 11일 논평을 통해 "제주도의회가 정식 의안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해 소관 상임위에 보낸 안건에 대해 법제처 해석을 요청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도의회가 안건 처리에 부담을 느껴 법제처에 판단 권한을 떠넘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개정안은 절대보전지역과 관리보전 1등급 지역의 보전 가치는 거의 동등하지만, 그에 대한 개발행위 제한 기준은 상이한 점을 일관성 있게 조정하는 내용"이라며 "앞뒤가 맞지 않는 행위 제한 규정을 일관성 있게 정리하고,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의 결정권을 강화하는 안"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제주녹색당은 "이제 공은 제주도의회에 돌아왔다. 제주도의회는 도민들의 대의 기관으로서 공의 무게를 정확히 가늠하고 책임 있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도의회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고 개발 행위에 있어서 일관성을 보완한 개정안을 제2공항 반대를 위한 조례라는 프레임으로 폄하시키지 않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제주도의회가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제411회 제2차 정례회에서 개정 조례안을 심사대에 올릴지, 올린다면 어떻게 처리할지 도민사회의 이목이 민의의 전당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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