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응답자 83% "오염수 방류시 수산물 소비 안해"...오염물질 축적도 심각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시기가 다가오면서 제주 지역사회의 우려가 심각해지고 있다. 원전 오염수의 제주해양 도달 시기, 또 물의 오염도와 관계 없이 제주경제에는 즉각적이고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면서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원전 오염수를 내년 4월부터 순차적으로 방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저터널을 이용해 일본 본토에서 1km 떨어진 해상에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방류 시기가 도래하면서 예상되는 피해도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국내외 해양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염수 배출이 이뤄진다면 제주를 비롯한 우리나라 해역에는 적어도 7개월 후에 오염수가 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 각 국의 반대 의사를 명확히하고, 일본 현지에서도 수 만명이 이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계획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에 함유된 방사성해종 대부분을 방류 기준치 이내로 처리하고, 처리가 안되는 삼중수소는 바닷물로 희석해 배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주장에 입각해 방류수에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방사능 물질이 '축적'될 가능성에 있다.

제주연구원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에 따른 피해조사' 연구를 수행했다. 보고서의 인용에 따르면 뉴욕 리먼 칼리지 해양연구소의 조셉 라클린(Joseph Rachlin) 소장은 방사능 물질이 해양생물에 축적되면, 다음 세대에 돌연변이가 출현할 수 있고, 먹이사슬을 따라 농축되면 결국에는 인간에게 전달됨으로써 생기는 다양한 위해성을 지적했다.

생명체에 영향을 주는 치명적인 유전변이는 번식 생태에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며, 유전적으로 변형된 대부분의 생명체는 생존이 어렵지만, 일부는 다음 세대로 변형된 유전자가 전이돼 장기적으로 개체군의 생존 능력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방사선 생태학자인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와드 휘커(Ward Whicker) 교수는 해양생물의 사망률과 번식 능력 감소는 요오드, 세슘 등 방사능 물질 농도에 의해 결정된다고 분석했다. 신뢰성 있는 평가를 위해서는 오염수 뿐만 아니라 어류 및 기타 해양무척동물에 축적돼 있는 방사성 물질의 실제 농도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본 농림수산부는 2011년 3월부터 어류 및 기타 해산물의 방사성 핵종을 모니터링해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 결과에 따르면 중요한 수산업 종들을 포함해 저서성 어류에서 총 세슘 농도가 후쿠시마 연안에서 가장 높고, 북쪽과 남쪽 지역으로 갈수록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당장의 물의 오염도와는 무관하게 방사성 핵종 축적치에 따라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방류수의 오염 정도와는 별개로, 방류 조치가 강행될 시 수산업 및 관광산업에도 지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용역 연구진이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2.30%가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매우 심각함 62.20%, 심각함 30.10%, 잘 모르겠음 5.70%, 대체로 문제 없음 1.80%, 전혀 문제 없음 0.20%). 특히 수산업의 피해는 다른 지역보다 제주가 더 클 것이라는 응답도 78.4%에 달했다.

무엇보다 설문 참여자의 83.40%가 일본 오염수 방류 시 수산물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소비를 줄일 경우 감소폭은 평균 46.70%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산 수산물의 소비 감소폭은 평균 49.15%로 더 높았다. 이를 피해액으로 환산할 경우 수산업 피해액은 448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2021년 제주 수산물 생산금액 9121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또 응답자의 48.6%가 오염수 방류시 제주 여행 관련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내국인관광객의 주된 제주 여행 이유 중 하나인 식도락을 빼앗기는 결과다. 감소되는 평균 여행 지출은 29.0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내년 4월에 방류된 후 설령 1년 후에 제주에 도착한다고 하더라도, 또 방류수의 오염도와도 무관하게 수산업·관광산업의 피해는 즉각적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염수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의 기관을 동원해 "해양 확산 평가 모델을 통해 환경과 건강에 영향이 없는지 철저하게 분석하겠다"고 밝혔지만, 방류 결정 1년여가 지난 현 시점까지 아직 예측 모델은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모델을 고도화하는 작업이 아지 끝나지 않았고 일본의 자료도 받아야 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제주도는 자체적인 대응방안으로 △제주도청 해양환경과 조직 구축 △일본 방사능 오염수 유입 조사 확대 △방사성 핵종 흡수율 높은 해조류 종자생산 등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수산물 소비위축에 대한 대응으로는 △제주도 위기관리 대응 실무매뉴얼 수립 △의무상장제 제도 도입 △산지위판장 수산물 방사능 감시체계 강화 △국제적 인증 획득 △제주 청정바다 이미지 개선사업 등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사안의 성격상 제주도 차원에서의 대응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원인 유발의 주체가 일본 정부인만큼 정부 차원에서 외교적 문제로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 검토되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과제 역시 2027년까지 예상되는 총 사업비만 2조원에 달하는 만큼 전 국가적인 대응이 필수적인 사안이다.

고종석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제주도 차원에서도 단계별로 세부대응계획을 수립함은 물론, 직접적인 영향을 입게 되는 5개 연안시도와 협의체를 구성해 정부를 상대로 대응을 촉구하는 상황"이라며 "매우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조속한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