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지방자치, 어제와 내일] ① 기초단체장 14명→5.16쿠데타 후 퇴행

1960년대 '시·읍·면장 직선' 역사에서부터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른 자치 시·군 폐지, 그리고 다시 기초자치 부활 요구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새로운 자치모델을 찾아가는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제주의소리]는 민선8기 제주도정의 제주형 행정체제 재편의 배경 속에 있는 제주의 지방자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세 차례에 걸쳐 정리한다. /편집자

제주학연구센터가 소장하고 있는 1970년대 선거유세 장면. 출처=제주학연구센터 서재철<br>
제주학연구센터가 소장하고 있는 1970년대 선거유세 장면. 출처=제주학연구센터, 원저작자=서재철

대한민국 남단의 섬 제주는 오랜 역사 속에서 중앙무대에서 소외돼 왔지만, 천혜의 자연환경과 지정학적 이점, 특유의 문화 등으로 이를 극복했다. 2002년 국제자유도시,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등은 제주만이 특화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결과적으로 장점과 단점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 특별자치도의 존재는 '양날의 검'이 됐다. 제주의 행정체제 정립을 위한 여정은 수 십년째 표류중이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은 커녕 60년 전보다 퇴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 지방자치법이 제정된 것은 해방 직후인 1949년이다. 당시만하더라도 기초지방자치 구조는 지금의 시·군·구보다 더 세밀화된 시·읍·면으로 분류돼 있었다. 기초자치단체장은 시·읍·면장이었고, 기초지방의회는 시·읍·면의회였다.

제주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일제 치하에서 제주도(島)제로 전라남도 소속 일개 섬에 불과했지만, 1946년 8월 제주지역 행정체제가 전남에서 독립하며 제주도(道)제로 변경됐다. 첫 지방선거는 1952년으로, 같은해 시·읍·면의회 의원선거와 시·도의회 의원선거가 함께 실시됐다.

4년 후인 1956년에는 의회뿐만이 아니라 시·읍·면장 선거가 치러졌고, 다시 4년 후인 1960년에는 시·도의회 의원선거, 시·읍·면의회 의원선거, 시·읍·면장 선거, 제주도지사 선거 등이 연이어 치러졌다. 이전까지 중앙정부에서 임명해 온 도지사를 온전히 도민들의 손으로 선출한 첫 사례다.

무엇보다 그해 지방선거에서는 무려 14명의 기초자치단체장이 선출됐다. 제주도(道)제 도입 당시 2군(북제주군, 남제주군), 1읍, 12면 체제였던 제주는 1960년에는 제주읍이 시로 승격하면서 1개 시(제주시)와 3개 읍(한림읍, 대정읍, 서귀읍), 10개 면(애월면, 한경면, 구좌면, 조천면, 추자면, 안덕면, 중문면, 남원면, 표선면, 성산면)의 주민들이 직접 기초단체장을 선출했다.

해방과 6.25, 제주4.3 등 근현대사의 광풍이 몰아치는 시기였음에도 지역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기초단위의 지방자치가 이미 태동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방자치 구조는 1961년 5.16쿠데타를 기점으로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일거에 무너져내렸다. 같은해 10월 시행된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을 통해 읍면에 부여됐던 자치권은 박탈됐고, 각 지역이 갖고 있던 재산도 귀속됐다.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던 지방선거의 명맥도 끊겼다.

특별자치도 도입 이전의 행정 구조인 제주시와 서귀포시, 북제주군과 남제주군 체제가 정립된 것이 이 때다. 행정 편의적으로 재편된 행정체제 아래에서 자치권을 박탈당한 각 읍·면은 군(郡)의 하부 행정조직이 됐다. 

2005년 7월 27일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구조 개편 주민투표 개표 현장.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추진백서
2005년 7월 27일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구조 개편 주민투표 개표 현장.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추진백서

대한민국에 민주화의 바람이 불며 1991년 지방자치제도는 30년만에 다시 부활했다. 다만, 기존의 읍면자치권은 부활되지 못했고, 2시 2군 체제가 유지된 수준이었다. 기존에 14명에 달했던 선출직 기초단체장의 수가 4명으로 줄어들어 이미 '반쪽짜리'가 된 후였다.

특히 제주의 경우 기존의 2군 체제에서 2개 시를 덧대며 북제주군의 중앙을 제주시가, 남제주군의 중앙을 서귀포시가 차지하는 기형적 구조가 이어져왔다. 1850여㎢ 면적인 제주섬 양 끝단의 사정을 한 개 군에서 돌봐야 하는 불합리성 문제가 뒤따랐다. 도심권은 물론이거니와 각 읍면별 성격이 다름에도 지역적 특성이 무시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는 곧 특별자치도 출범의 배경이 됐다. 전례가 없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였던 특별자치도는 출범 당시 '연방제 수준의 자치권 부여'라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지방자치단체에 일반적으로 주어진 사무·기능에 국한되지 않고 타 지역에 허용되지 않은 권한을 이양받아 종합적 행정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되돌아보면 '고도의 자치권'이 부여될 것으로 기대했던 특별자치도는 오히려 주민의 자치역량을 상당 부분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2년 오늘날의 제주가 다시 61년전의 모델을 되짚어보게 된 배경이다.

②편에 계속됩니다.

* ‘제주형 지방자치’ 기획 취재는 제주도의 취재지원과 협조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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