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지방자치, 어제와 내일] ② 도지사에 쏠린 '자치권한', 도민 체감과 역행

1960년대 '시·읍·면장 직선' 역사에서부터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른 자치 시·군 폐지, 그리고 다시 기초자치 부활 요구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새로운 자치모델을 찾아가는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제주의소리]는 민선8기 제주도정의 제주형 행정체제 재편의 배경 속에 있는 제주의 지방자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세 차례에 걸쳐 정리한다. /편집자
2005년 11월 9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 공청회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2005년 11월 9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 공청회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자치(自治)란 '자신의 일을 스스로 다스린다'는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다. 특별자치도 제주는 문자 그대로 '특별한 자치 권한'을 부여한다는데 방점이 찍혔다. 2000년대 변방에 그쳤던 제주에 있어 특별자치도 도입은 큰 기회로 여겨졌다.

특별자치도는 외교, 국방, 사법 등 국가 존립에 관련된 사무 이외에는 자율적으로 결정·집행할 수 있는 소위 연방제 수준의 자치권을 부여한다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다. 실제 특별자치도 출범 후 제주도가 이양받은 권한은 지난 16년간 4660여건에 달한다. 이양된 모든 권한을 활용한 것은 아니지만, 그 마저 제주도 스스로 결정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초기 특별자치도 도입은 당시 제주의 미래비전이었던 국제자유도시를 실현하기 위해 선택한 행정적 시스템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국가균형 발전과 지방분권 선도를 목표로 한 것이 원동력이 됐다. 

이 체제를 실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단계적인 자치권 확대 △자치역량 강화 △투자유치와 지속가능한 발전 △네거티브 시스템을 지향하는 규제완화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국가적 관점에서 보면 제주특별자치도는 성공한 케이스로 분류된다. 제주는 지방분권 정책의 테스트베드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장기간에 걸친 내부 숙의를 거쳐 자치입법, 자치조직 시스템을 갖췄고, 관광·교육·의료 등의 분야에 있어 꾸준한 법 제도 개선 과제 발굴이 이뤄졌다.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조성한 영어교육도시는 국가적 차원에서 기여한 측면이 크다.

이 기간 중 제주는 찾고 싶은 섬, 살고 싶은 섬이 됐다. 전국적인 인구 감소 추세에도 제주의 인구 증가세는 굳건했다.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관광지로 발돋움하며 세수 확대에도 이바지했다. 이 같은 성과가 온전히 특별자치도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겠지만,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2006년 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됨에 따라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왼쪽에서 두번째) 등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물론, 엇갈린 평가도 존재한다. 특별자치도 체제에서 제주도의 자치권한은 확대된 측면이 있다. 단, 이는 주어가 '제주도'였을 때의 일이다. 정작 '제주도민'의 입장에서는 행사할 수 있는 자치권한이 오히려 축소되는 결과를 낳았다.

특별자치도 출범과 더불어 제주에는 전례가 없는 새로운 조직이 등장한다. 법인격이 없는 '행정시'. 특별자치도 제주의 근간이 된 제주특별법 제10조에는 '행정시의 폐지·설치·분리·합병'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해당 조항은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방자치법에도 불구하고 그 관할구역에 지방자치단체인 시와 군을 두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행정적 효율성을 담보한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이 조항은 지속적으로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바라는 제주사회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기초자치단체가 사라지면서 도민사회에서는 행정시장의 주민 책임성 약화, 주민참여 약화, 지역간 불균형 심화, 행정의 민주성 약화, 행정서비스 질적 저하 등의 문제가 체감되기 시작했다. 세계인이 찾는 제주는 역설적이게도 집값 상승, 교통체증, 쓰레기·오폐수 처리난 등의 사회적 문제로 치환됐다.

이미 인구수 50만명을 넘어섰음에도 제주시의 수장은 도지사가 임명하고 있다. 시민들은 선출 과정을 거치지 않고, 2년 임기로 돌아가는 현 시장이 누구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행정시장이 제주도지사 선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사에게 돌아가는 관행은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떡반 나눠주듯 배분된 예산은 행정시장의 권한을 축소시켰다. 바뀌는 도정마다 행정시 권한 강화를 꾸준히 부르짖었지만, 민원인들은 시청을 찾지 않았다. '시장보다 도청 과장의 힘이 더 세다'는 자조는 단순 농담으로 치부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특별자치도에 부여된 강화된 자치권은 곧 제주도지사의 권한만을 강화시켰다. '제왕적 도지사'라는 오명이 따라붙게 된 이유다.

특별자치도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분명한 것은 공과, 또는 득실이 뚜렷하게 존재한다는 점이다. 2006년 특별자치도가 시작된 후 어느덧 16년이 흘렀다. 지금의 20대는 물론, 3040세대조차 단일 광역체제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제주사회는 꾸준히 기초자치단체의 부활을 갈망하고 있다. 2021년 10월 제주도의회와 제주와미래연구원이 도민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초자치단체 부활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찬성이 36.1%(그렇다 29.3%, 매우 그렇다 6.8%)로 반대 23.5%(그렇지 않다 19.5%, 전혀 그렇지 않다 4.0%)보다 높게 나타났다.

새롭게 들어선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핵심과제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필두에 꼽은 것은 필연적인 흐름이다.

③편에 계속됩니다.

* ‘제주형 지방자치’ 기획 취재는 제주도의 취재지원과 협조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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