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삼형제 이어 수산봉에 레이더 건축
절대·상대·보전지역 오름 개발 제한 한계

제주시 한림읍 금악오름(금오름)에 설치된 철탑 통신시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금악오름은 높이 178m, 연면적 61만3966㎡ 규모로 대부분 사유지다.
제주시 한림읍 금악오름(금오름)에 설치된 철탑 통신시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금악오름은 높이 178m, 연면적 61만3966㎡ 규모로 대부분 사유지다.

삼형제오름에 이어 수산봉 정상에도 공항레이더 설치가 추진되면서 제주지역 오름 보전-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20일 제주시에 따르면 최근 기상청이 애월읍 수산봉 정상에 레이더돔과 송수신기 설치를 위한 공작물과 가설건축물 신고 절차를 마무리했다.

기상청은 제주공항의 이착륙 항공기 사고 예방을 위한 기상장비 설치를 이유로 2020년부터 제주시내 주요 오름에 기상용 항공레이더 구축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수산봉을 최종 후보지로 낙점하고 지난해 제주도 경관위원회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승인 절차를 거쳤다. 이어 제주도 공유지인 사업부지 매입에도 나섰다.

해당 부지는 제주특별법상 경관보전지구 1등급에 해당한다. 기상청은 이곳에 20m 높이의 철탑을 세우고 상층부에 11.2m의 레이더 돔을 설치할 계획이다. 시설물 총 높이는 31.2m다.

기상청이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수산봉 정상에 추진 중인 항공용 기상레이더 조감도.
기상청이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수산봉 정상에 추진 중인 항공용 기상레이더 조감도.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 제11조(경관보전지구 안에서의 행위제한) 에 따라 경관보전지구 1등급에서는 시설물 설치와 토지형질 변경을 금지하고 있다.

제주특별법 제358조(관리보전지역지역에서의 행위제한)에도 관리보전지역 중 경관보전지구 내 건축물의 건축, 인공 구조물, 토지의 형질변경행위를 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제주시는 ‘그 밖에 도조례로 정하는 시설로서 부득이하게 관리보전지역에 있어야 하는 공공시설의 설치행위’는 제외한다는 예외조항을 근거로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례인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 제13조에서 정한 공공시설의 범위에는 ‘방송·통신시설’이 포함돼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관리보전지역에 포함되지만 공공시설은 부득이하게 설치 행위를 허용하고 있다”며 “레이더는 건축법상 통신시설로 분류돼 공공시설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가 서귀포시 색달동 1100고지 인근에 위치한 한라산국립공원 내 삼형제큰오름 정상에서 추진 중인 제주남부 항공로레이더시설 구축 사업.
국토교통부가 서귀포시 색달동 1100고지 인근에 위치한 한라산국립공원 내 삼형제큰오름 정상에서 추진 중인 제주남부 항공로레이더시설 구축 사업.

제주는 지난해에도 한라산국립공원 내 위치한 삼형제오름 정상에 항공레이더 설치를 허용한 바 있다. 해당 사업은 국토교통부가 추진중인 ‘제주남부 항공로레이더시설 구축 사업’이다.

국토부는 제주공항 주변 항공 감시능력을 강화한다며 한라산 1100고지 인근 삼형제오름 정상 4529㎡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1층, 건축연면적 698㎡의 레이더 기지를 세우고 있다.

해당 부지는 관리보전지역보다 규제가 강화된 절대보전지역에 속해 있다. 제주특별법 제355조에는 한라산과 기생화산 등 절대보전지역에서는 목적에 위배되는 건축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그 밖에 자연자원의 원형을 훼손하거나 변형시키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로 정하는 행위는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개발이 가능하다.

문제는 조례 해석이다. 제주도는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사업부지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청이 현상변경을 허가해 개발행위가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제주 오름 368곳 중 최소 30곳 이상에 통신기지국과 방송시설, 송전탑 등이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 오름 368곳 중 최소 30곳 이상에 통신기지국과 방송시설, 송전탑 등이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 제6조(절대보전지역 안에서의 행위허가 대상) 6항에는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은 행위는 절대보전지역 내 행위허가 대상에 해당한다.

반면 보전지역 조례 제6조 5항에는 전파법에 따른 무선설비의 설치나 그 부대시설의 신·중축은 절보전지역 중 기생화산(오름)에서 개발행위를 금지하도록 돼 있다.

법리 해석 논란이 불거지자 제주도는 지난해 10월 일시적으로 공사를 중단시키고 법률 검토에 나섰지만 최종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올해 3월부터 공사가 재개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거쳤고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석했다”며 “향후 절·상대보전지역 내 개발행위에 대해서는 환경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도내 368개 오름 중 국유지는 107개, 공유지는 57개, 사유지는 204개다. 이중 최소 30곳 이상에 통신기지국과 방송시설, 송전탑 등이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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