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뉴스] 기후위기시대, 제주들불축제 지속가능할까?

제주시는 2023년 제주들불축제에서 오름불놓기를 포함해 불과 관련된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오름불놓기는 주행사장인 애월읍 새별오름 일대에 불을 피워 커다란 오름 일대가 불꽃에 일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축제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축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메인 프로그램이 사라지면서 불 없는 들불축제가 된 겁니다.

최근 평년보다 많은 산불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산불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국가 상황이 위중하고 건조한 날씨로 안전 우려가 큰 것이 취소 이유입니다. 그런데 축제가 개막하고 나서야, 해당 프로그램을 눈 앞에 두고야 이를 공식한 것에 대한 비판도 큽니다.

산불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되면서 축제 진행이 법적으로 불가했지만 어떻게든 행사를 정상적으로 치러보겠다는 열망이 늑장 대응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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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들어 아예 들불축제 자체를 없애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제주시청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과 SNS에는 들불축제 반대 게시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고, 축제 취소 서명운동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10일) 강병삼 제주시장의 브리핑에서도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왔습니다.

핵심은 대규모로 불을 태우는 행위가 문제가 많다는 겁니다. 수십만제곱미터의 오름을 활활 태우는 것이 기후위기시대, 그것도 청정과 자연을 내세우는, 오름을 소중히 지키자고 말하는 제주에서 할만한 축제냐는 겁니다. “오름훼손, 생태계 파괴”라는 반대 성명이 발표되고 오름에 있는 생명을 죽여서 복을 비는 게 어떤 의미가 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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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 번인 들불축제를 위해 새별오름 일대에는 10년에 걸쳐 주차장 공사가 이어졌는데 크기가 마라도의 1/3, 축구장 15개 규모가 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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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경제적 효과와 역사적 의미를 감안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들불축제는 가축 방목을 위해 말별로 불러왔던 전통 목축문화 방애를 재연해 1997년 시작됐습니다. 풍년을 기원하고 액운을 떨친다는 의미로 불을 놓는 것은 전통적 의식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축제 기간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문화예술인들이나 단체들에게는 관광객을 만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지정 최우수축제로 선정됐고 매년 3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제주 관광의 킬러 콘텐츠가 된 만큼 경제적 효과가 엄청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올해 제주들불축제 지출효과 무려 213억 6700원

행정 당국은 일회용품을 최소화하고 시민평가단을 통해 개선방안을 듣고 있다고 하지만 불태우기 행사가 유지되는 한 논쟁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10일 브리핑에서 기후위기로 축제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제주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결정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며 “축제가 끝난 뒤 평가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습니다.

들불축제는 작년에도 강원·울진 대규모 산불로 인해 행사를 전면 취소한 바 있습니다. 올해는 메인 프로그램이 취소됐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이런 상황과 논란이 반복된다면? 들불축제의 변신은 가능할까요?

기후위기시대에 세계환경수도를 꿈꾸는 제주도에 지금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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