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제주도 의료법인 운영지침 개정, 헬스케어타운 내 의료법인 임차 허용
조건-임차기간 등 기준 신설...시민사회 "부실법인-편법 영리행위 못 막아"

서귀포시 동홍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의료서비스센터 전경. 사진=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주의소리

제주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샀던 '의료법인 설립 운영지침' 기준이 결국 완화된다. 십 수년째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제주헬스케어타운의 정상화를 위해 의료법인에 임차를 허용한다는 내용이지만, 부실법인 유치와 특혜 제공 논란 등이 여전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의료법인 설립 및 운영지침'을 개정하고, 의료법인 분사무소 설립기준 요건을 완화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지침 개정은 헬스케어타운 부지에 한해 임차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지속적으로 지침 개정을 요구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정이기도 하다.

헬스케어타운의 경우 토지와 건물 모두 '유원지 지구'에 포함돼 있어 의료법인이 의료기관 개설을 위해 기본재산을 확보할 수 없는 구조다. 관련 지침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 대지와 건물을 소유해야 하는데, 유원지이자 관광단지인 헬스케어타운 대지는 제3자 매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개정된 지침에는 'JDC가 서귀포시 동홍동 2030번지 일원에 조성하는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고자 하는 경우 임차 건물에 허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지침에 '제주에서 분사무소 또는 사업장을 개설해 의료기관을 운영하고자 할 경우에도 임차건물에서의 개설은 허가 불가하다'고 명시돼 있는 것을 헬스케어타운만 예외로 두겠다는 시도다.

실제 제주헬스케어타운은 2004년 첫 구상 후 2010년 투자 유치가 이뤄졌지만, 십 수년째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의료기관이 들어설 수 없어 '헬스케어 없는 제주헬스케어타운'이라는 비판에도 자유롭지 못했다. 전국적인 반향을 산 영리병원까지 좌초되면서 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구조였다.

현재 제주헬스케어타운 내에는 JDC의 직접 투자로 2021년 준공된 의료서비스센터가 자리잡았고, 2025년 조성을 목표로 한 바이오허브센터 건설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당장 의료서비스센터만 하더라도 KMI(한국의학연구소)의 종합검진센터 정도만 입주했을 뿐, 2년이 지나도록 그외 사용처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때 난임 전문의료기관 유치를 검토했던 차병원 측도 지금은 발을 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2014년 이후 9년만에 개정된 지침은 △의료법인 분사무소 설치조건 제한적 완화 △의료법 등 기타 상위 법령 개정사항 반영 등이 포함됐다. 의료기관 개설 허가는 열어주되, 부실경영 논란에 대비해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개정된 지침에 따르면 주사무소에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운영하지 않는 법인은 분사무소 설치를 불허하게 된다. 즉, 사전에 검증되지 않는 개별 의료법인에는 허가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 의료기관을 개설할 경우 임차기간은 무조건 10년 이상으로 해야 하며, 이중 5년 이상의 임차료는 일괄 납부하도록 했다. 

타 시도의 의료법인이 분사무소를 설치하려 할 경우 제주도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허가 조건에는 법인 자본보유를 강화하도록 병원 개설 허가 후 6개월 동안 소요되는 인건비 등 경상적 경비를 보유하도록 하는 항목을 신설했다.

다만,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다.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는 17일 성명을 내고 "의료법인 지침 변경은 의료법인으로서 불가능한 각종 부대사업과 결부된 의료법인의 편법적 영리행위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령 타운 내 의료기관을 세운 해당 법인이 인근에 스포츠센터나 화장품코너 등 상업시설을 유치하는 식의 구조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제주도내 다른 의료법인에도 형평성 논란을 불러오며 종국적으로는 의료의 공공성마저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법인에 대한 임차 허용은 자칫 투자부담 없이 들어서려는 부실법인을 유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투자 부담이 없으니 속된말로 '장사가 되지 않으면 도망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적나라한 평가를 덧붙였다.

유사한 전례도 있다. 실제 부산에서는 2013년 9월 의료법인의 부동산 임차를 허용한 이후 자본이 부실한 의료기관이 무분별하게 개설되면서 부실경영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부산시는 8년만인 2021년 9월에 다시 해당 지침을 개정해 의료기관에 대한 임차를 전면 불허하고, 법인이 출연하는 기준까지 강화했다.

오상원 의료영리화저지본부 정책기획국장은 "지속적인 모니터링 결과 의료서비스센터 기관 유치 과정에서 대표가 기소된 법인까지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아무리 포장하려 해도 의료법인에 기본재산을 주며 입주를 도와주는 특혜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며 "14년째 정상 추진되지 못하는 헬스케어타운을 억지로 되살리기 위한 무리수에 불과하다. 사업에 재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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