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가는 제주] ② 국토 최남단- 자유로운 공역 등 기술적 여건 유리
국가위성운영센터 입지도 이점, 민간시장 '저궤도 상용위성' 유치 모색

민선8기 제주도정이 우주산업 유치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우주산업의 미래 성장가능성을 둔 세계적인 추세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의지에 기인한 도전이지만, 무엇보다 제주가 지닌 천혜의 이점을 활용하겠다는 자신감이 실렸다. 민간 주도의 '제주형 스페이스X'를 구현하겠다는 포부와는 달리 후발주자로서의 부담과 선결 과제도 만만치 않다. [제주의소리]는 제주 우주산업 도전의 배경과 당위성, 추후 계획 등을 세 차례에 걸쳐 다룬다. /편집자 주

무궁무진한 미래성장 가치가 점쳐지는 우주산업에 제주가 뛰어든 것은 필연적인 도전이었다. 대한민국 최남단에 위치해 있으면서 사면이 바다인 제주는 이미 지리적 측면에서 천혜의 이점을 지니고 있다. 

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로켓 발사체는 기술적으로 위도가 적도에 가까울수록 유리하다. 지구가 자전하는 원심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산업을 선도하는 열강들의 우주기지가 대체로 자국 내에서 적도에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이유다.

실제 미국이 자랑하는 나사 항공우주기지는 남단 텍사스주에서도 남동부인 휴스턴에 위치해 있으며, 케네디우주센터 역시 미대륙 최남단인 플로리다주에 자리잡고 있다.

우주강국인 러시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는 분단된 남쪽 국가인 카자흐스탄에 위치해 있고, 새로 조성하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역시 적도에 근접한 남단에 입지를 뒀다.

일본의 다네가시마 우주센터 역시 본섬 최남단인 가고시마현에 위치했다. 프랑스의 우주기지는 적도와 걸쳐진 남아메리카의 프랑스령(領) 기아나우주센터에 뒀다.

한 차례의 발사 시도에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의 예산을 들여야하는 만큼 우주산업에서의 지정학적 입지는 절대적이다.

당장 한반도 중심에서 위성을 쏘아올린다고 가정할 시 적도의 궤도에 올라가기까지는 제주에서 쏘아올렸을 때와 교신에 1분 가까이 차이가 나 기술적·경제적 이점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기지를 세울 당시 서귀포시 대정읍 등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오르내렸고, 결국 한반도 땅끝 전라남도 고흥군에 나로우주센터가 자리잡게 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국가위성운영센터.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국가위성운영센터.

남쪽 섬 제주는 적도에 가장 가깝다는 이점을 차치하더라도, 한반도 그 어디에 견줘도 보다 큰 이점을 지녔다. 우선 분리된 발사체나 페어리(덮개) 등을 안전하게 낙하시킬 수 있도록 바다와 맞닿아있다. 상황과 여건에 따라 바지선을 활용한 해상 발사를 고려할 수도 있다.

전파 간섭과 공역의 제한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강점도 지녔다. 이로 인해 고흥의 2배 수준인 약 30도 발사 방위각 확보가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항공법에 따라 비관제공역도 두지 못할 정도로 전국적인 공역이 촘촘하게 설정돼 있기에 군 작전지역이나 통제구역이 없는 제주의 이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제주가 노리는 것은 틈새시장의 '저궤도 상용위성'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천리안 등의 국가 위성은 고도 3만6000km의 정지 궤도에 있는 반면, 저궤도 위성은 160~2000km 정도의 낮은 고도로 지구 주위를 도는 위성이다.

하루 평균 12~13번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매우 빠른 속도를 지녔으며, 일정지역의 연속적인 위성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수의 위성을 확보해야 한다. 반면, 낮은 궤도로 인해 위성통신 지연시간이 낮아 통신품질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을 지녀 시장성이 높게 평가되는 시장이다.

이미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가 제주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에 구축된 국가위성운영센터는 국가 위성을 통합 운영·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위성에서 확보한 정보를 관련기관에 제공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쏘아올린 위성 8기에 대한 통합관제와 영상처리, 영상배포 등이 국가위성운영센터에서 이뤄진다. 2030년에는 국가위성이 70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센터가 지닌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종전까지 항공우주연구원 대전 본원에서 이뤄지던 위성 관제·수신 업무시스템은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어 통합 관리 필요성이 뒤따랐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위성 신호와 가장 먼저 교신할 수 있는 제주는 최적지로 선택됐다.

정부 주도로 개발한 나로호·누리호의 성공으로 대한민국은 우주산업의 선도적 위치에 올라섰지만, 국내에는 아직 민간 발사체를 쏘아올릴 인프라는 구축되지 못했다. 국내 민간 우주산업 영역에서 소형 위성 등이 건조되고 있을 뿐 발사체 기술은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국내에서 건조된 위성은 수백억원을 들여 다른 나라에 발사를 의뢰하는 구조였다. 지난 19일(현지시간) 국내 우주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가 민간 주도로 개발한 첫 발사체 성공 낭보를 전해온 곳은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였다.

제주도정이 우주산업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는 제주형 우주경제 가치사슬. 
제주도정이 우주산업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는 제주형 우주경제 가치사슬. 

우주산업에 대해 정부가 의지를 불태우면서 우주발사체 인프라를 두고 전국 각 지자체도 열을 올리고 있다. 제주는 천혜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민간기업 유치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우주산업 시장의 70% 가량이 위성을 활용한 산업임을 고려해 시장을 선점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제주도가 주도적으로 내세운 것은 우주경제의 '가치 사슬'이다. 지리적 이점으로 우주산업 발사체-위성 기업을 유치하고, 국가위성운영센터를 통한 위성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등 자연스럽게 가치가 연결될 것이라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산업생태계가 구축되고, 우주체험 등의 관광산업화를 도모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제주도-연구기관-대학-민간협의체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J-우주 거버넌스'로의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특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행정지원 등은 구체적으로 뒤따라야 할 과제다. 

* ‘우주로 가는 제주’ 기획 취재는 제주도의 취재지원과 협조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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