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가는 제주] ③ 우주 발사체-위성데이터 수신 뿌리내린 민간업체
제주도-지역사회 뒷받침...산업 클러스터 등 추가 선도기업 유치 타진

민선8기 제주도정이 우주산업 유치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우주산업의 미래 성장가능성을 둔 세계적인 추세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의지에 기인한 도전이지만, 무엇보다 제주가 지닌 천혜의 이점을 활용하겠다는 자신감이 실렸다. 민간 주도의 '제주형 스페이스X'를 구현하겠다는 포부와는 달리 후발주자로서의 부담과 선결 과제도 만만치 않다. [제주의소리]는 제주 우주산업 도전의 배경과 당위성, 추후 계획 등을 세 차례에 걸쳐 다룬다. /편집자 주
2021년 12월 29일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가에서 열린 민간과학로켓 시험발사 행사 현장. ⓒ제주의소리
2021년 12월 29일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가에서 열린 민간과학로켓 시험발사 행사 현장. ⓒ제주의소리

2021년 12월. 매서운 겨울바람을 뚫고 제주 상공으로 국내 최초 민간과학로켓 '블루웨일0.1'호가 솟아올랐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가에서 진행된 민간과학로켓 시험발사 현장. 굉음과 함께 로켓 궤적이 하늘을 수놓자 현장에서는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미미할지언정 의미있는 한 걸음이었다.

국내 최초 민간과학로켓 발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KAIST 항공우주공학과와 해당 학과 학부생 창업기업인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대표 신동윤)와의 협업조직 '페리지-카이스트 로켓연구센터'에 의해 설계됐다.

이날 발사된 로켓은 액화산소 및 에탄올 등 친환경 연료 추진체를 기반으로 제작된 민간과학 로켓으로, 전장 3.2m, 이륙 중량은 51kg에 달했다. 로켓은 현장의 강한 돌풍으로 인해 당초 계획된 궤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첫 이륙부터 엔진 자동중단,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하는 센서까지 정상 가동하는 것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프로젝트는 시험 편의를 위해 고도를 낮춰 설계했음에도 추진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발사 장소 선정에서부터 안전수칙, 공역 허가, 해상 통제, 인근 주민 동의 등 관련된 인허가 단계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인허가에 따른 제주도정의 행정적 지원도 컸지만, 어촌마을 용수리 주민들도 힘을 보탰다. 지역 어민들이 직접 해상에 나서 외부 어선들의 출입을 막고, 떨어진 로켓의 일부를 수거하기도 했다. 연구원들이 사용한 임시 사무실은 마을 해녀들이 소라판매장으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마을이 우주산업 거점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주민들의 조력이 한데 모인 결과였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2023년 상장을 목표로 제주 본사 이전을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단지 옥상에는 위성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신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우주 지상국이 자리잡고 있다. 대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주)컨텍(대표이사 이성희)은 제주에 사무소를 두고 위성 정보를 수신·처리하는 플랫폼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좌읍 용암해수단지 내 설치된 (주)컨텍의 우주지상국. 사진=(주)컨텍
구좌읍 용암해수단지 내 설치된 (주)컨텍의 우주지상국. 사진=(주)컨텍

2019년 컨텍이 자리잡기 까지는 도내 스타트업 지원체계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이 지금과는 사뭇 달랐지만, 제주테크노파크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은 지상국 조성 부지에 적극 나섰고, 2020년 3월 첫 민간 우주지상국 설치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성희 컨텍 대표는 "지상국을 구축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우주에서 운용되고 있는 인공위성 궤도 분석을 통해 안테나를 설치하는 최적의 장소를 선정하는 과정"이라며 "제주도의 경우에는 최근 경사궤도로 발사되는 인공위성의 접촉률(contact interval)을 고려했을 때 지리적인 장점을 지녔고, 육지보다 이동통신 기지국이 많지 않아 전파 간섭이 적어 환경적 입지의 최적지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국가위성운영센터 내에 위치한 아이옵스, SIIS 등도 제주에 둥지를 튼 대표적인 우주기업이다. 이 같은 사례들은 우주산업 디딤돌로서 제주의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더한다.

제주도의 우주산업 육성 비전의 핵심은 '우주 거버넌스' 구축에 있다. 제주도와 우주연구기관, 우주기업은 물론 대학과 민간협의체까지 연계해 우주경제 구축에 따른 정책연구 및 사업·기술을 발굴하고, 소형위성·발사체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게 주 목적이다.

성패는 민간 산업 생태계 조성에 달렸다. △위성데이터 △지상국 △위성·발사체 등 분야별 앵커(선도)기업을 유치해 부지·시설 제공과 제주도 발주 시스템 사업 입찰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위성제작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한화시스템도 제주도 유치를 타진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위성제조 분야의 대표적인 대기업으로 우주산업 분야에만 1조원 이상 투자를 예정하고 있다. 위성통신과 UAM 연계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2022년 9월 제주도-한화시스템 등이 제주형 도심항공교통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2022년 9월 제주도-한화시스템 등이 제주형 도심항공교통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한화시스템이 유치될 경우 관련 직원만 4천명 내외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이미 제주도는 한화시스템-제주대학교 등과 우주산업 등 신산업 특화 인재를 키워나가기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산업 구조가 정착되면 인재가 모여들고 전문인력 양성 기반이 구축되기 마련이다. 제주도는 지형적 이점에 더해 연구인력을 유치하는데도 상대적인 강점을 지녔다. 우주산업의 특성상 인구-건물이 밀집한 수도권 인근에는 들어설 수가 없는데,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에서의 제주는 영어교육도시 등으로 인해 환경·교육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주도는 항공우주연구원과 제주대학교, 기업, 연구소 등이 연계하는 교육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산학연 우주산업 인력양성 시그니처 프로그램을 론칭해 인력 수요를 측정하고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라고는 하지만, 민간에서 모든 것을 다 감당할 수는 없다. 우주산업 육성에 의지를 다지는 제주도 행정당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아직까지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와 인프라 제공을 담보할 만한 예산도 확보되지 않았다. 제주도는 현재 추진중인 우주 거버넌스 제도 구축을 위한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실행력을 담보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성희 컨텍 대표는 "현재 국내 우주시장은 해외 우주시장과 비교해 경제 규모나 기술적인 제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 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독자적인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한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함에 있어서 항공우주연구원이나 민간기업들의 기술개발에 대한 노력이나 투자도 중요하지만, 정부차원의 지원이나 규제 개혁 등이 함께 이뤄진다면 대한민국의 우주산업은 전세계 우주분야를 선도하고 국가 기간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강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겸임교수는 "우주산업이 현재는 발사체 중심이지만 앞으로는 인터넷과 지구관측 등에 있어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지상에서 더이상 새로운 것을 찾기 힘든 시기에 세상을 바꿀만한 큰 경제적인 흐름은 우주에서 나올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제주는 로켓을 발사하기에 최적 조건을 지닌 천혜의 자연을 지니기도 했고, 산업 기반을 조성하기에도 좋은 여건을 지녔다. 인재들을 끌어모으기 좋다는 조건을 적극 활용하며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한다면 우주산업 기지로서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끝>

* ‘우주로 가는 제주’ 기획 취재는 제주도의 취재지원과 협조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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