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유족 청구재심 1건과 제25차 직권재심 1건 심리
검사들도 4.3 기록물 오류 확인하며 ‘바로 잡기’ 진정성 보여줘

제주4.3 재심 전담재판부 변경 이후 처음 열린 재판에서 법조인들이 4.3 명예회복에 대한 진정성을 보였다. 

21일 제주지방법원 제4-1형사부와 제4-2형사부 심리로 유족 청구재심 1건과 제25차 직권재심 사건이 다뤄졌다. 

재판부(재판장 강건 부장판사)는 4명이 각각 청구한 유족 청구재심을 하나의 사건으로 병합해 심리하는 한편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단장 강종헌,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25차 직권재심(30명) 사건도 같은 날 심리했다. 

올해 초 전국단위 법관 인사로 변경된 4.3재심 전담 재판부 구성 이후 첫 재심 사건이지만, 이전처럼 검찰의 무죄 구형과 변호인의 무죄 변론이 이어졌다. 또 재판부는 마음 속 응어리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4.3 유족들에게 발언 시간을 할애했다.  

망 박정생의 아들 박모씨는 “아버지는 젊은 시절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이유 없이 끌려가 형무소에 수감돼 억울하다고 말하다 65세의 나이로 생사를 달리했다. 늦게나마 억울한 누명이 벗겨지길 바란”고 말했다. 

망 현덕홍의 조카 현모씨는 “2년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제가 아버지에게 삼촌이 안치된 제주4.3평화공원을 매년 찾아갈 테니 편히 눈을 감으시라고 말했다. 재심 재판이 조금만 일찍 열렸다면 아버지의 한이 풀렸을 텐데..., 4.3 전에 무죄 선고를 해주면 삼촌과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영전에 바치겠다”고 호소했다.

이날 합동수행단 소속 변진환 검사와 정소영 검사는 4.3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줬다. 

4.3 당시 제1차 군법회의와 제2차 군법회의에 회부된 2530명의 피해자의 이름이 수형인명부에 기재돼 있다. 

정부가 발간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를 포함해 1차 군법회의 피해자는 871명, 2차 군법회의 피해자는 1659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날 합동수행단 소속 검사들은 오류 가능성을 제기했다. 

업무상 수형인명부의 피해자의 이름과 형량 등을 전부 확인하는데, 수차례 확인한 결과 제1차 군법회의 피해자는 870명, 2차 군법회의 피해자는 1660명이라는 얘기다. 

제주 출신 변진환 검사는 “1999년 수형인명부가 발견됐고, 2000년부터 3년간 진상조사가 이뤄졌다. 수형인명부의 한자가 손글씨로 적혀 있어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 전체 명단을 수차례 분석해 정리해보니 1~2차 군법회의 피해자 숫자가 조금 다르다. 불법적인 재판을 받았다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합동수행단이 직권재심 업무를 위해 계속 4.3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제주4.3특별법 전면 개정에 따라 특별재심·직권재심이 도입된 이후 재심 사건에서는 검찰의 구형, 변호인의 무죄 변론, 청구인들의 진술 절차 이후 곧바로 재판부의 ‘무죄’ 선고까지 이어져 왔지만, 이날 바뀐 재판부는 선고공판을 2주 뒤로 예정했다. 

재판장인 강건 부장판사는 “저는 제주 출신이다. 유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오늘 당장 선고하고 싶은데, 판결문에 마음을 담고 싶다”며 진정성을 보였다. 

강 부장판사는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라는 말이 있다. 새로운 4.3재심 재판장으로서 판결문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지 고민이 많다. 결론을 정해져 있으니 유족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떻게 결론에 이를지 대해 숙고하겠다. 유족들이 다시 법원에 나와야 하지만,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진행된 유족청구재심(4명)과 제25차 직권재심(30명)에 대한 선고공판은 제주4.3 75주년 이튿날인 4월4일이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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