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비상도민회의, 전략환경평가 조류충돌 위험성-법정보호종 문제 점검
겨울철새 영향 배제하고 여름철만 조사...흑산도-새만금 사업과 위험기준 상이

27일 오전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조류충돌 위험성 조사 문제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제주의소리
27일 오전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조류충돌 위험성 조사 문제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상에 제시된 '조류 충돌 위험성' 조사가 미흡하게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평가 기준이 왜곡·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27일 제주참여환경연대 교육문화카페 자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기본계획 상의 조류충돌 위험성과 법정보호종 문제에 대해 집중 점검했다.

비상도민회의는 먼저 조류 충돌 가능성을 분석하기 위한 조사 및 보완조사가 부실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2021년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반려된 이후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진행된 추가 조사 역시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관련 지침 상 조류 충돌가능성 분석은 △종별 개체군 △취식·휴식·번식지 위치 △공간이용 정도 △공항부지를 가로지를 정도 △이착륙 경로를 가로지를 정도 △종별 비행행동 등을 조사해 각각 5등급으로 나누고 종합해 평가해야 한다.

국토부가 제2공항 예정지를 두고 실시한 조류 충돌가능성 조사는 2017년 9월, 2018년 1~2월, 2019년 8월·11월, 2020년 1~5월, 2022년 4~6월 등이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시기와 방법에 따라 '우점종'이 상이하게 갈렸다. 2017년 9월 조사에서는 조류 군집을 대표하는 우점종 1위가 참새, 2위가 중대백로로 집계됐다. 황당하게도 조사된 참새는 25개체, 중대백로는 11개체에 그쳤다. 표본으로 삼기에는 너무나 적은 수치다.

이듬해인 2018년 1월과 2월 실시된 조사에서는 1위 홍머리오리 3075개체, 2위 흰뺨검둥오리 1875개체로 나타났고, 2019년 8월과 11월 조사에서는 1위 홍머리오리 3333개체, 2위 괭이갈매기 1413개체였다. 유일하게 겨울철에 이뤄진 2020년 1~5월에 실시된 조사에서는 1위는 제비 1만501개체, 2위는 오리류 7950개체로 파악됐다.

겨울철 철새가 많은 시기에 조사가 진행되자 결과가 뒤집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토부가 2021년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 결정 이후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실시된 추가 조사 역시 2022년 4월부터 6월 사이에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는 점이다. 해당 조사에서는 우점종 1위 직박구리 1541개체, 2위 제비 1029개체에 불과했다.

특히 국토부는 이 과정에서 조류에 GPS를 부착해 고도 등 이동성을 조사했다고 했지만, 조사 대상이 4종 10개체에 불과해 계획부지 주변 조류들의 이동성을 제대로 평가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숫자였다. 적어도 충돌 위험성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심각도가 높은 겨울철에 조사를 진행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충돌 심각성에 대한 평가 기준도 왜곡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충돌 위험성 평가는 크게 '충돌 가능성'과 '충돌 심각성'으로 분류된다. 개체의 크기가 작고 군집해 있는 조류는 '충돌 가능성'은 높지만 '충돌 심각성'은 낮은 개체로, 크기가 큰 조류는 '충돌 가능성'은 낮지만 '충돌 심각성'은 높은 개체로 판단된다.

실제 흑산도, 새만금은 물론, 제2공항 보완용역 등에도 조류 충돌 평가 기준으로 '개체의 신체적 크기나 집단으로 무리를 이뤄 생활 및 이동하는 종을 피해 가능성이 높은 종으로 선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충돌 심각성의 기준을 이번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에서는 '국내 전체 공항에 발생한 조류 종별 총 충돌건수 중 피해건수로 산정하므로 지난 14년간 충돌사고 사례가 없는 종은 표현에서 제외된다'고 기준을 바꿨다.

즉, '충돌 가능성'이 적은 종을 온전히 배제하면서 '충돌 심각성'에 대한 평가가 뒤바뀌었다. 제2공항 예정 부지인 성산리에서 빈번히 목격되는 갈매기, 가마우지, 왜가리 등은 평가에서 제외됐다.

그 결과 조류 충돌의 심각성 평가 비교에서 흑산도, 새만금 등의 사업에서는 '매우심각', 내지 '높음'으로 평가된 갈매기류 등의 조류는 제2공항 사업에서만 '매우 낮음'으로 평가됐다. 매, 황조롱이, 멧비둘기 등도 흑산도 사업에서는 '매우 심각'으로 분류됐지만, 제2공항 사업에서만 '낮음', '매우낮음'으로 분류됐다.

항공기와 조류가 충돌하는 버드스트라이크는 항공 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조류가 창문에 부딪힐 수도 있고, 비행기 엔진에 조류가 들어가면 항공기 추락까지 위협하는 등 대형사고로 이뤄질 수 있다. 개체의 종류에 따라 보편적이고 균일해야 할 평가 기준이 평가 방법에 따라 전면 달라진 셈이다.

법정보호종의 수 역시 미흡하게 조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제2공항 일대에 대한 조사에서 발견된 조류 법정보호종을 취합하면 대략 20종 내외지만, 비상도민회의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이 직접 조사한 법정보호종 조류만 32종을 넘어서고, 앞서 발간된 '성산의 새' 책자에 수록된 종까지 포함하면 40종까지 확대될 수 있다. 

국토부 전략환경영햐평가에서는 두견이와 저어새가 언급됐으나 대책은 없이 현황만 나열됐고, 긴꼬리딱새, 팔색조, 황조롱이 등에 대한 대책은 존재하지 않았다.

비상도민회의는 "조류 충돌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한 조사는 여전히 부실했고, 위험성에 대한 평가 역시 왜곡 조작됐다"며 "허술한 평가에 대해 전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하고, 항공 비행 안전을 담보하며 조류와 서식지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의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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