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혁신] ① 2040년 학령인구 61% 증발
윤석열 정부, ‘글로컬30’ 대학 생존경쟁 시작

출산율 감소와 인구 유출은 지방소멸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학들이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수도권으로 학생이 몰리면서 지방대학은 정원 모집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지방대학 경쟁력 약화는 곧바로 지역인재 유출과 연결된다. 윤석열 정부는 선택과 집중의 대학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제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 유일의 국립거점대학인 제주대학교를 통해 지방대학 소멸위기 대응과 전략을 세 차례에 걸쳐 모색한다. [편집자]


자료출처-통계청

‘0.78명’

2022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지난해 출생아 수도 24만9000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992년 73만명이던 출생아 수는 2012년 48만명으로 급감했다. 이어 10년 만에 다시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

정부는 2006년 8월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06-2010년)을 수립한 이후 15년간 저출산 대책에 28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다.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각종 정책과 예산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마땅한 해법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인 출산율 감소는 학령인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마다 입학 자원이 줄면서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충원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마저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벚꽃은 제주에서 가장 먼저 꽃방울을 터트린다. 당장 수도권에서도 신입생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등장하면서 위기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20~2070)를 보면 2000년 407만명이던 초등학생이 2040년에는 181만명이 된다. 같은 기간 학령인구(6~21세)는 1138만명에서 447만명으로 61%가 사라진다.

자료출처-통계청<br>
자료출처-통계청

위기는 곧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신입생 모집에 나선 4년제 일반 대학 187곳 중 신입생을 다 채운 대학은 39곳에 그쳤다. 나머지 80%는 미달 상태로 새 학기를 시작했다.

이중 상당수가 지방대학이었다. 올해는 충원율이 더 떨어질 전망이다. 수험생이 줄면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 인원이 대학 입학정원에 크게 미달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학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지방대학이 체감하는 위기감은 훨씬 더 심각하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중도탈락으로 인한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전국 대학의 의대·치대·한의대·수의대의 중도탈락은 최근 3년(2020~2022년)간 1196명에 달한다. 이중 의대의 중도탈락 학생 561명 중 비수도권 대학이 74.2%(416명)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을 지방대학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1952년 개교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온 제주대학교는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변화.혁신과 마주하게 됐다.

2022학년도 제주대 학부 신입생 규모는 정원 내 2179명과 정원 외 329명을 더해 총 2508명이다. 최근 5년간 신입생 충원율은 지방대학 중 최고수준인 평균 99.7%를 기록했다.

자료출처-통계청
자료출처-통계청

다른 지역과 달리 자연인구와 유입인구 증가가 영향을 미쳤지만 이마저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자연인구 감소가 본격화되고 인구유입도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주지역 유소년 인구(0~14세)는 2020년 처음 10만명 벽이 무너진데 이어 2035년에는 7만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제주대는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인재 유출에 대비해 교육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 지원과 함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자율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는 제주한라대학교, 제주관광대학교,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와 함께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을 본격 시작한다.

RIS사업은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다양한 지역혁신기관들이 지역혁신플랫폼을 구축해 미래산업 지역인재 양성,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기술 개발, 연구지원 등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제주대를 중심으로 향후 5년간 국비 1500억원 등 총 2145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제주대는 이를 계기로 청년 취업과 정주여건 개선 등 한 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방대학을 향한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는 통·폐합 등 지방대 개혁을 요구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컬은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다. 정부는 고강도 개혁에 나선 대학에 5년간 국고 1000억원을 지원해 세계적 수준의 글로컬 대학을 육성한다는 목표다.

생존 가능성이 큰 대학에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교육부의 평가가 시작되면 환골탈태를 내건 지방대학의 생존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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