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해결 버팀목 4.3중앙위 풍전등화] ③정부 입김 최소화 위한 제도개선 필요

제주4.3의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와 유족 심사·결정, 명예회복과 보상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국무총리 소속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 위원들의 임기 조항이 신설되면서 올해 대거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소리]는 3차례에 걸쳐 이념 성향이 한쪽으로 크게 쏠린 인사 임명 우려와 함께 제도개선 방안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국무총리 소속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4.3중앙위원회)’ 위원 상당수가 극우성향 인사로 교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제도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4.3은 일제강점기를 이겨낸 국민들이 친일파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에서 통일 국가를 갈망했던 시기에,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 등이 겹쳐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사건이다. 

1947년 3월1일부터 1954년 9월21일까지 장장 7년6개월간 이어져 당시 도민의 1/10 정도인 3만여명이 목숨을 잃은 참혹한 역사다. ‘빨갱이’로 몰려 군·경에 목숨을 잃은 도민도 있고, 무장대에 희생당한 도민들도 있다. 절대 다수의 피해자가 선량한 양민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다.

연좌제 등으로 강요된 ‘침묵’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하염 없이 늦췄다. 그러는 사이 제주4.3은 남로당 제주도당의 경찰지서 습격을 이유로 ‘공산폭동’으로, 영문 없이 스러져간 희생자와 그 유족들은 빨갱이 딱지를 달고 살아야 했다.

당시 남로당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 하나의 정당에 불과했다. 남로당의 경찰지서 습격은 제주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제주만의 상황이 아님에도 7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제주가 ‘빨갱이 섬’으로 취급되는 슬픈 현실이다. 

4.3유족과 단체, 도민들은 4.3중앙위원 위촉과 관련해 과도한 요구도 하지 않는다. 단지 4.3진상조사보고서에 기초해 4.3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상식을 갖추길 바랄 뿐이다. 

개정된 4.3특별법에 따라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제주도지사 등 8명의 당연직 제외한 위촉직 위원의 임기는 2년이다. 1차례 연임이 가능해 최대 4년까지 활동할 수 있다. 

위촉직 17명 중 4명은 국회 추천으로 이뤄진다. 거대양당이 중심된 우리나라 정치 구조상 진보성향 2명, 보수성향 2명으로 수가 맞춰진다. 

결국 남은 13자리는 정부 성향에 따라 위원 위촉 시기마다 ‘편향 인사’ 논란이 반복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무위원을 제외한 당연직 위원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연직 위원 숫자가 늘어나면 정부 성향에 관계없이 정부의 입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4.3특별법 제3조(희생자와 유족의 권리) 1항에 희생자와 유족은 4.3 해결을 위한 진상규명, 명예회복과 보상, 기념사업 시행과 관련해 의견을 제출할 권리를 갖는다. 국가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또 같은 법조 2항에 ‘국가는 제주4.3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주민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됐다. 

4.3특별법에 따라 국가는 제주도민의 목소리를 존중해야 하고, 이를 위해 도민의 대변인을 4.3중앙위원회 당연직 위원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최우선적으로 현직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당연직으로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들은 4.3의 피해자들의 대표로, 당연히 4.3중앙위원으로 포함됐어야 할 위치에 있다. 배보상 등 부분 심의로 인해 현직 유족회장을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배보상 등 안건에 대해서만 현직 유족회장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조항을 추가로 신설하면 그만이다.   

이미 당연직에 포함돼 있는 제주도지사처럼 선출직으로서 도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제주도의회 의장과 제주도교육감도 당연직 위원 대상이 될 수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방자치, 도민 의사 반영을 위해 제주도의회 추천 인사를 포함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추천이 4명인 점을 감안해 2~4명 정도로 도의회 추천 몫으로 안배할 수 있다. 시민을 대표하는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도 검토할 수 있다.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며 화회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입니다.”

지난해 당선인 신분으로 4.3추념식에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다. 

여·야 정치권도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4.3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한 목소리로 약속했다. 4.3중앙위원회가 4.3문제 해결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또 이념적으로 편향되지 않게 구성돼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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