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제주4.3평화상 수상자 개렛 에반스-강요배 기자회견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며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구현해온 개렛 에반스(Gareth Evans) 오스트레일리아 전 외교부장관이 제주4.3에 대한 미군정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지고 있는 4.3에 대한 책임을 미국이 그대로 공유하기는 어렵지만 진정한 화해를 위해 미국 정부 역시 역사적 잘못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렛 에반스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화해’라며 제주도와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 정부를 향해 한 목소리를 낼 때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군정의 책임과 더불어 그는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관련해서도 유네스코가 단순한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세계적 문화로 인식하기보다 제주4.3의 정신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30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 메종글레드 아메티스트홀 2층에서 각 수상자들의 소감과 의미를 전달하는 ‘제5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회견에는 4.3평화상 수상자 개렛 에반스와 특별상 수상자 강요배 화백,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참석했다. 

제주4.3평화상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는 개렛 에반스 전 오스트레일리아 외교부장관. 제주4.3평화재단은 30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 메종글레드 아메티스트홀 2층에서 각 수상자들의 소감과 의미를 전달하는 ‘제5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4.3평화상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는 개렛 에반스 전 오스트레일리아 외교부장관. 제주4.3평화재단은 30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 메종글레드 아메티스트홀 2층에서 각 수상자들의 소감과 의미를 전달하는 ‘제5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개렛 에반스는 “이 상을 받게 된 가장 큰 의미는 제주4.3의 정신을 기억한다는 것”이라며 “잊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지만 국제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아 유감이다. 이 상을 통해 4.3의 정신을 나누게 돼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요배 화백은 “사회적으로 당면한 주제였던 4.3을 나름대로 공부해 그림을 그리시 시작한 지 어언 30여 년이 흘렀다”며 “부족하지만 크게 잘못된 부분이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작은 힘이 4.3운동에 보탬이 된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4.3의 세계화를 위해 제주도가 집중해야 할 과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개렛 에반스는 “세계가 4.3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개념을 구체화시키는일이 중요하다”며 “미국 정부에 책임을 묻는 제주도의 외교와 4.3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바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위기가 지나갔다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후 어떻게 할 것이냐가 과제다. 4.3 정신을 계승하고 승화할 때 중요한 태도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라며 “4.3평화재단이 진행하는 활동과 연구, 시상식 등이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책임을 인정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는 “사실상 한국과 같은 수준의 책임을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위해서 제주도와 한국 정부는 함께 미국 정부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4.3미술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는 질문에 강요배 화백은 “역사는 글로 서술할 수 있지만 그 글이 얼마나 당대 경험에 접근할 수도록 해주는가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또 “학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수치나 양, 인과관계를 따지게 되는데 실제 우리 삶, 한 개인이 경험한 것들은 모두 천차만별이고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도 다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역사를 받아들일 때 연상을 통해 예술적인 상상력이 작동하면서 가상체험을 하게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소설이나 증언록, 직접 경험한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대를 생생하게 떠올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제주4.3평화상 특별상을 수상한 강요배 화백(사진 오른쪽)과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제주4.3평화재단은 30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 메종글레드 아메티스트홀 2층에서 각 수상자들의 소감과 의미를 전달하는 ‘제5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4.3평화상 특별상을 수상한 강요배 화백(사진 오른쪽)과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제주4.3평화재단은 30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 메종글레드 아메티스트홀 2층에서 각 수상자들의 소감과 의미를 전달하는 ‘제5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4.3평화재단은 2014년 6월, 4.3을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정의롭게 해결해가는 제주도민의 평화정신을 전 세계인과 함께 계승해 나가기 위해 제주4.3평화상 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구성, ‘제주4.3평화상’을 제정했다.

4.3평화상 위원회는 실무위원회가 추천한 수상후보자 공적에 대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최종 선정한다. 상은 4.3해결에 공헌하거나 세계 평화와 인권 신장에 기여한 국내외 인사나 단체에 수여된다.

위원회는 강우일 전 천주교 제주교구장을 위원장으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문정인 전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 △고충석 전 제주대 총장 △정구도 노근리 국제평화재단 이사장 △문성윤 전 제주지방변호사협회장 △주진오 제주4.3중앙위원 등으로 구성됐다. 

실무위원회는 4.3전문가 김종민 4.3중앙위원회 위원을 필두로 △권귀숙 제주대 탐라문화원 특별연구원 △이대훈 피스모모 평화교육연구소장 △김헌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호기 우석대 교양대학 초빙교수 등으로 꾸려졌다.

▲다음은 제주4.3평화상 역대 수상자 명단.
△ 1회
- 4.3소설 ‘화산도’ 김석범 작가
- 특별상, 인도네시아 평화 운동가 무하마드 이맘 아지즈
△ 2회
-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 대학 석좌교수
△ 3회
- 4.3소설 ‘순이삼촌’ 현기영 작가
- 특별상, 베트남 인권운동가 하미마을 응우옌티탄, 퐁니-퐁넛마을 응우옌티탄 공동 수상
△ 4회
- 국제평화운동가 댄 스미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장
- 특별상, 일본 시민모임 제주4.3한라산회
△ 5회
- 개렛 에반스 전 오스트레일리아 외교부장관
- 특별상, 강요배 화백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